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니 쇼헤이가 와도 안 되는 걸까. 3년 연속 디비전시리즈에서 업셋 위기에 놓인 LA 다저스가 예상치 못한 부메랑까지 맞았다. 지난해 다저스에서 뛴 베테랑 외야수 데이비드 페랄타(37)가 올 가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유니폼을 입고 연이어 결정타를 치며 비수를 꽂고 있다.
페랄타는 지난 9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펫코 파크에서 열린 2024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NLDS·5전3선승제) 3차전에 7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장, 3타수 1안타 2타점으로 샌디에이고의 6-5 승리에 기여했다. 1패 후 2연승을 거둔 샌디에이고는 챔피언십시리즈 진출에 1승만 남겨놓았다. 1승2패가 된 다저스는 3년 연속 조기 탈락 위기.
페랄타의 1안타는 결승 2타점 2루타였다. 1-1 동점으로 맞선 2회말 무사 1,2루 찬스에서 다저스 선발투수 워커 뷸러의 5구째 몸쪽 깊게 들어온 시속 95.5마일(153.7km) 포심 패스트볼을 잡아당겨 우익선상 빠지는 2타점 2루타로 연결했다.
샌디에이고는 계속된 공격에서 제이크 크로넨워스의 유격수 내야 안타, 카일 히가시오카의 중견수 희생플라이,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의 좌중월 투런 홈런으로 3점을 더해 6득점 빅이닝을 펼쳤다. 불펜이 리드를 지키면서 페랄타의 2타점 2루타는 결승타로 기록됐다.
페랄타는 지난 7일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NLDS 2차전에도 1-0으로 앞선 2회초 2사 3루에서 다저스 선발투수 잭 플래허티의 4구째 가운데 낮게 들어온 시속 86마일(138.4km) 슬라이더를 걷어올려 중월 투런 홈런으로 장식했다. 샌디에이고 10-2 대승의 발판이 된 홈런이었다.
2~3차전 2경기 연속 결정적인 장타를 터뜨린 페랄타는 지난해 다저스에서 1년을 뛴 선수다. 2014년 빅리그 데뷔 후 2022년까지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에서 9시즌을 몸담으며 실버슬러거, 골드글러브를 1번씩 수상한 페랄타는 2022년 7월 탬파베이 레이스로 트레이드됐다. 시즌 후 FA로 풀려 다저스와 1년 650만 달러에 계약했다.
지난해 다저스에서 주전 좌익수로 나서 133경기 타율 2할5푼9리(394타수 102안타) 7홈런 55타점 OPS .675를 기록했다. 전반기 74경기 타율 2할8푼3리(212타수 60안타) 7홈런 32타점 OPS .757로 준수했지만 후반기에는 왼쪽 팔꿈치 통증 여파로 59경기 타율 2할3푼1리(182타수 42안타) 무홈런 23타점 OPS .578에 그쳤다. 포스트시즌에 가서도 6타수 1안타 1삼진 1병살타로 힘을 쓰지 못했다.
시즌 후 팔꿈치 수술을 받았고, 다저스는 페랄타와 재계약하지 않고 포기했다. 이로 인해 페랄타의 시장 가치도 떨어졌다. 2월말 시카고 컵스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따내는 데 그쳤다. 컵스에선 빅리그 콜업 기회가 오지 않았고, 5월 중순 옵트 아웃으로 FA가 된 뒤 샌디에이고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했다. 이후 5월23일 잰더 보가츠가 어깨 통증으로 부상자 명단에 오르면서 페랄타가 콜업됐다.
콜업 이후 첫 30경기에서 타율 2할7리(58타수 12안타) 무홈런 4타점 OPS .544에 그친 페랄타는 7월부터 감을 잡았다. 7월 이후 61경기 타율 2할8푼7리(178타수 51안타) 8홈런 24타점 OPS .817로 활약하며 주전 우익수로 뛰었다. 대퇴부 부상으로 두 달 가까이 결장한 타티스 주니어의 공백을 잘 메웠다. 여세를 몰아 포스트시즌에도 기세를 이어가면서 전 소속팀 다저스를 울리고 있다.
3차전 경기 후 타티스 주니어와 함께 샌디에이고의 수훈 선수로 공식 인터뷰에 나선 페랄타는 “난 올해 트리플A에서 시즌을 시작해 빅리그로 돌아갈 방법을 찾았다. 샌디에이고가 내게 기회를 줬고, 내가 팀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라고 믿어줬다. 훌륭한 감독과 팀 동료들이 나를 지지했다. 지금 이 순간이 특별하다”며 “우리 클럽하우스가 얼마나 좋은지 설명하기 어렵다. 모두 형제처럼 똘똘 뭉쳐있다. 멋진 팀이다”고 선수단에 고마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