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언젠간 사라지겠지만"..김희애, '데뷔 41년차' 현재 진행형 배우 (종합)[인터뷰]
OSEN 유수연 기자
발행 2024.10.07 16: 34

배우 김희애가 영화 '보통의 가족' 비하인드와 자신의 이야기를 전했다.
7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는 영화 ‘보통의 가족’ 주역 배우 김희애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보통의 가족'(감독 허진호, 제공배급 (주)하이브미디어코프·(주)마인드마크, 제작 (주)하이브미디어코프, 공동제작: (주)하이그라운드)은 각자의 신념을 가지고 살아가던 네 사람이 아이들의 범죄현장이 담긴 CCTV를 보게 되면서 모든 것이 무너져가는 모습을 담은 웰메이드 서스펜스 작품이다. 네델란드의 작가 헤르만 코프의 소설인 '더 디너'를 원작으로 만들어졌으며, 이미 네델란드, 이탈리아, 미국 등에서 영화로 나왔다. '천문: 하늘에 묻는다', '덕혜옹주', '봄날은 간다', '8월의 크리스마스' 등을 연출한 허진호 감독의 신작이다.

이날 김희애는 "저도 '8월의 크리스마스', '봄날은 간다' 등을 저도 봤다. 배우라면 누구나 함께 해보고 싶은 감독님이라 생각했는데, 오랫동안 부름을 못 받다가 이렇게 나이가 먹어서 불러주시니까. 정말 반가웠다"라고 웃으며 "허 감독님은 감독님만의 노하우가 있으시고, 색다르신 것 같다. 굉장히 고민을 많이 하시고, 너무 순한 마음으로 작품에 대한 열의를 보이시니 저도 최선을 다해야겠다 싶었다. 저 역시 허 감독의 연출 세계에 흠뻑 빠질 기회였다. 책(시나리오)도 문학적이었고, 배우진도 '짱짱'해 그 일원이 된다는 게 너무 좋았다"라며 참여 계기를 밝혔다.
김희애는 재규의 아내이자 모든 일을 완벽하게 수행하는 워킹맘 ‘연경’을 맡아 가족을 지키려는 부모의 생생한 내면을 그려냈다. 이에 김희애는 "그간 대사 같은 것도 연극적이고, 드라마적인 역할을 많이 했었는데, 이번에는 생활 대사를 하게 됐다. 물론 다들 전문 직업이 있긴 하지만, 좀 더 엄마의 포지션에 맞춰져 있어서. 귀엽기도 한 역할인 거 같다"라고 돌아봤다. 이어 "'연경'이는 어디서나 최선을 다하고, 솔직하고, 치열하다. 좋게 보면 다 좋아 보인다. 자식을 위해서는 못할 일이 없는데, 수현 씨와의 대립 장면에서는 순간 참지 않고, 할 말은 다 하는 걸 보면, 인물이 착하다 아니다기보단 그 순간에 충실하고 최선을 다하는 인물 같다. 직설적이고 이기적인 거 같지만, 좋은 일을 할 때는 뒤로 물러나지 않는다. 뒤에서 구시렁댈 수도 있는데. 그것보다는 덜 비겁한 사람이지 않나 싶다"라며 캐릭터를 돌아봤다.
촬영 중 힘든 에피소드에 대해서도 전했다. 특히 극 중 식사 장면을 위해 수도 없이 촬영을 반복했다고 밝힌 김희애는 "저도 처음에, 이 연기는 밥 세 번만 먹으면 끝난다 싶었다. 정말 진 빼게 찍었다. 감정도 계속 유지해야 하고. 쉽게 가는 거보다 과정이 조금 고통스러운 게 결과가 훨씬 보람된 경우가 많았던 거 같다. 하지만 빼놓을 수 없는 명장면이라 생각하기도 한다"라며 "사실 저는 항상 첫 번째 테이크를 좋아하고, 많이 가는 걸 안 좋아한다. 하지만 각자 스타일이 있으니, 존중하고, 기꺼이 얼마든지 찍었다"라며 웃어 보였다.
함께 호흡을 맞춘 배우들과의 케미를 전하던 중, 특히나 '더 문', '돌풍'에 이어 '보통의 가족'까지 연달아 세 편에서 호흡을 맞춘 설경구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그는 "너무 훌륭한 배우다. 같이 카메라 앞에서 연기하는 게 좋았다"라며 "운명이었던 것 같다. '돌풍'도 '더 문'의 작품 마지막 날 제안을 해서 만나게 된 건데. 그냥 스쳐 지나갈 수도 있었을 텐데. (연달아 작품이 나와서) 그동안 모아놓은 걸 다 쓴 거 같은 기분도 든다"라고 말했다.
