메이저리그 가을야구 데뷔전에서 오타니 쇼헤이(30)가 LA 다저스의 악몽을 깼다. 다저스의 최근 포스트시즌 6연패와 함께 1회 3점 차 열세시 14전 전패 사슬을 모두 끊었다.
오타니는 6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치러진 2024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NLDS·5전3선승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1차전에 1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장, 스리런 홈런 포함 5타수 2안타 3타점 2득점으로 활약하며 다저스의 7-5 역전승을 이끌었다.
지난겨울 10년 7억 달러 FA 계약을 맺고 다저스에 온 오타니는 이적 첫 해부터 54홈런 59도루로 전 세계 야구 역사상 최초 50-50 대기록을 달성했다. 다저스가 NL 서부지구 우승을 차지하면서 메이저리그 진출 7년 차에 처음으로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은 오타니는 가을야구 데뷔전부터 동점 스리런 홈런에 역전 발판이 된 안타로 강렬한 존재감을 뽐냈다.
다저스는 1회초 선발투수 야마모토 요시노부가 시작부터 안타, 포일, 폭투, 볼넷으로 불안하게 스타트를 끊었다. 내야 땅볼로 선취점을 내준 뒤 매니 마차도에게 투런 홈런을 맞아 1회초부터 3점을 허용했다.
오타니도 1회말 첫 타석에선 좌익수 뜬공으로 물러났지만 2회말 두 번째 타석에서 온 찬스를 놓치지 않았다. 윌 스미스의 볼넷과 개빈 럭스의 중전 안타로 만든 무사 1,2루에서 다저스는 토미 에드먼이 헛스윙 삼진, 겔 로하스가 2루 내야 뜬공으로 물러나 흐름이 끊기는 듯했다.
하지만 다저스에는 오타니가 있었다. 샌디에이고 우완 선발 딜런 시즈의 4구째 가운데 높게 들어온 시속 96.9마일(155.9km) 포심 패스트볼을 힘껏 받아쳐 우측 담장을 훌쩍 넘겼다. 시속 111.8마일(179.9km)로 372피트(111.4m)를 날아간 타구는 발사각 25도로 측정됐다.
오타니의 포스트시즌 데뷔 첫 홈런이 3-3 동점을 만든 결정적 한 방이 됐다. 맞는 순간 홈런을 직감한 오타니도 평소와 달리 크게 배트 플립을 하며 포효했다. 경기 초반 가라앉은 다저스 팀 분위기를 한 번에 끌어올린 순간이었다.
야마모토가 3회초 잰더 보가츠에게 2타점 2루타를 맞아 샌디에이고가 다시 리드를 잡았지만 다저스는 4회말 승부를 뒤집었다. 1사 후 에드먼의 번트 안타, 로하스의 좌전 안타로 이어진 1,2루 득점권 상황에서 오타니가 또 안타를 쳤다.
샌디에이고는 투구수 82개의 선발 시즈를 내리며 좌완 애드리안 모레혼을 올렸다. 오타니 맞춤 투수 교체였지만 통하지 않았다. 5구째 바깥쪽 낮게 떨어진 스플리터를 참아내며 풀카운트를 이어간 오타니는 모레혼의 6구째 몸쪽 높은 시속 98.4마일(158.4km) 싱커에 스윙을 돌렸다. 배트가 두 동강 나면서 부러졌지만 힘으로 이겨낸 먹힌 타구가 중견수 앞에 뚝 떨어졌다.
오타니의 안타로 1사 만루 찬스를 연결한 다저스는 모레혼의 폭투로 1점을 따라붙었다. 무키 베츠의 자동 고의4구로 이어진 1사 만루에서 프레디 프리먼이 1루 땅볼로 물러났지만 테오스카 에르난데스가 2타점 중전 적시타를 터뜨리며 6-5로 역전했다. 오타니가 동점 득점을 올렸다.
5회말 상대 실책으로 1점을 더한 다저스는 라이언 브레이저(1⅔이닝), 알렉스 베시아(1이닝), 에반 필립스(1⅓이닝), 마이클 코펙(⅓이닝), 블레이크 트라이넨(1⅔이닝)으로 이어진 5명의 구원투수들이 6이닝 무실점을 합작해 7-5로 승리했다. 브레이저가 구원승, 트라이넨이 세이브를 올렸다.
이로써 다저스는 2022년 디비전시리즈 2차전부터 이어진 포스트시즌 최근 6연패 사슬 끊었다. 2022년 디비전시리즈에서 샌디에이고에 1패 후 3연패로 탈락한 다저스는 지난해 디비전시리즈에서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에 3연패 스윕을 당하며 2년 연속 업셋의 희생양이 됐다.
이날 경기도 초반 흐름이 좋지 않았지만 오타니의 스리런 홈런으로 분위기를 바꿔 역전승했다. ‘MLB.com’ 통계 전문가 사라 랭스는 ‘다저스는 포스트시즌 역사상 1회에 3점 차로 뒤진 경기에서 14전 전패를 당했다. 앞서 14번의 경기에는 오타니가 없었다. 지금은 오타니가 있다’며 그의 존재감을 강조했다.
경기 후 공식 인터뷰에서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오타니 덕분에 우리 팀이 다시 탄력을 받고, 활기를 찾았다”며 “중요한 순간에 오타니처럼 일관성 있게 잘해내는 선수는 본 적이 없다. 정말 인상적이다. 어떻게 그렇게 하는지 모르겠다. 다른 많은 선수들도 그런 능력을 가졌으면 좋겠다. 정말 독보적이다”며 감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