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대도시의 사랑법'이 일부 선입견을 갖고 있는 대중들의 마음까지 돌릴 수 있을까?
16일 오후 서울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는 티빙 드라마 '대도시의 사랑법'의 하이라이트 상영회 및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이 자리에는 : 허진호 감독, 홍지영 감독, 손태겸 감독, 김세인 감독, 박상영 작가, 주연 배우 남윤수, 오현경, 권혁, 나현우, 진호은, 김원중 등이 참석했다.
'대도시의 사랑법'(각본 박상영, 감독 허진호·홍지영·손태겸·김세인, 제작 ㈜메리크리스마스·㈜빅스톤스튜디오)은 작가 고영이 다양한 만남을 통해 삶과 사랑을 배워가는 청춘의 로맨스를 그린다. 드라마의 원작이 되는 동명의 베스트셀러 연작소설집에 실린 4편 전체를 원작자 박상영 작가가 극본화해 오리지널리티에 힘을 더했고, 한 편의 유기적인 스토리텔링으로 연결하면서 책과는 다른 새로운 설정들을 더했다. 원작은 2022년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과 2023년 더블린 문학상 후보에 오른 바 있다.
무엇보다 에피소드별로 연출을 달리하는 할리우드 시스템을 차용해, 4명의 감독이 에피소드를 나눠서 각각의 연출 스타일이 돋보이는 1화 50분 분량, 2화씩 총 8편의 시리즈를 완성했다. 단편 '야간비행'으로 칸국제영화제 시네파운데이션 3등상을 받은 손태겸 감독이 1~2화 '미애'를 , 한국 멜로영화의 거장이자 '봄날은 간다' '8월의 크리스마스' 허진호 감독이 3~4화 '우럭 한 점 우주의 맛'을, '결혼전야' 홍지영 감독이 5~6화 '대도시의 사랑법'을, '같은 속옷을 입는 두 여자' 김세인 감독이 마지막 7~8화 '늦은 우기의 바캉스'를 연출해 대미를 장식한다.
손태겸 감독은 지난 1월 개봉한 동명의 영화와의 차별점에 대해 "첫 포문을 열어야 하는 시리즈라서 경쾌함, 명람함을 염두에 뒀다. 연령대가 어린 고영을 다뤄야했고 발칙함이 있다고 생각했다. 초반에 가져갈 수 있는 다이내믹함을 가져가야했고, 20대 초반 설정과 나이를 가질수 있는 우정과 에피소드 등 좌충우돌 시행착오가 있었다. 거기서 오는 발랄한 에너지를 담으려고 노력했다"며 "동명의 영화가 있고, 때마침 같이 공개 시기도 비슷했다. '차별점을 가져갈까?'보단 방향과 다른 색깔과 톤앤매너가 정해져 있다고 생각했다. 책에 있는 연작을 다루면서 고영 주변의 서사, 고영 남자들의 멜로 라인, 톤앤매너가 더 두터웠다고 생각했다. 영화와 다른 매력으로 작용한다고 본다. 결과적으로 원작과 드라마도, 영화도, 각기 사랑받길 바란다"고 밝혔다.
'인간수업', '연모', '오늘의 웹툰' 등의 드라마에서 다양한 캐릭터로 연기 스펙트럼을 넓힌 남윤수가 주인공이자 성소수자 고영의 20대부터 30대까지 사랑의 연대기를 연기한다. '오늘의 웹툰' 이후 2년 만의 드라마 복귀작이다. 공백 기간에 아픈 아버지를 위해 신장을 기증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왓챠 1위를 석권한 '신입사원'의 권혁이 고영의 첫 번째 사랑 남규 역을, 영화 '기적'으로 백상예술대상과 부일영화상을 수상한 이수경이 미애 역을 맡았다. JTBC '인간실격', tvN '세작, 매혹된 자들'에서 밀도 높은 감정 연기를 선보인 나현우가 두 번째 사랑 영수 역을, 믿고 보는 오현경이 고영의 엄마 은숙 역을 소화한다. 여기에 '지금 우리 학교는'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 등의 라이징 스타 진호은이 고영의 진실된 연애사를 장식하는 규호를, 톱모델 김원중이 비밀에 싸인 일본인 하비비 역으로 등장해 데뷔 후 처음 연기에 도전했다.
남윤수는 "'대도시의 사랑법'을 보면서 부담감이나 '못하겠다'는 느낌을 몰랐다. '대도시의 사랑법' 원작을 볼 때 워낙 유명해서 걱정은 없었다"며 "미팅을 할 때 감독님과 처음 만났는데, 감독님들의 특유의 연출법이나 우아함이 돋보여서 오히려 감독님이 나한테 믿음을 주셨다. 오히려 그 믿음으로 잘 찍었다. 스스로 연기를 하면서 내가 하고 싶은, 내가 잘 보여줄 수 있는 연기를 보여주자 싶어서 이 작품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유일하게 4명의 감독님과 모두 호흡을 맞춘 남윤수는 "오히려 감독님끼리는 잘 모를실 수도 있다.(웃음) 어떻게 보면 연출이나 피드백 방법도 전부 다르시고, 촬영 기법도 다르고, 화면 톤도 전부 달랐다. 각각의 매력들이 모일 것 같다"며 "캐릭터를 보면 1~2회보단 3~4회가 진지하고 뜨거운 사랑이 잘 보일 수 있다. 뒤로 갈수록 믿음이 잘 보인 것 같다. 작업하면서 표현할 수 없는 감독님들의 아우라를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경험했던 아우라를 비롯해 감독님들이 옆에서 친구들처럼 동료처럼 분위기를 만들어주셨다. 현장을 리더십 있게 이끌어주셨다. 그것에 따라 난 바다에 휩쓸리는 것처럼 그냥 휩쓸려갔다"며 감사함을 표했다.
