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가을야구가 한창인 가운데 어깨 부상으로 시즌을 마친 김하성(29)은 벌써 FA 시장에 나간 분위기다. ‘슈퍼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와 손을 잡으면서 김하성의 FA 행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다. 보라스 매직이 김하성에게도 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미국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SI)’는 지난 7일(이하 한국시간) ‘김하성의 최근 행보는 샌디에이고와 이별을 알리는 신호일 수 있다’며 보라스와 손을 잡은 김하성 소식을 전했다. ‘샌디에이고 유니온-트리뷴’ 케빈 에이시 기자가 지난 4일 김하성이 새로운 대리인으로 보라스를 고용했다고 알린 바 있다.
SI는 ‘김하성은 2025년까지 샌디에이고와 상호 옵션이 있지만 FA 시장에 나올 가능성이 높다. 그는 곧 어깨 수술을 받을 예정이지만 올 겨울 인기 FA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김하성은 2021년 1월 샌디에이고와 4+1년 보장 2800만 달러, 최대 3900만 달러에 계약했다. 내년 연봉 800만 달러 계약은 선수와 구단 모두 동의해야 발동하며 어느 한쪽이라도 거절시 200만 달러 바아이웃 금액을 받고 FA가 된다.
올 시즌 주전 유격수로 활약하며 FA 가치를 높이던 김하성은 그러나 지난 8월19일 콜로라도 로키스전에서 주루 플레이 과정에서 오른쪽 어깨를 다쳤다. 어깨 염증으로 메이저리그 데뷔 후 처음 부상자 명단에 올랐고, 복귀 과정에서 송구 강도를 높이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결국 어깨의 찢어진 관절와순 봉합 수술을 받기로 하면서 시즌 아웃됐다.
유격수로서 치명적일 수 있는 어깨 부상이기 때문에 가볍게 볼 수 없다. 이로 인해 김하성이 내년에도 샌디에이고에서 뛰며 FA 재수를 택할 가능성이 떠올랐지만 에이전트를 거물 보라스로 바꿨다. 사실상 FA 시장 참전을 예고한 행보다.
SI는 ‘김하성은 올 겨울 다른 구단으로부터 상당한 제안을 받을 수 있는 유리한 위치에 섰다. 그는 평균적인 공격력을 갖춘 엘리트 수비수다. 2022년 주전이 된 이후 타율/출루율/장타율 .250/.336/.385를 기록했다. 올해 삼진율 16.4%, 볼넷률 12.3%로 최고의 선구안을 보여줬고, 지난 2년간 74번의 도루를 시도해 60번 성공했다’며 ‘공격 수치도 탄탄하지만 수비는 다른 그 어떤 것보다 뛰어나다. 김하성의 수비는 세일즈 포인트가 될 가능성이 높다. 다재다능함을 갖춘 김하성은 2루수, 3루수, 유격수 모두 엘리트 수비력을 보여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어깨 수술이란 리스크는 감수해야 한다. SI는 ‘다년 계약을 맺는 데 걸림돌이 되는 것은 이번 오프시즌에 예정된 어깨 수술뿐이다. 수술이 걸림돌로 작용하면 보라스의 다른 선수들처럼 연평균 금액을 높인 단기 계약에 그칠 수도 있다’며 ‘김하성은 블레이크 스넬(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피트 알론소(뉴욕 메츠), 코빈 번스(볼티모어 오리올스) 등 보라스 코퍼레이션이 대표하는 엘리트 FA 대열에 합류했다. 김하성은 이미 샌디에이고에서 마지막 경기를 치른 것 같다’고 이적을 전망했다.
2021~2023년 주요 선수들과 대형 장기 계약을 남발한 샌디에이고는 페이롤이 꽉 찼다. 지난겨울부터 긴축 재정에 들어가 김하성을 잡을 여유가 없다. 잔류 가능성이 낮은 만큼 이적이 유력하고, 에이전트 보라스의 수완에 관심이 모아진다.
한국인 선수들의 FA 대박 계약에는 늘 보라스가 있었다. 2000년 12월 투수 박찬호(텍사스 레인저스, 5년 6500만 달러), 2012년 12월 투수 류현진(LA 다저스, 6년 3600만 달러), 2013년 12월 외야수 추신수(7년 1억3000만 달러), 지난해 12월 외야수 이정후(샌프란시스코, 6년 1억1300만 달러) 계약이 모두 보라스의 작품들이다.
지난겨울에는 끝장 협상 전략이 통하지 않아다. 이정후를 빼고 주요 고객들이 옵트 아웃을 포함한 단기 계약에 그쳤지만 완전히 실패한 건 아니었다. 3년 5400만 달러에 샌프란시스코와 계약한 3루수 맷 채프먼은 지난달 6년 1억5100만 달러에 연장 계약하며 대박을 쳤다. 2년 6200만 달러에 계약한 스넬은 후반기 반등에 성공했고, 옵트 아웃을 통해 올 겨울 다시 FA 대박을 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