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흑백요리사' 제작진이 프로그램 비하인드와 시즌2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15일 서울 종로구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는 넷플릭스 ‘흑백요리사’ 김학민 PD&김은지 PD&모은설 작가 인터뷰가 진행됐다.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은 지금껏 요리 서바이벌에서 본 적 없는 파격적인 미션, 마치 스포츠 경기와 무협지를 보는 듯한 역동적인 서바이벌로 전 세계를 사로잡았다. 요리에 진심인 흑백 셰프들의 치열한 경쟁, 압도적인 스케일과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예측불허 결과로 박진감과 도파민을 폭발시켰다.
특히 '흑백요리사'는 지난달 17일 공개 이후 한국에서 선보인 예능 최초로 3주 연속 넷플릭스 글로벌 TOP 10 TV 비영어 부문 1위를 기록하는 등, 큰 화제성을 모으자 넷플릭스는 시즌2 제작을 확정하고 더욱 치열한 요리 계급 전쟁을 펼칠 예정.
빠르게 시즌2를 확정하게 된 가운데, 김학민 PD는 "사실 처음 기획하기만 해도 드린 말씀이, 이 프로그램으로 가장 듣고 싶은 이야기가 뭐냐, 라고 했을때 ‘시즌 2 빨리 내놔라’라는 말이었다. 그게 현실화가 되어서 너무 기쁘고 감사하다"라고 소감을 전했고, 김은지 PD는 "안할 이유가 없었다. 결정을 뒤로 미룰 이유가 없었었다. 넷플릭스도 그렇고, 제작진도 ‘이건 시즌2를 가야한다’라는 마음이 빨리 합쳐졌다"라고 설명했다.
모은설 작가는 "아무래도 '흑백요리사'가 기존의 요리쇼와는 달랐던 거 같다. 기획 단계부터 심사위원은 물론, 국내 셰프가 100명이나 나온다는 점에서 국내 흥행은 어느 정도 생각했지만, 글로벌은 예상 못 했다. 근데 공개하고 나서 국내 반응이 너무 좋아서 커뮤니티 반응을 확인하는데 ‘댓글 알바를 쓰나?’ 싶을 정도로 너무 호평이라 들떠있었다. 글로벌 반응은 일주일 뒤에 나오니까, 초조해하고 있었는데, 다행히도 글로벌도 1위를 하게 되었다. 기존의 요리 프로와는 다른 구조, 볼거리가 있어서 성행했다고 생각한다"라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시청자들의 뜨거운 반응과 비판 의견에 대한 생각도 전했다. 김학민 PD는 "어느 부분이 호평이고 혹평이었는지는, 다 아시는 부분일 테니까, 그걸 굳이 이야기하긴 그렇지만, 모든 건 다 예상과 달랐다. 예측불가능하다는 표현이 적절한 거 같다. 어떤 미션이 사랑받고 혹평받을지는 다 만들어놓고 ‘즐겨주세요’ 하고 던지는 것밖에는 말할 수 없는 부분인 것 같다"라고 돌아봤다.
김은지 PD는 "공개 1주 차 때부터 반응이 이렇게 뜨거워질 줄 몰랐고, 편집 호평을 이렇게 해주실지 몰랐다. 하던 대로 했을 뿐인데, 편집까지 칭찬해 주시는 걸 보고, 이 쇼에 대한 사랑이 가득하시구나 싶었다. 제작진까지 관심을 두는 걸 보고, 이 사랑이 심상치 않구나 싶더라"라며 "또 팀전 미션을 계속하는 것에 있어서 이렇게 선호도가 떨어질지는 예상하지 못했었다. 라운드가 여섯 개에 걸쳐서 두 번의 팀전이 있는게 제작진 입장에선 치우쳐진 미션이라 예상을 못 했는데, 비선호하는 부분이 있어서 그 피드백을 잘 듣고 있다"고 전했다.
