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지만, "이강철 나가"는 없었다. 이미 그들은 가을 기적을 썼기 때문이다.
프로야구 KT 위즈는 1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 포스트시즌 LG 트윈스와의 준플레이오프(5전 3선승제) 5차전에서 1-4로 패했다.
KT는 시리즈 전적 2승 3패로 아쉽게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다. 5위 결정전부터 시작된 마법의 가을 여정이 준플레이오프 5차전을 끝으로 마침표를 찍었다.
2차전 등판 이후 나흘을 쉰 선발 엄상백의 2이닝 4피안타 무사사구 2탈삼진 3실점(2자책) 조기 강판이 뼈아팠다. 3회말부터 불펜을 가동하는 초강수가 어느 정도 성공을 거뒀지만, 타선이 LG 토종 에이스 임찬규에 6회까지 무득점으로 꽁꽁 묶였다. 7회초 맞이한 무사 만루 절호의 기회에서 배정대의 야수선택으로 1점밖에 뽑지 못한 부분이 두고두고 아쉬웠다.
우승후보 평가와 달리 선발진의 줄부상으로 꼴찌로 출발한 KT는 팀명에 걸맞게 마법을 부리며 기어코 5강에 합류한 뒤 9월 초 4위까지 올라섰다. 그 때만 해도 무난한 와일드카드 결정전 진출이 예상됐지만, 9월 14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부터 7경기 2승 5패 하락세를 타며 두산에 4위 자리를 내줬고, 설상가상으로 막판 SSG 랜더스의 무서운 뒷심에 공동 5위가 되면서 KBO리그 최초의 5위 결정전을 치렀다.
5위 결정전마저 타선의 침묵으로 8회초까지 1-3으로 끌려갔던 KT. 그런데 8회말 기적이 일어났다. 선두타자 심우준이 우전안타로 노경은을 강판시킨 뒤 대타 오재일이 바뀐 투수 김광현 상대로 우전안타를 치며 무사 1, 3루 밥상을 차렸고, 멜 로하스 주니어가 등장해 극적인 역전 스리런포를 날리며 승부를 결정지었다. 5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한 순간이었다.
팀 KT의 기세는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도 맹위를 떨쳤다. 4위 두산을 상대로 1차전과 2차전을 모두 따내며 2015년부터 시작된 와일드카드 결정전 최초 5위의 업셋을 해냈다. 1차전에서 KT 킬러로 불렸던 곽빈을 1이닝 4실점 강판시킨 데 이어 에이스 윌리엄 쿠에바스가 6이닝 무실점 역투를 펼쳤고, 2차전에서 웨스 벤자민이 7이닝 무실점으로 1-0 신승을 이끌었다. ‘강철매직' 이강철 감독의 노련한 투수교체 및 용병술 또한 단기전에서 빛을 발휘했다.
KT는 정규시즌 3위 LG 트윈스와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마저 집어삼키며 플레이오프 진출 확률 87.9%를 따냈다. 문상철의 결승 투런포와 함께 고영표가 하루 휴식 후 선발로 나서 4이닝 1실점 56구 투혼을 펼쳤다. 이후 타격감이 살아난 LG 타선에 고전하며 2차전과 3차전을 연달아 내줬지만, 벼랑 끝에 몰렸던 4차전에서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간 뒤 11회말 심우준의 극적인 끝내기승리로 5차전 승부를 알리는 마법을 또 부렸다.
다음은 이강철 감독과의 일문일답이다.
-시리즈 총평
선수들 너무 잘해줬다. 두산, LG와 함께 좋은 경기해서 감사하다. 우리 선수들 항상 벼랑 끝이었는데 너무 잘 버텨왔다. 마지막 운이 LG로 갔다.
-시즌 시작부터 선발진 부상이 많았지만 여기까지 왔다
포스트시즌 자신감이 있었던 게 초반 빠진 전력이 돌아왔다. 투수가 받쳐주기 때문에 해볼만하다는 생각을 했다. 고영표, 소형준이 초반 마음고생 심했을 텐데 마지막 좋은 모습 보여줘서 후련하게 내년 시즌 준비할 수 있을 거 같다. (소)형준이가 이닝을 던져봐야 했는데 확인했다. 내년 선발야구가 가능할 거 같다.
-시리즈 통틀어서 가장 아쉬웠던 장면은
지는 경기는 다 아쉽다. 선수들 다 잘해줬다. 이기는 경기만 생각난다.
-김상수 대타 작전 의도는
컨택 능력과 상대 전적을 생각했다. 진루타를 쳐야한다고 생각했다. 조금만 따라가면 해볼 만하다고 봤다. 본인도 아쉬울 것이다.
-장성우가 도루를 많이 허용했다
보시다시피 포스트시즌만 7경기를 했다. 누굴 탓할 수 있겠나. 정말 잘해줬다.
-이번 시리즈 최대 소득을 꼽자면
투수 쪽에서 고영표가 시즌 때 많이 미안해했다. 그런데 가을야구 길게 갈 수 있게끔 정규시즌 마지막 3경기 투혼을 발휘했다. 많이 나가줬다. 소형준도 체크가 필요했는데 150km까지 나왔다. 그 부분이 소득이다.
-작년보다 KT 팬들이 늘어난 느낌이다
와일드카드 결정전, 준플레이오프 1차전 때도 말씀드렸는데 6년 만에 너무 많은 분들이 우리 팬들이 돼주셔서 감사하다. 그분들과 함께 0% 확률을 깨기 위해 오늘까지 왔는데 정말 감사하게도 마지막까지 응원해주셨다. 죄송하다. 얻은 것도 있으니 준비 잘해서 내년 좋은 경기력으로 팬들 만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
-앞선 시리즈와 달리 잠실구장에 “이강철 나가”는 나오지 않았다
일단 내가 (경기장을) 나가봐야 한다. 내가 나타나면 팬들이 갑자기 나가라고 할 수도 있다(웃음). 나도 웃을 수 있어서 좋다. 재미있는 시리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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