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이드 성공신화로 불리던 ‘우승 필승조’ 박시영(35)이 KT 위즈로부터 방출 통보를 받았다. 팔꿈치 수술 이후 재활을 거쳐 필승조로 복귀했지만, 전력외 선수로 분류되며 지난 7월 21일 수원 NC 다이노스전이 KT에서의 마지막 경기가 됐다.
프로야구 KT 위즈는 준플레이오프 5차전을 하루 앞둔 지난 10일 “11명의 선수들과 재계약하지 않기로 했다”라고 공식 발표했다.
KT에 따르면 투수 박시영(2008 롯데 2차 4라운드), 하준호(2008 롯데 1라운드), 조용근(2020 LG 육성선수), 박시윤(2018 KT 2차 3라운드), 김지민(2024 KT 육성선수), 한민우(2023 KT 육성선수), 윤강찬(2018 KT 2차 5라운드) 등 7명, 외야수 조용호(2014 SK 육성선수), 최정태(2023 KT 육성선수), 김규대(2021 KT 2차 10라운드), 홍현빈(2017 KT 2차 3라운드) 등 4명이 방출 통보를 받았다.
11명 가운데 가장 방출이 의외인 인물은 투수 박시영이다. 팔꿈치 부상에서 돌아와 1군 스프링캠프를 소화했고, 불과 세 달 전까지 KT 뒷문을 책임지던 필승 요원이었기 때문이다. 올해 기록도 26경기 1패 1세이브 4홀드 평균자책점 4.62로 준수한 편이었는데 왜 돌연 방출된 것일까.
제물포고를 나와 2008년 신인드래프트서 롯데 2차 4라운드 31순위로 입단한 박시영은 대기만성형 선수다. 롯데 시절 무려 8년 동안 잠재력을 터트리지 못했고, 191경기 6승 8패 11홀드 평균자책점 6.18의 아쉬운 성적과 함께 2020년 12월 KT로 트레이드 이적했다. 트레이드 당시 박시영보다 함께 이적한 내야수 신본기에 더 관심이 집중된 게 사실이었다.
박시영은 ‘투수 조련사’ 이강철 감독을 만나 우승 필승조로 재탄생했다. 2021년 5월 7경기 1승 평균자책점 2.57로 새 둥지 분위기를 익힌 그는 재정비를 거쳐 후반기 32경기 2승 3패 8홀드 평균자책점 3.21로 KT의 극적인 창단 첫 정규시즌 1위에 기여했다.
박시영은 롯데 시절 꿈도 못 꿨던 한국시리즈에도 한 차례 등판해 ⅔이닝 무실점 홀드를 수확했고, 당당히 생애 첫 우승반지를 거머쥐었다. 만년 유망주, 5선발, 패전조, 추격조라는 타이틀이 익숙했던 그가 통합우승팀 필승조로 거듭난 순간이었다.
박시영은 기세를 이어 2022년 주권, 김재윤과 함께 필승조에 편성됐지만, 5월 12일 KIA 타이거즈전에서 투구 도중 우측 팔꿈치 인대와 뼈를 다치며 수술대에 올랐다. 박시영은 그렇게 17경기 2패 5홀드 평균자책점 4.60을 남기고 시즌을 조기에 마쳤다.
박시영의 당초 예상 복귀 시점은 작년 8월이었다. 이강철 감독은 당시 손동현, 박영현, 김재윤에 박시영이 더해진 불펜왕국을 꿈꿨고, 박영현이 9월 말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차출됐을 때 박시영으로 공백을 메우는 플랜을 구상했다. 그러나 재활이 예상보다 더디게 흘러가며 KT는 박시영 없이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를 치렀다.
박시영은 인고의 재활을 거쳐 올해 2월 28일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서 한화 이글스 상대로 감격의 부상 복귀전을 치렀다. 그리고 4월 10일 창원 NC 다이노스전에서 수술 후 첫 1군 마운드를 밟고 적응 기간을 거쳐 6월 3홀드 평균자책점 1.86으로 우승 필승조의 귀환을 알렸다. 이후 7월 중순까지 계속 1군 무대에 섰지만, 7월 26일부로 엔트리 제외의 아픔을 겪었고, 그렇게 2군에서 시즌을 마쳤다.
KT 관계자에 따르면 박시영은 공을 던지는 것과 관계가 없는 부위에 이상이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다. 선수 본인은 현역 연장 의지가 강했지만, 불가피하게 KT와의 결별이 결정됐다.
한편 KT 관계자는 한창 준플레이오프가 진행 중인 시점에 방출선수 명단을 발표한 것과 관련해 “방출 선수들이 하루라도 빠르게 새 팀을 찾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최대한 빠르게 발표했다. 포스트시즌 참가 구단이 아니면 지금이 한창 내년 시즌을 구상할 시기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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