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회초 시작부터 3실점. LA 다저스로선 분명 악몽이 떠오를 법했다. 지난해 디비전시리즈 1~2차전에서 선발투수 클레이튼 커쇼와 바비 밀러가 1회에만 각각 6점, 3점을 주며 초반에 흐름을 내줬고, 결국 3연패로 충격적인 스윕패로 탈락한 아픔이 불과 1년 전이었다.
하지만 올해 다저스에는 오타니 쇼헤이(30)가 있었다. 메이저리그 가을야구 데뷔전에서 동점 스리런 홈런으로 한 번에 분위기를 바꿨고, 다저스도 7-5 역전승을 거두며 포스트시즌 최근 6연패 사슬을 끊었다. 1회 3점 차 이상 뒤진 포스트시즌 경기에서 14전 전패를 당한 다저스였지만 오타니가 합류한 올해 이같은 패배 공식도 극복했다.
오타니는 지난 6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NLDS·5전3선승제) 1차전에서 2회말 동점 스리런 홈런에 이어 4회말 역전 발판이 된 안타로 멀티히트를 치며 5타수 2안타 3타점 2득점으로 활약했다. 포스트시즌 데뷔전부터 승리를 맛봤다.
다저스는 선발투수 야마모토 요시노부가 1회초 시작부터 3점을 내주면서 기선 제압을 당했다. 하지만 무기력하게 물러서지 않았다. 2회말 무사 1,2루에서 토미 에드먼이 헛스윙 삼진, 미겔 로하스가 2루 내야 뜬공으로 잡혔지만 오타니가 기대했던 한 방으로 분위기를 바꿨다.
샌디에이고 우완 선발 딜런 시즈의 4구째 가운데 높게 들어온 시속 96.9마일(155.9km) 포심 패스트볼을 통타, 우측 담장을 훌쩍 넘겼다. 시속 111.8마일(179.9km)로 372피트(111.4m)를 날아간 동점 스리런 홈런. 발사각은 25도로 측정됐다. 맞는 순간 홈런을 직감한 오타니가 좀처럼 하지 않던 화끈한 배트 플립으로 포효했다. 다저스 분위기를 한 번에 끌어올린 한 방이었다.
3회초 야마모토가 또 2점을 허용하며 리드를 내줬지만 4회말 다저스가 3점을 내며 역전했다. 1사 1,2루에서 오타니가 중전 안타로 찬스를 연결했다. 바뀐 투수인 좌완 애드리안 모레혼과 6구 풀카운트 승부에서 몸쪽 높게 들어온 시속 98.4마일(158.4km) 싱커를 받아쳤다. 배트가 부러지면서 정타가 되진 않았지만 오타니가 힘으로 이겨낸 타구가 중견수 앞에 뚝 떨어졌다.
계속된 1사 만루에서 다저스는 모레혼의 폭투로 1점을 낸 뒤 무키 베츠의 자동 고의4구로 이어진 2사 만루에서 테오스카 에르난데스가 2타점 중전 적시타를 터뜨려 6-5로 역전했다. 5명의 구원투수가 6이닝 무실점을 합작한 데 힘입어 7-5 역전승으로 다저스가 1차전을 잡았다.
‘LA타임스’를 비롯해 현지 언론에 따르면 경기 후 다저스 선수들의 ‘오타니 찬사’가 쏟아졌다. 3루수 맥스 먼시는 “경기 초반에 점수를 주면서 작년 같은 분위기가 될 수 있었지만 우리한테는 다행히 오타니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 있었다. 경기장에서 엄청난 번개가 쳤다. 그때부터 ‘그래, 우리는 잘할 수 있다. 지난 몇 년과 다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오타니의 홈런으로 선수단에 역전할 수 있다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고 이야기했다.
결승타의 주인공이 된 외야수 에르난데스도 “오타니는 오타니다. 오늘 그가 한 것보다 더 좋은 모습을 기대할 순 없다. 그는 이 모든 것을 이끌어준 선수이고, 우리는 그를 따라 같은 수준의 플레이를 하려 노력한다”고 말했다. 1루수 프레디 프리먼 역시 “팀에 오타니가 있으면 항상 도움이 된다. 중요한 순간 타석에 가장 많이 들어갔으면 하는 선수가 오타니다. 2회말 그 홈런이 정말 컸다”고 거들었다.
로버츠 감독도 “오타니의 존재가 다른 선수들의 부담을 덜어준다. 오타니 덕분에 우리가 다시 탄력을 받고, 활기를 찾을 수 있었다”며 “그는 확실히 흥분과 긴장감, 압박감을 느끼지만 단순히 열심히 하는 것과 다른 집중력을 갖고 있다. 가장 중요한 순간에 오타니처럼 일관성 있게 잘하는 선수를 본적이 없다. 어떻게 그렇게 하는지 모르겠다. 다른 많은 선수들도 그런 능력을 가졌으면 좋겠다. 정말 독보적이다”고 찬사를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