모은설 작가는 "안성재 심사위원이 의도를 물어봤듯, 제작진도 모든 미션이 의도가 있었다. 의도 없이 배치한 것은 없고, 일어날 변수까지 예상으로 해서 매 라운드마다 배치를 했다. 시청자분들이 대한민국 요리사 100명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을때, 다채로움을 원하실거라 생각했다. 그 기대감을 충족시켜야 한다는 생각으로 클래식한 요리쇼의 기본과 함께, 그 관심을 어떻게 끌어올까, 에 새로움을 넣으려고 준비했다"라며 "호평과 악평, 이 피드백을 제작 후 편집을 하고 이제서야 받는거라, 제작진이 모든 반응을 보고 공유 중이다. 저희도 몰랐던 피드백이 있기에, 시즌2 확정되었으니 많이 보완하며 이야기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프로그램을 '견인' 했던 백종원X안성재 두 심사위원에 대한 이야기도 전했다. 김학민 PD는 백종원에 대해 "요리 프로그램에 많이 출연을 한것은 사실이지만, 심사는 또 오랜만이었다. (제작진 측에서) 걱정되는 부분도 있었겠지만, 그걸 능가하는, 훨씬 많은 부분을 가지신 분이니까. 그분만큼 다양한 식재료를 겪어보시고, 그걸 체험해보신 분은 없기에. 저희는 오히려 우려보다는 기대가 컸었다"라고 돌아봤다.
모은설 작가는 "같은 출연자라도 옆에 누가 있고, 어떤 상황에 놓이냐에 따라 다른 모습이 나올거라 생각한다. 백종원 선생님 옆에 누가 그를 긴장감을 가지게 할 것이냐, 주어지지 않은 구조, 전형적이지 않은 요리 프로 룰을 생각해서 심사위원분으로 안성재 씨를 픽스하기까지 신중을 기울였던 것 같다"라고 전했고, 김은지 PD는 "(안성재 셰프를) 만나자마자, 등장하실 때부터 아우라가 풍겼다. 저희가 모수를 찾아가서 미팅을 처음 했는데, 생각보다 키가 엄청 크시고 덩치가 크셔서 아우라가 있으시더라. 그때 하신 말씀이, ‘저희가 대한민국 요리 실력자를 한군데 모을 거다. 경력도, 미슐랭 스타가 있기도 하다. 다들 과연 누가 심사를 할지가 고민이라고 하더라. 자존감도 세시고, 요리에 자부심이 있으신 분들인데, 심사위원에 따라 받아들이는 게 다를 수도 있겠다.’라는 이야기를 했더니 ‘제가 심사하면 대한민국 그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실 것’이라고 하더라. 거기에 저희도 설득이 되었다. 그게 정말 허풍이 아니라, 팩트인 것 같더라. 대한민국 유일의 쓰리스타이시니까. 한마디에 매료됐었다"라고 떠올렸다.
100인의 셰프 섭외 비하인드도 들을 수 있었다. 김학민 PD는 "작가님들이 정말 시즌1에 섭외 고생을 많이 하셨다. 다양한 출연진을 꾸리는 데에 있어서 자료 조사와, 지원 권유까지, 일당백의, 소수 인원으로 긴시간 동안 고생을 많이 하셨었다. 아마 시즌2도 고생하실텐데"라고 우려를 표했다. 그러자 모은설 작가는 "고생스러웠던 이유가. 흑수저 백수저 구조도 발설 할수가 없고, 다 비밀에 부쳐져 있었다. 그래서 모든 분들께 백명중의 한명의 챌린저로 참여를 하셔라, 라고 하는데, 근데 저희가 진심을 다해 커리어와 이름에 누가 되지 않도록 설득하는 수 밖에 없었다. 그 과정이 너무 힘들었다. 섭외 준비만 두달 정도 하는데, 중간에 한 작가가 그만두겠다고 한 적도 있었다. 대가인 셰프님들께 요리 서바이벌에 무턱대고 나오라고 하는게 너무 미안했고, 계급으로 나누는 것도 실례인거 같아서 불편하다고 하더라"라며 "(프로그램) 오픈이 되고 이 계급이 노이즈를 위한 구성이 아니라, 엣지 있는 요리쇼를 위한 요소였기 때문에 보고 시청자들도 좋아해주신 거 같다"라고 전했다.
'특히 섭외가 어려웠던 셰프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제작진은 최현석, 정지선 셰프를 언급했다. 특히나 최현석 셰프는 여러 차례 출연 번복을 하기도 했다고. 모은설 작가는 "오늘은 한다고 했다가, 다음날엔 안 한다고 하셨다가, 전화를 안 받고 잠수를 타시기도 하더라"라고 웃었고, 김학민 PD는 "쉽지 않았고. 어쨌든 예능처럼 보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크셨던 거 같다. 이게 과면 진지한 쇼였나에 대한 고민이지 않았을까"라며 "정지선 셰프님의 경우는 한 시간 동안 통화를 해서 설득을 하기도 했다"라고 전했다.
