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다저스는 지난겨울 대형 선수들을 대거 영입했다. 투타겸업 스타 오타니 쇼헤이(30)에게 10년 7억 달러로 역대 최고 대우를 했고, 또 다른 일본 스타 야마모토 요시노부(26)에겐 12년 3억2500만 달러로 투수 역대 최고액 투자를 했다. 탬파베이 레이스와 트레이드를 통해 받아온 투수 타일러 글래스노우(30)와도 5년 1억3650만 달러에 연장 계약하며 큰돈을 아낌없이 썼다.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한 영입 선수가 있었으니 바로 외야수 테오스카 에르난데스(32)였다. 2016년 휴스턴 애스트로스에서 데뷔한 뒤 2018년 토론토 블루제이스에서 주전으로 성장한 에르난데스는 2021년 32홈런을 치며 올스타에 선정됐다. 지난해에는 시애틀 매리너스에서 뛰며 3년 연속 25홈런 이상 기록했다.
지난겨울 보스턴 레드삭스, LA 에인절스에서 다년 계약을 제안했지만 이를 뿌리친 에르난데스는 다저스와 1년 2350만 달러에 단기 계약했다. 그 중 850만 달러를 2030~2039년 추후 지급받는 ‘디퍼’ 조건까지 넣어 구단 친화적인 계약을 했다. 올해 실질적으로 받는 연봉은 1500만 달러. 예상보다 낮은 가격으로 왔는데 다저스에 신의 한 수가 됐다.
올 시즌 에르난데스는 154경기 타율 2할7푼2리(589타수 160안타) 33홈런 99타점 OPS .840으로 활약하며 두 번째 올스타에 뽑혔다. 개인 한 시즌 최다 홈런을 치며 앞선 2년보다 전체적인 타격 성적을 끌어올렸다. 여세를 몰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NLDS)에서도 5경기 타율 3할3푼3리(18타수 6안타) 2홈런 7타점 OPS 1.067로 맹타를 휘두르며 다저스 타선을 이끌었다.
특히 3차전에서 1-6으로 뒤진 3회 샌디에이고 선발 마이클 킹에게 만루 홈런을 터뜨리며 추격을 알렸다. 비록 경기는 졌지만 다저스가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걸 보여줬다. 이어 5차전에서 1-0으로 앞선 7회 다르빗슈 유에게 쐐기 솔로 홈런을 폭발하며 다저스의 2-0 승리에 기여했다. 오타니가 NLDS에서 스리런 홈런을 때린 1차전 이후 부진했지만 에르난데스가 해결사로 나섰다.
‘MLB.com’도 지난 13일(이하 한국시간) ‘에르난데스가 과소평가되거나 영향력이 잘 드러나지 않는 게 새로운 일이 아니다. 오프시즌 내내 다저스는 눈에 띄는 행보를 보였고, 1월이 됐을 때 이미 슈퍼 팀으로 불렸다. 이런 찬사 속에서 에르난데스가 가장 의미 있는 마지막 영입이었다는 사실을 잊기 쉽다. 그는 에인절스나 보스턴과 다년 계약을 맺는 대신 1년 계약으로 다저스를 택했다. 그는 여전히 최고 기량을 유지하고 있음을 모두에게 증명하고 싶어 했고, 임무를 완수했다. 다저스 타선이 절실히 필요로 한 건강한 방망이를 제공했다. 포스트시즌에선 2개의 중요한 홈런을 쳤다’고 조명했다.
앤드류 프리드먼 다저스 야구운영사장은 3차전에서 에르난데스의 추격 만루 홈런을 떠올리며 “우리가 약간 슬럼프에 빠져있을 때였다. 경기는 졌지만 그의 만루 홈런이 우리 덕아웃에 큰 의미가 있었다”며 반격의 서막이 됐다고 평가했다. 2루수 개빈 럭스는 “투아웃 득점권 상황에 에르난데스가 나오면 매번 안타를 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는 타점 기계”라고 결정력을 치켜세웠다.
도미니카공화국 출신인 에르난데스는 라틴계 선수들을 이끄는 형님 역할도 하고 있다. 쿠바 출신 신인 외야수 앤디 파헤스는 “에르난데스는 내게 많은 도움을 줘다. 내가 그를 좋아하는 이유는 무슨 일이 있어도 항상 행복하고 긍정적이라는 점이다. 그는 내가 어떻게 하면 더 발전할 수 있는지, 힘든 상황을 벗어날 수 있는지 알려주며 도와준다. 그가 내게 얼마나 도움이 됐는지는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다”고 고마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