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타면 LA 다저스의 역적이 될 뻔 했다. 야마모토 요시노부(26)가 같은 일본인 선수 오타니 쇼헤이(30) 덕분에 최악 상황을 모면했다.
야마모토는 6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24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NLDS·5전3선승제) 1차전에 선발등판, 3이닝 5피안타(1피홈런) 2볼넷 1탈삼진 5실점으로 부진했다.
하지만 다저스는 2회말 오타니 쇼헤이의 동점 스리런 홈런에 이어 4회말 오타니의 중전 안타로 연결된 만루 찬스에서 상대 폭투와 테오스카 에르난데스의 2타점 적시타에 힘입어 7-5 역전승을 거뒀다. 오타니가 5타수 2안타 3타점으로 활약한 가운데 야마모토 이후 나온 구원투수 5명이 6이닝 무실점을 합작하며 리드를 지켰다. 8회 1사 1,2루 위기에 등판한 블레이크 트라이넨이 1⅔이닝 무실점으로 세이브를 수확했다.
지난겨울 12년 총액 3억2500만 달러로 메이저리그 역대 투수 최고 조건에 다저스와 계약하며 큰 기대를 모은 야마모토는 실망스런 시즌을 보냈다. 6월 중순 어깨 회전근개 부상으로 이탈한 뒤 3개월 가까이 자리를 비웠다. 18경기(90이닝) 7승2패 평균자책점 3.00 탈삼진 105개의 성적을 남겼다.
지난달 11일 부상 복귀 후 4경기에서 빌드업 과정을 밟았지만 6이닝 이상 투구를 하지 못했다. 5일 휴식 보장을 위해 디비전시리즈 1차전 선발 중책을 맡았지만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부상 복귀 후 제구가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 불안감을 키웠는데 이날 경기 시작부터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
1회초 샌디에이고 1번 타자 루이스 아라에즈에게 좌전 안타를 맞은 뒤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 타석 초구에 포수 윌 스미스의 포일로 한 베이스를 내줬다. 이어 4구째 스플리터가 폭투가 돼 3루를 내줬다. 타티스 주니어게 볼넷을 허용하며 이어진 무사 1,3루에서 주릭슨 프로파의 2루 땅볼 때 3루 주자가 홈에 들어와 선취점을 준 야마모토는 매니 마차도에게 좌중월 투런 홈런을 맞았다. 4구째 몸쪽 낮게 향한 스플리터가 제대로 떨어지지 않았고, 마차도가 이를 놓칠 리 없었다.
메이저리그 데뷔전이었던 지난 3월22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샌디에이고와의 서울시리즈 2차전(1이닝 4피안타 1볼넷 2탈삼진 5실점 패전)을 떠올리게 할 만큼 경기 시작부터 진땀을 뺐다.
2회초 삼자범퇴로 막은 야마모토는 2회말 오타니의 동점 스리런 홈런으로 타선 지원을 받고 3회초에 올라왔다. 그러나 선두타자 타티스 주니어에게 좌중간 2루타를 맞았다. 5구째 커터가 한가운데 몰렸다. 이어 프로파를 2루 내야 뜬공 처리한 디 마차도에게 좌측 펜스 앞 큼지막한 타구를 허용했다. 뜬공 아웃이 돼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지만 잭슨 메릴과 7구 풀카운트 승부 끝에 볼넷을 내줬다. 이어 잰더 보가츠에게 커브를 공략당해 좌측 2타점 2루타로 추가 실점하며 불안한 투구를 이어갔다.
3회까지 투구수 60개로 여유가 있었지만 4회 시작부터 불펜에 마운드를 넘겼다. 최고 시속 97.3마일(156.6km), 평균 95.8마일(154.2km) 포심 패스트볼(25개)을 비롯해 스플리터(13개), 커브(12개), 슬라이더(6개), 커터(4개)를 구사했다.
실망스러운 투구였지만 오타니를 비롯해 팀 동료들의 도움으로 패전 면하고 팀 승리에 웃었다. 경기 후 공식 인터뷰에서 야마모토는 “몸 상태는 아주 좋았다. 컨디션은 문제가 없었다”며 “선두타자를 출루시킨 뒤 볼넷을 주고 주자를 쌓았다. 홈런을 맞은 것도 안 좋았지만 피칭의 기본을 지키지 못했다. 제구를 잡기 위해 노력했지만 어렵게 승부를 하다 보니 카운트 싸움에서 밀렸다”고 돌아봤다.
그래도 팀원들의 활약으로 웃을 수 있었다. 오타니는 “야마모토가 매우 우울해하고 있었다. 이겨서 다행이라는 말을 했다”며 “다음에는 좋은 투구 해줄 것이라 생각한다”고 격려했다. 야마모토도 “팀 동료들의 도움으로 이길 수 있었다. 오타니뿐만 아니라 동료들 모두 말을 걸어줘 고마웠다”고 말했다.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야마모토의 투구 습관이 노출된 것 같은데 조금 더 살펴봐야 한다. 이런 부분도 야구의 일부다. 우리 내부적으로 정리해야 할 문제”라며 투구 동작에 따른 구종 노출 가능성을 이야기했다. 이어 만약 시리즈가 5차전까지 갈 경우 야마모토를 또 선발로 쓸 것이라며 변함없는 신뢰를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