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소주 없어유?" 백종원 술 부르고 안성재도 인정한 익힘, '흑백요리사' 이모카세 (인터뷰 종합)
OSEN 연휘선 기자
발행 2024.10.10 08: 52

"저는 그냥 말 그대로 '이모'예요, 언제든 오시는 분들한데 맛있는 국수 한 그릇 대접할 수 있는 그런 이모". 
화사한 한복, 흐트러짐 없는 쪽머리로 낮에는 재래시장 한 켠에서 푸근한 국수 한 그릇을 팔고, 저녁엔 푸짐한 술상을 빠르게 차려낸다. '흑백요리사'로 오마카세를 뛰어넘는 '이모카세'를 정립한 김미령 셰프. 그를 최근 서울시 도봉구 창동에 위치한 즐거운 술상에서 만나봤다.
김미령 셰프는 최근 종영한 넷플릭스 예능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약칭 흑백요리사)'에서 흑수저 소속의 '이모카세 1호'로 출연한 인물이다. 통칭 '이모카세로' 불린 그는 맛 하나는 최고라고 평가받는 재야의 고수 흑수저 셰프들이 대한민국 최고의 스타 셰프 백수저들에게 도전장을 내밀며 치열하게 맞붙는 100인의 요리 계급 전쟁 '흑백요리사'에서 당당하게 TOP8까지 오른 실력자다.

스튜디오의 쇠맛 가득한 살벌한 아일랜드가 아닌 즐거운 술상에서 만난 그는 샛노란 치마에 화사한 하얀색 저고리를 입고 특유의 머리카락 한 올도 삐져나오지 않은 쪽머리를 하고 깔끔한 주방에서 손님맞이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의 주방, 즐거운 술상은 상호에서 알 수 있듯 저녁시간대 반주를 곁들인 한식 요리점이다. 맛깔스러운 솜씨로 밑작업에 한창이던 김미령 셰프는 영업 3시간도 전인 낮 시간에도 밀려드는 예약 전화로 분주했다. 틈틈이 반가움을 표하며 들어오는 방문객들을 반갑게 맞으며 인사는 물론 셀카요청까지 받아주는 그는 '이모카세'라는 닉네임에 걸맞게 정겨운 이모 그 자체였다.
매일 오후 5시부터 단 20명만 받는 예약에도 전화는 끊이지 않았고 5분도 채 지나지 않아 '풀 부킹'이 됐다. 1분도 빠르지 않게 정각에만 예약 전화를 받기 시작한 김미령 셰프는 "사소한 거지만 손님들과 약속이라 생각한다. 방송 이전에도 나를 찾아준 사람들에 대한 약속이기도 하고"라며 단호하게 밝혔다.
20분, 30분을 넘겨도 예약전화에 실패하자 가게를 직접 방문해 예약을 시도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결과는 같았다. 김미령 셰프는 친절하게 전화 예약만 하는 이유를 설명하며 다음 기회에 만날 수 있도록 손님들을 돌려보냈다. 그는 "사실 외부에서 문의가 많이 온다. 따로 예약할 수 있는지. 그렇지만 다 알아듣게 설명하고 이해를 시키면 납득해주신다. 손님들은 모를 수도 있다. 내가 나름의 예약 방침을 지키는지 안 지키는지. 그렇지만 이건 제가 정한 삶의 방식이 그런 것"이라고 말했다. 
자칫 위험해질 수 있는 주방인 만큼 단호할 때는 냉정해야 했다. 푸근한 '이모'의 인상은 잃지 않았지만, 김미령 셰프는 "이 일을 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고지식해지게 된다. 나를 찾아주는 사람들에 대한 예의, 사람 입에 들어가는 음식을 하는 사람의 예의 아니겠나"라며 웃었다. 
그가 한복을 입고 머리카락 한 올도 흐트러짐 없이 쪽머리를 유지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김미령 셰프는 "집에 20벌 넘는 한복이 있다. 그것도 일을 하다 보면 얼룩지고 불에 탄 앞치마만 몇 개였는지 기억도 안 난다"라고 혀를 내두르며 "보기 좋으라고 입는 게 아니다. 제 음식 시작이자 근본은 사실 서울 경동시장의 안동집이다. 재래시장 안에 있는 곳이다 보니 '지저분하다, 깔끔하지 않다'라는 인식이 강했는데 국수 한 그릇 먹더라도 그걸 깨고 믿고 찾을 수 있는 곳이라고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손님들 대접하고 예의를 갖춘다는 마음으로 한복을 입고 머리를 이렇게 하게 됐다"라고 소신을 밝혔다. 