성소수자 아들을 둔 엄마 은숙을 연기한 오현경은 "우리 아들의 연애 성장사가 참 화려하다.(웃음) 은숙의 서사는 쉽지 않다. 특히 엄마는 아들에 대한 자부심이 크다. 엄마는 아들이 이른 시절부터 다르다고 느낄 때마다 부정했을 것이다. 극중 은숙은 이혼하고 아이를 키우며 분노하고 여러 감정을 겪으며 암에 걸린다. 그리고 아픔을 통해 아이를 돌아보게 된다"며 "용서나 이해의 마음이 아니다. 내가 아니면 누가 이해를 하냐. 그런 관점에서 마음이 많이 아팠다. 지금도 울컥한다. 쉽지 않았다. 이 드라마를 통해서 다양한 형태의 사랑을 용기 있게 선보이게 됐다"며 눈물을 흘렸다.
원작 소설에 이어 드라마 대본도 집필한 박상영 작가는 "상업 시리즈물 제작이 결정된 상황이었다. 영화와 다른 포인트로 고민했고, 그 방법은 원칙, 원론에 충실하자였다. 원작 작품에 분명히 존재하고. 그 메시지와 이야기의 밀도를 담아내고자 하는 마음으로 극본을 썼다"며 "사실 극본을 쓰는데 수원하진 않았다. 이전에도 극본을 썼지만 상업 문법의 작품을 처음으로 써봤다. 감독님이 한 분이 아니라 네 분이었다. 너무 든든한 조력자가 네 분이었지만, 동시에 시어머니가 네 분인것 같은 느낌이었다.(웃음) 그리고 제작 과정에서도 새로운 부분이 많았다. 평소 혼자서 글을 써서 완성하는데 익숙했다. 이건 협업이 두드러진 작품이었다. 신선한 충격이고 작가로서 성장하는 계기였다. 타인과 함께 공동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을 해 본 게 창작자로 값진 경험이었다"고 털어놨다.
'대도시의 사랑법'은 일부 보수 단체가 강하게 상영을 반대하며, 작품 공개 반대를 주장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박상영 작가는 속상함을 SNS에 표출했다.
박 작가는 "그때는 울분이 섞여서 올렸지만 '얼마나 우리 작품을 널리 알려주시려고 해주는 거지?' 싶었다. '이건 완전 럭키비키잖아' 했다.(웃음) 좋은 작품들은 논란을 불러일으키기 마련이다. 문제작이면서 좋은 작품으로 해서 그런게 아닐까 생각한다"며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남윤수 역시 "성소수자라고 달리 표현하지 않았다. 20~30대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데 친구의 사랑, 엄마에 대한 사랑, 내가 좋아하는 애인에 대한 사랑을 '짧은 시간내에 보여줄수 있나? 특별하게 보여줄수 있나?'만 고민했다. 그래서 그냥 '우리의 사랑을 보여주면 되겠다'고 생각했다"며 "우리의 사랑이 특별하지도 않고, 별 특별한 내용이 없다. 일반적인 우리의 사랑을 보여줄 수 있어서, 오히려 드라마를 찍으면서는 '내가 과연 이렇게 사랑을 해볼까?' 싶었다. 연기하면서 '나만의 사랑을 그려내보자' 했다. 이런 마인드를 가지고 연기해왔다"고 밝혔다.
작품 공개 전이지만, 일부 네티즌들은 남윤수의 개인 SNS에 악플 DM을 보내고 있다고. 이에 대해 그는 "난 오히려 그런 건 신경쓰이지 않았다. 왜냐면 내가 영상을 올리면 악플이 달리면 웃어넘겼다. 오히려 그런 분들은 100명 중에 1명이었다. 오히려 응원의 메시지가 많이 왔다"며 "사실 자고 일어나면 악플이 100개씩 와있더라. 하지만 요 며칠 사이에 분명히 변화가 있다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생각이 바뀌고 있다. 앞으로 나갈수 있고, 우리나라도 열리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남윤수는 "아마 지금도 내 SNS에 계속 연락이 와 있을 거다. 뭔가 울컥 울컥한다"며 "나도 걱정은 별로 안했다. 감독님들과 작가님을 믿었다. 신경 안 쓰였다"며 미소를 보였다.
마지막으로 남윤수는 "우리 영화 관전 포인트는 매 에피소드마다 감독님과 배우들이 바뀐다. 그게 관전 포인트다. 고영의 성장 과정이 잘 보인다고 생각한다. 고영이 한층 다른 사랑을 하는데 그 과정들이 유쾌하고 어떻게 보면 편안하게 보실 수 있다. 스스로도 옛날, 예전의 사랑을 다시 떠올릴 수 있는 드라마가 됐으면 좋겠다", 박상영 작가는 "전편을 완벽하게 보고나서 지독한 연애 한번을 한 느낌이다. 지독한 사랑을 경험하셨으면 좋겠다. 딱 사랑하기 좋은 계절이다. 원하시는 그 모든걸 작품에 꼭꼭 숨겨놨다. 끝까지 다 보시면 숨겨놓은 보석을 다 찾을실 수 있을 것 같다. 그 즐거움을 놓치지 않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대도시의 사랑법'은 청불 등급으로 오는 21일 티빙을 통해 전편 8화가 동시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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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최규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