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비로 플레이오프 2차전 선발투수 매치업이 바뀌었다. 먼저 1승을 거둔 삼성 라이온즈에도 크게 나쁠 건 없지만 가을야구를 6경기나 치르며 피로가 쌓인 LG 트윈스에 더 반가운 비가 될 것 같다.
14일 오후 6시30분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치러질 예정이었던 2024 프로야구 LG와 삼성의 플레이오프(PO·5전3선승제) 2차전이 우천으로 하루 연기됐다.
이날 오후부터 대구 지역에 비가 내리기 시작했고, 비 예보를 미리 체크한 구장 관리팀이 내야에 대형 방수포를 미리 깔아놓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도 비가 그치지 않았고, 날이 어둑어둑해졌다. 빗줄기가 갈수록 굵어졌고, 저녁에도 비 예보가 있어 결국 오후 4시47분에 취소 결정이 났다.
플레이오프 역대 6번째, 포스트시즌 역대 20번째 우천 연기. 이날 취소된 경기는 15일 하루 미뤄진다.
먼저 1승을 올린 삼성으로선 내심 아쉬울 비다. 전날(13일) 1차전에서 2주간의 실전 공백이 무색하게 경기 초반부터 타선이 폭발했다. 3회 구자욱의 스리런, 4회 김영웅의 솔로, 5회 르윈 디아즈의 투런까지 홈런 3방 포함 장단 14안타가 터지면서 10-4 완승을 거뒀다. 이날 비로 하루 쉬면서 1차전에서 좋은 타격감과 기세가 한풀 꺾일 염려가 있다. 무엇보다 상대팀 LG가 얻는 이득이 커 보인다.
당장 선발투수가 바뀌었다. 우천 취소 전 2차전 선발로 예고된 디트릭 엔스 대신 손주영이 15일 2차전에 나선다. 엔스는 준PO 1차전, 4차전을 나서며 3일 휴식을 가졌다. 이번에는 4일 휴식 등판으로 다소 무리가 가는 상황에 추가 휴식을 줄 수 있게 됐다.
여기에 손주영이란 더 강한 선발 카드를 꺼냈다. 손주영의 최근 흐름은 엔스보다 좋다. KT와의 준PO 3차전, 5차전 모두 구원으로 나서 7⅓이닝 2피안타 1볼넷 11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지난 11일 열린 5차전에서 2이닝 29구를 던진 뒤 3일 휴식을 갖고 선발 마운드에 오르게 됐다.
염경엽 LG 감독은 비로 인해 시리즈 흐름이 바뀔 것인지에 대해 “바뀌겠죠. 선발투수가 바뀌었다”며 “엔스도 계속 3~4일 휴식 로테이션을 도는 것보다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나가는 게 좋다”며 “모레(16일) 휴식일이 있으니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를 2이닝 쓰는 데 있어 부담이 없어졌다. 우리로선 (투수 운영에서) 조금 더 확률 높은 옵션을 가질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비가 온 것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KT와의 준PO를 5차전 끝까지 가면서 알게 모르게 야수들에게 쌓인 체력적인 부담도 있었다. 1차전 패배로 피로감이 가중될 수 있는 상황에서 이날 비로 안 좋은 흐름을 끊어갈 수 있게 된 것도 크다. 염 감독도 “하루 쉬었으면 좋겠다 싶었는데 마침 비가 와줬다. 우리한테 도움이 되는 비가 될 것 같다”며 미소를 지었다.
LG가 얻는 이득이 더 크긴 하지만 삼성으로서도 크게 나쁠 건 없다. 먼저 삼성도 1차전 선발 데니 레예스를 3일 휴식으로 4차전에 선발 쓸 계획이었다. 하지만 비 덕분에 레예스가 하루 더 쉬며 4일 휴식을 갖고 4차전 마운드에 오를 수 있게 됐다.
아울러 어지럼증으로 구토 증세를 보였던 중심타자 구자욱도 하루 푹 쉬며 재충전 시간을 갖게 된 것도 긍정적이다. 구자욱은 전날(13일) 1차전에서 3회 결정적인 스리런 홈런 포함 4타수 3안타 3타점으로 활약했지만 편두통에 구토 증세를 보여 경기 후 인근 병원으로 이동해 수액을 맞았다. 또한 2루수 류지혁도 이날 우천 취소 전 훈련 중 좌측 목에 가벼운 담 증세로 한의원에서 침 치료를 받았다.
삼성으로선 1차전 기세가 아쉽긴 하지만 레예스의 추가 휴식과 구자욱, 류지혁의 컨디션을 고려하면 마냥 나쁘게 볼 비는 아니다. 비로 인한 유불리는 결국 2차전과 시리즈 결과가 말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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