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팀에 이런 선수가 더 많이 나와야 한다.”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김경문 감독은 시즌 막판 외야 유망주 최인호(24)의 활약에 이렇게 반색했다. 지난달 22일 1군 복귀한 최인호는 시즌 마지막 7경기에서 타율 4할7리(27타수 11안타) 1홈런 5타점 2볼넷 1삼진 OPS 1.041로 맹타를 휘두르며 존재 가치를 어필했다.
표본이 많은 것은 아니지만 두 달이 넘는 2군 생활 이후 독을 품고 만들어낸 결과라 주목할 만했다. 개막 엔트리에 들어 4월 중순부터 한 달가량 1번 타자로 주전 기회를 잡은 최인호는 그러나 5월말부터 타격 페이스가 다소 떨어졌다. 6월초 김경문 감독 부임 후에는 주로 대타로 나섰지만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결국 지난 7월14일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당시 김경문 감독은 “(대타로 나서) 경기를 충분히 못 나갔다. 타격 자질이 있어 보이는데 아쉽다”며 퓨처스리그에서 더 많은 타석에 나가 감을 찾길 바랐다.
김 감독 주문대로 최인호는 2군에서 타격감을 끌어올렸다. 예상보다 길어진 2군 생활이었지만 의욕을 잃지 않고 3할대 중반 고타율로 활약했다. 1군 복귀전이었던 지난달 22일 대전 롯데전에서 교체로 나서 8회말 첫 타석부터 1타점 중전 적시타로 쐐기점을 만들며 팀 승리에 기여했다. 이후 마지막 6경기를 주전으로 나서 매 경기 안타를 터뜨리며 김경문 감독 눈도장을 찍었다.
김 감독은 “2군에 다녀오면 다신 내려가지 않겠다는 마음이 필요하다. 2군에 있는 동안 얼마나 마음속이 그랬겠나. 선수를 2군에 보내면 감독도 마음이 안 편하다. 그동안 (최인호가) 가슴앓이하면서 무던히 노력했던 것 같다”며 “2군에 가서 타격폼도 조정하고, 준비를 잘하고 왔다. 이런 선수에게 감독은 기회를 더 줄 것이다. 우리 팀에 이런 선수가 더 많이 나와야 한다. 그래야 주전으로 뛰고 있는 선수들도 긴장하고, 팀이 더 강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최인호는 2군에서 보낸 시간에 대해 “조급한 건 없었고, 내가 할 수 있는 걸 열심히 하고 있으면 언제든 기회가 올 거라고 생각했다. 부족해서 내려간 것이니 그걸 채우려고 노력하느라 시간이 금방 갔다”면서 “개막 엔트리에 들어가 계속 1군에서 뛰는 게 처음이다 보니 멘탈적으로 어려운 점이 있었다. 안 좋을 때는 빨리 잊고 해야 하는데 안 좋은 것에 꽂혀서 생각을 많이 했던 것이 좋지 않았다. 좋은 타구가 안 나오다 보니 타석에서 조급했고, 결과도 나지 않았다”고 돌아봤다.
2군에서 두 달 넘게 있었지만 꾸준히 타격감을 유지하며 자신감을 충전할 수 있었다. 그만큼 경기에 대한 몰입도도 컸다. 1군 복귀 첫 타석에 등장할 때 대전 홈 관중들의 큰 환호가 나왔는데 경기에 몰입하느라 최인호는 인지하지 못했다. “오랜만에 1군 타석이라 안 들렸다. 너무 집중해서 들리지 않았다”는 게 최인호의 말이다.
올 시즌을 82경기 타율 2할8푼6리(210타수 60안타) 2홈런 22타점 25볼넷 31삼진 출루율 .367 장타율 .395 OPS .762로 마친 최인호는 한화 팀 내에서 컨택 능력은 상위권에 속한다. 선구안도 갖춰 1~2번 타자로 손색이 없다. 다만 장타력이 떨어지는 만큼 외야 수비에서 기여도를 높여야 주전으로서 경쟁력을 크게 높일 수 있다.
최인호도 잘 안다. 그는 “원래 좌익수로 뛰었는데 중견수, 우익수도 다 볼 수 있게끔 준비하겠다. 나 스스로 수비를 나갔을 불안함이 없고, 팀에서 믿고 내보낼 수 있도록 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 감독도 “수비도 좌익수 말고 다른 곳도 여러 가지로 할 수 있으면 좋다”고 기대했다. 시즌 막판 우익수로 4경기를 뛰며 무난한 수비를 한 최인호가 중견수도 어느 정도 커버한다면 한화 외야 기용 폭이 훨씬 넓어진다.
최인호는 1군 시즌을 마친 뒤 지난 3~4일 서산에서 열린 퓨처스리그 최종 2연전에도 나서 각각 3타수 2안타 1타점 2볼넷, 5타수 4안타 1홈런 1타점으로 뜨거운 타격감을 이어갔다. 퓨처스리그 27경기 타율 3할9푼4리(99타수 39안타) 2홈런 21타점 OPS 1.105로 마친 최인호는 쉴 틈이 없다. 지난 6일 일본 미야자키 피닉스 교육리그 참가를 위해 출국했다. 오는 11월 마무리캠프까지 이어질 미야자키에서 최인호가 김 감독의 마음을 확실히 사로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