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개처럼 뛰어다니고 싶다".
KIA 타이거즈 천재타자 김도영(21)이 한국시리즈에서 뛰는 야구를 선언했다. 적극적으로 도루를 하겠다는 의지였다. 3번타자로 홈런 등 장타를 기대를 받으면서도 기회가 생길 때마다 도루로 득점찬스를 열어주겠다는 것이다. 신인 때부터 "타격보다 뛰는 것이 더 자신있다"고 말해왔고 미친 스피드는 정평을 받고 있다. 그래서 1993년 '바람의 아들' 이종범의 전설을 이을 것인지 관심이다.
김도영은 지난 9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상무와의 한국시리즈 대비 연습경기에서 화끈한 타격을 펼쳤따. 두 번째 타석에서 퓨처스리그 투수3관왕 송승기를 상대로 좌월 투런포를 가동했고 다음 타석에서는 2루타를 터트렸다. 그것도 가운데 담장을 맞히는 홈런성 2루타였다. 녹슬지 않는 장타력을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연습경기 첫 타석에 들어갔는데 감이 나쁘지 않다는 느낌 받았다. 급하게 올릴 것 없어 타석에서 내가 신경 쓸 것만 했다. 홈런 생각이 전혀없이 그냥 강한 타구를 만들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중심에 맞아야 한다. 홈런 생각 안하니 그런 타구들이 많이 나왔다. 2루타도 그리고 있던 공이 날아와서 운좋게 타구를 만들었다"며 비결을 설명했다.
시즌 막판 40홈런-40도루를 달성하기 위해 홈런에 욕심을 부렸지만 아쉽게도 2개가 모자랐다. 정규시즌을 마치고 사흘간의 휴식과 시리즈 대비훈련 과정에서 홈런에 대한 의욕을 버렸다. 정타를 만들려는 생각으로 초기화 했고 그 결과가 이날 홈런과 2루타로 나타났다. 12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을 노리는 KIA에게는 호재이다.
"연습경기에 꾸준히 좋은 타구를 하나씩 만들어야 좋은 감을 갖고 시리즈에 들어갈 것 같다. 매 경기 좋은 타구를 생산하려고 노력하겠다. 생각자체도 야구가 굉장히 잘 된다는 주문을 넣고 있다. (2022년) 삼성과 KT 타이브레이크 경기를 봤다. 확실히 투수들이 신중하게 들어간다는 느낌을 받았다. 1등을 하다보니 야구가 넓게 보이는 같아 좋다"고 말했다.
경기후 인터뷰에서 도루에 강한 의욕을 보였다. "시리즈에서 도루는 할 수 있는 상황이면 자신있게 하겠다. 미친개처럼 뛰어다니고 싶다. 메이저리그 야구를 보면서 느꼈다. 잘 뛰는 선수가 있고 없고가 차이가 크다. 그런 선수가 있으면 팀에게는 되게 든든하고 좋을 것 같다. 이종범 선배님의 한국시리즈 영상을 찾았는데 안나와서 못봤다"며 웃었다.
1993년 야구천재 이종범은 뛰는야구로 시리즈 흐름을 가져왔다. 당시 해태는 삼성과의 한국시리즈 4차전까지 1승2패1무로 위기에 몰렸다. 역전의 돌파구는 천재 이종범의 발이었다. 4차전 첫 도루에 이어 5차전부터 무려 6개의 도루를 성공해 흐름을 가져왔다. 결국 5차전부터 3연승을 이끌고 시리즈 MVP에 올랐다. 빠른야구가 얼마나 효용성이 컸는지 보여준 시리즈였다.
이번 시리즈도 뛰는야구가 화두이다. 2위 삼성과 3위 LG 모두 뛰는야구가 강점이다. 큰 경기에서 그 위력이 드러나고 있다. 이범호 감독도 "상대의 빠른 야구를 막으면서도 우리도 뛰는 야구를 해야한다. 최원준, 박찬호, 소크라테스, 김도영 등 빠른 선수들을 잘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도영이 그 중책까지 맡겠다는 의지였다. 31년만에 바람의 전설을 재현할 것인지 주목이 되는 발언이었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