"식당에 손님들이 지키는 매너도 중요하지만 맞이하는 매너도 중요하다"라고 강조한 김미령 셰프는 "국수 한 그릇을 팔더라도 정성을 다하고 싶었다. 그래서 한식 뿐만 아니라 양식, 일식까지 조리사 자격증을 다 따고 영업 허가증까지 딱 벽에 걸어두고 장사를 했다. 시장 한복판에 있는 곳이라도 그렇게 해야 믿음이 가지 않겠나"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런 김미령 셰프에게 '흑백요리사'는 진심이 통하는 것을 알려준 계기가 됐다. 그는 "사실 말도 '이모카세 1호점'이라고 한 것처럼 한번 도 저를 제대로 된 한식 요리사라고 생각해보지 않았다. 물론 한식 요리를 선보이지만 세프님들과 같은 선상에 설 수 없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TOP8까지 올라가서 이렇게 인정을 받고 사랑을 받다니 정말 감사한 마음이다. 묵묵히 할 일 해온 진심이 통한 것 같아 기쁘다"라고. 
물론 처음부터 받아들이진 않았다. 김미령 셰프는 "안동집을 배경으로 하는 방송은 솔직히 적극적으로 해왔다. 재래시장을 조금이라도 알리고 싶어서 그랬다. 그런데 '이모카세'라니 어림도 없다 생각했다. 계속 거절을 했는데 제작진이 계속 찾아오더라. 1월부터 촬영이었는데 12월 중순까지 계속 오더라. 나중엔 미안해서 출연하겠다고 했다. 어린 작가가 한겨울에 고생하는 게 미안해서. 뭐든 진심이 통하는 것 같다"라며 탄복했다. 
막상 시작한 촬영도 쉽진 않았다고. 김미령 셰프는 "밤샘 촬영도 그렇고 한창 추울 때 촬영하는 게 너무 힘들었다. 요리보다 그런 체력적 컨디션이 쉽지 않았다. 나중엔 '안 떨어트려주면 쓰러지는 척 해야겠다' 생각이 들 정도로 정말 지옥이더라. 그래도 탈락할 땐 시원 섭섭했다"라며 웃었다. 
그럼에도 요리 자체에 부담은 없었단다. 그는 "솔직히 요리 자체가 힘든 건 없었다. 단체전이 많아서 황당하거나 당혹스러운 순간도 있긴 했다. 그렇지만 대결 자체는 너무 즐겁고 재미있었다. 한식, 중식, 일식, 양식 여러 영역에서 활약하시는 셰프님들을 한 자리에서 보고 심지어 한 팀이 돼서 호흡을 맞춰볼 기회가 저한테 언제 또 있겠나. 밤샘 촬영 같은 게 체력적으로 힘들긴 했지만 촬영한다는 생각도 잊고 재미로 즐기게 되기도 했다"라며 눈을 빛냈다. 
그 중에서도 캐비어 알밥보다 맛있는 음식으로 화제를 모은 '김 구이'는 어떻게 탄생했을까. 김미령 셰프는 함께 자리를 지키는 어머니를 가리키며 애틋한 미소를 지었다. 그는 "제 모든 음식은 엄마가 해주신 손맛을 그대로 쫓아한 거다. 제가 어려서부터 먹은 걸 제 아이들에게 해주고 힘들 때 음식으로 대접하며 지금까지 살아왔다"라며 애틋함을 표했다. 
반대로 편집돼 아쉬운 메뉴도 있었다. 바로 흑과 백 1대 1 대결에서 선보인 '고등어 어탕 국수'라고. 김미령 셰프는 "제가 1대 1 대결에서 백수저 김승민 셰프님과 같이 대결했다. 저희의 주재료는 고등어였다. 재료를 보자마자 어린 시절 먹던 '어탕 국수'가 생각 났다. 저는 충북 출신이라 어린 시절에 민물매운탕을 많이 먹고 자랐는데 매운탕을 먹고 남은 국물에 국수를 자주 끓여먹었다. 아버지가 즐겨드셨고 어머니가 자주 해주신 요리였다. 고등어는 민물고기는 아니지만 비린맛을 잡으면 충분히 그 매력을 살릴 수 있다는 생각이 났다"라고 설명했다.
