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즐기진 못했지만…선수들과 팬분들이 즐긴 것에 위안을 삼고 싶다.”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의 ‘캡틴’ 구자욱(31)이 하루 늦은 MVP 소감을 밝혔다.
구자욱은 지난 13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포스트시즌 LG 트윈스와의 플레이오프(PO·5전3선승제) 1차전에 3번 타자 우익수로 선발 출장, 3회 결정적인 스리런 홈런 포함 4타수 3안타 3타점 3득점으로 맹타를 휘둘렀다.
삼성의 10-4 완승과 1차전 기선 제압을 이끈 구자욱은 데일리 MVP에 선정됐지만 경기를 마치자마자 그라운드를 빠져나갔다. MVP 포토 타임과 취재진 인터뷰를 생략했다. 어지럼증에 따른 구토 증세 탓이었다. 경기 후 인근 병원으로 이동한 구자욱은 수액을 맞고 안정을 취했다.
14일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2차전을 앞두고 구자욱이 인터뷰실에 들어서며 취재진과 마주했다. 다소 핼쑥해진 얼굴의 구자욱은 “지금 몸 상태는 괜찮아진 것 같다. 어제 경기 전부터 두통이 왔는데 최대한 쉬면서 경기했다. 몸이 안 좋다 보니 긴장할 겨를이 없었다”며 “원래 편두통이 있는 편이다. 팀에 피해를 줄까 걱정이 많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1회 첫 타석부터 2루 내야 안타를 치고 나간 구자욱은 3회 무사 1,3루 찬스에서 우중단 담장을 넘어가는 스리런 홈런을 폭발했다. LG 선발 최원태의 3구째 가운데 높게 들어온 커터를 놓치지 않고 받아쳤다. 비거리 125m 스리런 홈런으로 승부의 추가 삼성 쪽으로 확 기운 한 방이었다.
홈런 상황에 대해 구자욱은 “앞에서 (김)지찬이랑 (윤)정빈이가 편하게 칠 수 있게 출루를 해줬다. 편안한 상황에서 어떻게든 컨택을 해서 1점이라도 도망 가는 점수를 내려고 했다. 제가 좋아하는 코스에 들어와서 저도 모르게 홈런 나왔다”고 돌아봤다.
이어 그는 “라팍에서 가을야구 첫 승인데 내가 거기에 있어서 더 기분 좋았다. 제가 잘한 것보다는 수비도 좋았고, 모든 선수들이 덕아웃이든 그라운드 안이든 다들 집중해줬다. 모든 선수들이 너무 잘했다”고 공을 돌렸다.
삼성은 4회 김영웅의 솔로포, 5회 르윈 디아즈의 투런포까지 홈런 3방이 터지며 주도권을 잡았다. 유격수 이재현, 3루수 김영웅의 호수비 속에 선발 데니 레예스의 호투가 이어지면서 공수에서 LG를 압도했다.
경기 내내 삼성 팬들이 열광할 수밖에 없는 좋은 경기력이었지만 어지럼증이 있던 구자욱은 이를 만끽할 수 없었다. 평소처럼 덕아웃에서 화이팅도 낼 수 없었지만 든든한 동료들이 목소리를 채워줬다. “(박)병호 형, (강)민호 형부터 어린 선수들까지 벤치에서 파이팅을 많이 내줘서 내가 딱히 파이팅을 안 내도 좋은 분위기였다. 선수들에게 너무 고마웠다”며 “제가 그렇게 즐기진 못했지만 팬분들이나 선수들이 즐긴 것에 위안을 삼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이재현, 김영웅, 윤정빈 등 가을야구가 처음인 어린 선수들의 활약도 칭찬했다. 구자욱은 “표정도 좋고, 활기차게 하는 모습에서 잘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재미있게 즐기는 모습이었다. 어린 선수들이 결과를 내면서 한층 더 자기 경험을 쌓아나가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 앞으로도 잘할 것이다”고 기대했다.
구자욱은 이날도 3번 타자 우익수로 정상 출장한다. 구자욱은 “걱정하실 정도로 몸 상태가 안 좋은 건 아니다.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다”며 “LG도 워낙 좋은 팀이기 때문에 긴장을 늦추지 않고 끝까지 플레이해야 한다. 최대한 분위기를 잡아서 최소 경기로 한국시리즈에 올라가는 게 목표다. 그래야 우리 선수들도 충분한 휴식을 취할 수 있다”고 의지를 불태웠다.
하지만 이날 오후부터 내린 비가 점점 굵어졌고, 결국 오후 4시47분 우천 취소 결정이 났다. 2차전은 15일로 하루 미뤄졌다. 구자욱으로선 하루 푹 쉬고 재충전할 수 있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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