또한 설경구가 김희애와의 현장 촬영 에피소드에 대해 '베테랑인데 신인처럼 노력한다'라고 언급한 것에 대해 답하기도 했다. 그는 "저는 제가 열심히 하는지 잘 몰랐다"라며 "(그런데) 다들 그렇게 하시지 않나요? 그거 하러 갔는데, 그걸 잘해야지"라고 웃었다. 이어 "지금 돌이켜보면 네 사람이 각자 맞은 파트도 있지만, 처음엔 형제의 이야기라 생각해서 제가 누를 끼치면 안 된다, 잘해야 된다는 마음도 있었다. 사실 촬영을 하고 모니터 앞에까지 왔다 갔다 하면 힘들다. 그래서 앉아서 그저 포지션을 지킨 건데, 열심히 하는 것처럼 보였나 보다. 저는 다른 작품 할 때도 그렇긴 하다"라고 설명했다.
배우 수현과의 호흡도 좋았다고 전했다. 그는 "화장실에서 수현 씨과 기싸움을 하는 장면이 있는데, 토론토 영화제 때도 외국 분들도 그 장면을 되게 이해하시고, 좋아해 주시더라. 세계적으로 느끼는 감정은 똑같구나 싶었다"라며 "저도 찍으면서 되게 재미있었다. 개인적으로 수현 씨가 모델같이 아름답고 예쁘지 않나. 그런데 털털하고, 성격도 너무 좋아서, 동생 같지 않고 친구 같다. 그 친구만 있으면 유쾌해진다"라고 칭찬했다.
작품 밖, 김희애의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김희애는 화려했던 '부국제' 순간을 떠올리면서 자기 삶의 소신을 전했다. 그는 "배우로서 카메라 앞에 서고 사람들과 함께하는 것도 행복하지만, 완전히 자기 자신이었을 때, 준비하는 저 자신을 위한 시간을 보낼 때 충만함을 느낀다"라며 "왜 그럴지 생각해봤는데, 사실 배우로서 인기가 있으면 많이 불러주시고, '내가 정상에 올랐구나' 하지만, 돌아보면 물거품이고 아무것도 아닌 거다. 하지만 또 다른 저만의 삶을 갖고 있으면 흔들리지 않는다. 연기하는 그 순간은 물론 행복하지만, 극에서 빨리 돌아와서 사는 소박한 삶이 행복하다. 배우로서 환호받고 박수받고, 그것도 행복하지만, 매번 그런 순간만 있다면 아마 저는 소멸했거나, 정신병에 걸렸을 거다. 아마 다른 사람도 그러지 않을까 싶다"라고 생각을 밝혔다.
연기 소신에 대해서도 전했다. 그는 "사실 연차가 됐는데, 오히려 압박감이 더 생기는 거 같다"라며 "어릴 때는 그냥 대충하기도 했는데, 지금은 압박감이라는 걸 느끼지만, 그 압박감에서 벗어나야겠다는 압박감도 느낀다. (지금은) 더 이완되고 더 자연스럽고, 조금 더 철이 들고, 조금 더 서포트해 주고. 이런 여러 생각을 광범위하게 된다. 저만 잘하면 안 되고, 같이 어우러져서 해야겠다. 연기 외적인 생각도 하게 된다. 연기로서 조금 더 자연스럽게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다"라고 전했다.
향후 계획에 대해서도 전했다. 그는 '작품이 많이 들어와 있을 것 같다'라는 질문에 "없어요"라고 웃으며 "최근 유명한 감독님을 만났는데 그분이 지나가는 말로 사회적 이슈가 되는 여성을 이야기하면서 ‘그런 역할 해볼 수 있어요?’ 하시더라. 저는 가치만 있다면 출연한다. 제가 전에 보여주지 못했던, 또 다른 저를 끄집어낼 수 있는 역할이라면 하고 싶다"라고 열정을 밝혔다. 또한 그는 "어떤 배우로 기억되고 싶다는 생각은 안 해봤지만, 현재 진행형으로 활동하는 배우로 기억되면 감사하고 축복이라 생각한다. 어떻게 남겨진다는 것까지 생각도 안 해봤고 오히려 잊히는 것도 나쁘지 않은 거 같다. 저는 여태까지 그렇게 선택받으면서 살아왔다. 그 대단한 배우들도 공평하게 세월 앞에서 사라지는 거 보면, 저 같은 사람도 그러지 않을까 싶다"라며 덤덤히 말했다.
끝으로 "요즘엔 영화가 흥행이 되고 안되는지에 굉장히 민감하고 타격이 큰 상황이다. 이 와중에 진정성 있는 작품이 나온 것만으로도 큰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고, 감사하게 생각한다"라며 "해외 영화제에서 영화가 조금 어둡고 소재가 무거워서 지루해하지 않으실까 했는데, 이렇게 많은 영화제에 초청도 받고 평점도 좋아서 놀랐다. 물론 연기도 열심히 했지만, 그렇게 재밌게 봐주실 거라고는 생각 못 했다. 한편으로는 한국적인 이야기일거라 생각하기도 했다. 그런데 유머 코드에서 다 웃어주시더라. 다만 한국 관객들은 어떻게 보실지 궁금하다"라며 관람객들에게 관람을 당부했다.
한편 ‘보통의 가족’은 10월 16일 수요일 극장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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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주)하이브미디어코프, (주)마인드마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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