심사위원들도 감탄했다고. "블라인드 미션이라 저는 더 좋았다"라고 자신감을 표한 그는 "쟁쟁한 셰프님들과 대결인데 다 가리고 오직 '맛' 하나로만 승부한다고 하니 오히려 좋고 자신감도 붙었다. 제대로 맛만 내면 인정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정말 집중했다. 조림, 구이는 너무 흔한데 고등어로 어탕 국수라니 신선하단 생각에 자신도 있었다. 그래도 심사 직전엔 조마조마한 마음이 없을 수 없는데 기대한 대로 정말 좋아해주셔서 안도하고 감사했다"라며 웃었다. 
특히 그는 "백종원 대표님이 나중에 보시더니 '오늘은 소주 없어요?'라고 하시더라"라고 웃으면서도 "재미있게 편하게 말을 해주셔도 한 입만 맛봐도 모든 걸 바로바로 집어내신다. 정말 놀랍다. '요식업 대부'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싶고 그 자리에 있는 이유가 있더라. 괜히 그 자리에 간 게 아닌 거다"라며 감탄했다. 
김미령 셰프는 또 다른 심사위원 안성재 셰프에 대해서도 "살면서 미슐랭 3스타 셰프를 만날 일이 얼마나 있을까 싶다. 그런데 그 정밀함에 놀랐다. 맛과 음식, 요리에 있어 누구보다 꼼꼼하신 분이다. 자상하면서도 방송에 채 담기 힘들 정도로 하나도 빼먹지 않고 짚어내신다"라며 혀를 내둘렀다. 이어 "그런 안성재 셰프님도 고등어 어탕 국수에 '굉장히 얼큰하고 맵지만 기분 좋게 매운 맛을 내주셨다'라고 해주셔서 정말 기분이 좋았다"라며 기뻐했다. 
또한 "아무리 음식을 잘하는 사람이라도 눈을 가린 채 몸도 고정시키고 입만 벌리고 맛을 보면서 상상으로 유추해야 하는 게 힘들지 않겠나. 그런데 한 입만 먹어도 뭘 사용했는지, 익힘이 어느 정도인지, 요리사의 의도가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짚어내신다. 저한테 똑같이 하라고 해도 그 정도까지 못할 것 같다. 맛만 보고 어떤 소스를 사용했다고 알아내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나. 괜히 미슐랭 3스타가 아니다. 수많은 음식에 대한 경험이 그런 경지를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다방면에서 다시 없을 경험을 선사해준 '흑백요리사'. 김미령 셰프는 "변화가 없다면 거짓말이다. 있긴 있다. 예약을 안 받는 안동집은 줄이 길어졌고, 즐거운 술상은 예약률이 눈에 띄게 높아졌다. 알아보는 분도 많아지고 다들 웃으면서 반겨주신다. 그렇지만 그 외엔 똑같다"라고 말했다. 오랜 시간 자리를 지킨 안동집인 만큼 재래시장을 살리기 위한 콘텐츠에는 열려 있지만 '흑백요리사' 시즌2와 같은 또 다른 서바이벌 예능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오히려 그는 "요식업, 외식업 하시는 분들 중에 똑같은 일을 매일 같이 소화하시면서 오랜 시간 빛을 못 보신 분들이 많다. 그런 분들께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다. 만약 '흑백요리사' 다음 시즌이 있다면 그런 분들께 용기를 줄 수 있는 기회라 생각하시고 도전하시면 좋을 것 같다. 본인이 어떤 사람인지를,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되돌아볼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끝으로 그는 "너무 감사한 성적이다. TOP8이라니 상상도 못했다. 제 결과에 너무 만족하며 감사하고 싶다. '셰프'라니, 저는 그저 음식 장사로 먹고 사는 사람이라 생각했고 그 위치에서 변하지 않는다. 매스컴에서 저를 보셨어도 식당에 오시면 예전처럼 그대로 주방을 지키면서 웃으며 인사하고 싶다. 언제든 오시면 따뜻한 국수 한 그릇은 드릴 수 있는 그런 '이모'가 되고 싶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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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어드밴스드 퀴진, 넷플릭스 제공, OSEN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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