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니 쇼헤이(30·LA 다저스)가 가을야구에서 극과 극 모습을 보이고 있다. 득점권에선 놀라운 결정력 보이고 있지만 주자가 없을 때 19타수 무안타로 침묵 중이다.
오타니는 지난 15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NLCS·7전4선승제) 2차전에 1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장, 3타수 무안타 2볼넷 2삼진을 기록했다. 볼넷 2개로 멀티 출루했지만 시원한 타격이 나오지 않았다.
뉴욕 메츠 좌완 선발 션 마네아를 맞아 힘을 못 쓴 경기였다. 1회 첫 타석에서 마네아의 5구째 한가운데 높은 싱커에 타이밍을 맞추지 못해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난 오타니는 3회 싱커 3개에 삼진을 당했다. 3구째 바깥쪽 높은 싱커에 배트도 못 내밀고 얼어붙었다. 5회에도 바깥쪽 스위퍼에 타이밍을 빼앗기며 1루 내야 뜬공 아웃.
7회, 9회 메츠 불펜 상대로 볼넷 출루했지만 기대했던 한 방이 나오지 않았다. 이날 2차전도 다저스가 3-7로 패하면서 시리즈 전적 1승1패가 됐다. 득점권에서 9타수 1안타에 잔루 10개를 남긴 타선의 결정력이 아쉬웠다.
오타니에게도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다.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오타니는 주자가 없을 때 19타수 무안타로 공격 활로를 뚫지 못하고 있다. 주자가 있을 때는 8타수 6안타 1홈런 5타점 3볼넷으로 무서운 결정력을 발휘하고 있지만 주자가 없을 때는 볼넷 2개로 출루한 게 전부. 삼진만 10개 당하며 무기력했다.
정규시즌 때 오타니는 주자가 없을 때 타율 3할1푼1리(376타수 117안타) 32홈런 OPS 1.036으로 활약했다. 득점권(타율 .283 8홈런 OPS .905)보다 성적이 훨씬 좋았다. 무키 베츠가 사구로 인한 손목 골절상으로 이탈한 6월 중순분터 2번에서 1번으로 타순이 올라갔고, 베츠가 복귀한 뒤에도 1번으로 계속 고정됐다.
그런데 포스트시즌에 와서 주자가 없을 때 활로를 열지 못하면서 오타니의 타순 변경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닝 선두타자로 자주 나서야 하는 1번보다 주자를 두고 해결할 수 있는 2~3번 타순에 배치하는 게 낫다는 의견도 나온다. 2차전을 마친 뒤 공식 기자회견에서도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에게 이같은 질문이 나왔다.
로버츠 감독은 “오타니의 타순을 내릴 생각은 없다. 공격적인 측면에서 우린 꽤 잘해왔다고 생각한다”며 “오타니의 타순을 내린다고 해서 큰 이득이 있을 것 같진 않다. 오타니가 한 경기에서 5타석은 들어서는 게 좋다. 우리 팀 최고의 타자이기 때문에 5타석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포스트시즌이라서 두드러지긴 하지만 이제 7경기밖에 하지 않아 표본이 큰 기록은 아니다. 로버츠 감독은 최고 타자 오타니가 한 타석이라도 더 들어설 수 있는 1번으로 계속 밀어붙일 생각이다.
문제는 타순이 아닐 수 있다. 주자 유무와 관계없이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두드러지는 오타니의 약점은 좌투수 상대 부진이다. 우투수 상대 타율 2할5푼(16타수 4안타) 1홈런 4볼넷 5삼진 OPS .838을 기록 중이지만 좌투수 상대로는 타율 1할8푼2리(11타수 2안타) 1볼넷 7삼진 OPS .432로 꽁꽁 묶였다. 정규시즌 때도 우투수(타율 .322 42홈런 OPS 1.128)보다 좌투수(타율 .288 12홈런 OPS .867) 상대로 다소 약했는데 포스트시즌에 와선 그 약점이 심각한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