또한 모은설 작가는 "개인적으로 섭외를 하며 가장 기뻤던 건, 에드워드 리 셰프님이다. 아무래도 아이언 셰프 우승자에 백악관 출신인데, 이런 분 꼭 한 분이 계셨으면 좋겠는 거다. 이분이 참여하실 리가 전혀 없는데, 농담 삼아 회의하다가 막내 피디에게 ’메일을 보내봐라’고 했었다. 그렇게 매일매일 메일을 보내놓고 답장 체크를 했는데, 연락이 없으시다가 제작진 미팅을 하고 싶다고 해서 줌으로 설득을 한 후 며칠 후에 참여하겠다고 답변하셨었다. 그때 제작진이 너무 크게 기뻐하고, 다 같이 박수를 쳤었다"라고 회상했다.
아쉬운 반응에 대한 상세한 피드백도 전했다. 팀 레스토랑 미션 논란과 관련해 김학민 PD는 "저희가 보여드리고 싶은 미션이라는 것이 사실 결과적으로는 항상 새로운 것들이다. 새롭게 미션을 짜서 도전하는 모습을 보여드리는 거고, 레스토랑 미션뿐이 아니라 참가자분들이 ‘이게 미션이 우리에게 좀 쉽다’고 하더라. 이 셰프분들은 다 프로분들이시다. 100인, 레스토랑 미션이 조금 더 하드하게 가도 됐을 법한 부분이 있었는데, 조금은 수월했다고 하는 반응이 많았었다. 그게 한편으로는 의외이기도 했다"라며 "(혹사 반응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있고. 시즌2에서 충분히 개선될 수 있도록 고민해 볼 것 같다. 서바이벌 미션에 있어서 다양한 것들을 주기 위해 고민한 부분들이 있기도 하고. 여러 점을 고려해서 불편한 점이 없는 시즌2가 되도록 하겠다"라고 전했다.
더불어 '의도적으로 흑백 셰프 참가자의 비율을 맞췄다'라는 의혹에 대해 김은지 PD는 "제작진은 정말 현장에서 시청자 마음이다. 심사위원 두 분께 오롯이 맡겨진 결정이라, 제작진은 뒤에서 결과를 주시기만을 기다리는 거다. 결과가 나왔을 때는 그 결과를 돋보이기 위해 편집을 한 것뿐"이라고 해명했다. 김학민 PD 역시 "프로그램 미션 자체가 어느 한순간 흑이나 백 수저가 남는다고 해도 이상한 룰이 아니다. 흑-흑 요리사가 되어도 어쩔 수 없어, 이대로 가야 해. 하고 감안했었다. 인위적으로 흑백 비율을 맞춰서 적용하는 순간, 그거야말로 요즘 시청자들이 원하지 않는 룰이라 생각했다. 그 과정이 재미있게 담기는 게 중요한 거지, 흑백이 동등하게 올라가는 게 중요하다고는 생각 안 했다. 맛으로만 표현하다 보니, 한편으로는 아쉽기도 하고. 저희가 무슨 변태도 아니고. 제작진이 출연자의 숫자 맞췄다는 반응이 많아 아쉬웠다"라고 솔직한 심정을 털어놓았다.
끝으로 모은설 작가는 "이분들 모실 때, 자신의 업을 걸고 하시는 분들이고, 오디션이 끝이 아니라 업장이 있으니까. 절대 피해가 가거나, 불이익이 가서는 안된다는 마음을 가지고 준비를 다 했다. 이분들이 이 쇼에서 허둥지둥하거나, 자신들의 베스트를 내지 않으면 절대 안 된다고 생각해서 이분들에게 맞춰서 준비했다. 화구, 수압 모두 체크했고, 이분들이 베스트 요리를 만들 수 있게 환경, 재료 수급을 더블 체크했다"라며 "제작진 입장에서는 기존의 요리 서바이벌과 달라야 한다고 생각해서 다른 장치를 배치했는데, 시청자분들은 순수하게 요리에 미친 셰프들의 진심에 열광해 주신 거 같다. 그래서 백 흑수저를 나눴을 때도 서로 불편함을 느끼실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오픈 후에 백은 흑에, 흑은 백에게 리스펙과 응원하는 마음이 있더라. 탈락하시더라도 남 탓이나 심사위원을 욕하는 게 아니라 자신보다 잘한 분들을 인정하고 응원하며 키친을 떠나는 모습을 시청자분들이 가장 다른 서바이벌과 달리 좋아해 주신 부분인 거 같다. 그 기조는 꼭 지켜서 제작하려고 한다"라며 시즌2에 대한 기대감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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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넷플릭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