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도둑이래요".
KIA 타이거즈 외야수 최원준(27)은 한국시리즈 우승 반지를 갖고 있다. 이번 한국시리즈가 두 번째 경험이다. 지난 2017년 김기태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던 2017년 한국시리즈 우승 멤버였다. 당시 두산에게 첫 판을 내주었으나 내리 4연승을 거두고 통산 11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최원준은 당당히 한국시리즈 엔트리에 포함되었다. 그런데 숨기고 싶은 반전이 있다. 5차전까지 한 한 경기도 나서지 못한 것이다. 선발출전은 어려워 벤치의 백업멤버였다. 그런데 매경기가 접전양상이었고 나갈 수 있는 기회가 강제 봉쇄당했다. 계속 박수치면서 응원했다. 기뻤지만 허망한 우승이었다.
"2017년 아쉬움이 컸다. 나가고 싶었는데 그럴 상황이 없었다. 경기 나가면 벗어야 하는데 점퍼를 벗은 적이 없다. 그래도 보너스 받아서 좋았다. 벤치에서 시리즈를 보면서 언젠가는 은퇴할 때까지 꼭 뛰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우승반지는 잘 보관하고 있다. 경기 안나가고 우승반지를 받으면 '반지도둑, 반지루팡'이라고 하더라"며 웃었다.
작년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대표팀의 외야수로 낙점을 받아 대비훈련을 펼치던 도중 타구에 맞아 종아리 부상을 당했다. 큰 문제가 안될 것으로 생각하고 항저우로 건너갔는데 상태가 심각해졌다. 한 경기도 뛰지 못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너무 뛰고 싶었는데 아시안게임에서는 금메달 루팡이 되버렸다. 그래서 이번 한국시리즈는 더욱 기대되고 설레인다"며 각오를 다졌다.
최원준은 올해 의미있는 성장을 했다. 136경기에 출전해 506타석을 소화했다. 타율 2할9푼2리 9홈런 56타점 76득점 21도루, OPS(장타율+출루율) .791를 기록했다. 3할 타율을 실패했지만 홈런과 2루타 등 장타가 늘어났다. "3할 보다는 10홈런과 OPS .800을 넘기고 싶었는데 아쉽다. 생각만큼은 아니지만 원래 모습으로 돌아온 것 같아 다행이다. 어느 정도 만회하는 시즌이었다"고 자평했다.
타율 3할, 30도루, 15홈런, OPS .800은 내년의 숙제로 남겼다. "중장거리 타자가 되어야 선수의 값어치가 있다. 도루는 30~40개 할 수 있는데 타선이 좋아 도루를 안해도 득점이 가능했다. 잘하고 싶은 마음이 커서 꾸준하지 못했다. 조급하지 않았다면 더 잘했을 것이다. 올해 많은 경험을 했다. 아프지 않아서 다행이고 홈런과 2루타가 많은 것은 긍정적이다"고 덧붙였다.
2017년과 달리 이번 한국시리즈는 주전으로 나선다. 중견수 또는 우익수로 출전할 것으로 보인다. 13일 시작하는 플레이오프에서 격돌하는 LG와 삼성을 상대로 강했다. LG전 4할4푼9리, 삼성전 3할5푼4리에 3홈런을 터트리기도 했다. 이범호 감독도 "두 팀 투수들에게 잘쳤다"며 붙박이 주전 기용 의지를 보였다. 반지도둑이 아닌 진짜 반지의 주인이 될 기회를 잡은 것이다.
최원준은 "올해는 팀이 힘들고 중요할 때 못하지 않았다다. 2위 LG와 삼성에 스윕하면서 추격위기를 넘길때 잘한 것 같다. 시리즈에서도 이런 활약이 필요할 것 같다. 어떻게든 이기기만 하면 된다. 그런 부분 준비를 잘하겠다. 형들이 시리즈에서는 주저하지 않고 공수주 모두 과감하게 하라는 조언을 해주고 있다. 과감하게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