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 투수 원태인이 LG 트윈스 외국인 투수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를 붙잡고 프리 토킹을 나누며 귀여운 협박(?)을 했다.
18일 서울 잠실구장. 오후 4시 10분 삼성과 LG의 플레이오프 4차전이 우천 취소가 결정된 후 3루쪽 삼성 덕아웃 뒤 복도는 오가는 선수들로 붐볐다.
3루쪽 복도를 지나 LG 실내훈련장에서 삼성 타자들은 배팅 훈련을 하고, 삼성 투수들은 가벼운 몸풀기만 하고 복도와 라커룸을 오가며 담소를 나누기도 했다.
일찌감치 훈련을 마친 홈팀 LG 선수들은 우천 취소가 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속속들이 퇴근했다. 삼성 선수들은 오후 4시부터 1시간 정도 훈련을 했다. 양 팀 선수들은 복도에서 자연스레 마주치며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에르난데스는 삼성 외국인 투수 레예스를 찾으러 돌아다녔다. 그러다가 삼성 원태인에게 붙잡혔다.
원태인은 에르난데스의 손을 붙잡으며 반갑게 인사하고, 영어와 몸짓으로 의사소통을 했다. 팔을 만지며 “피로하지 않느냐”라고 묻기도 하고, 두 팔로 X자 표시를 하고서는 “더 이상 던지지 말라”고 애교섞인 장난을 치기도 했다.
옆에 있던 황동재는 에르난데스와 인사를 잠시 하고서는 에르난데스의 오른팔을 잡고서 손날로 자르는 시늉을 하기도 했다. 에르난데스는 그저 웃기만 했다.
전날 60구를 던진 에르난데스는 이날 자고 일어나 오른팔에 뭉침 증세가 있다고 했다. 피로한 몸 상태에서도 에르난데스는 함박웃음을 지으며 삼성 투수들과 짧은 만남을 이어갔다.
에르난데스는 포스트시즌에서 괴력을 발휘하고 있다. KT와 준플레이오프에서 5경기 전 경기에 등판했다. 역대 준플레이오프 전 경기 등판은 6번째였다. 외국인 투수로는 최초 기록이었다.
5경기 7⅓이닝을 던지며 5피안타 3볼넷 10탈삼진 무실점, 평균자책점 ‘0’이다. 2세이브 1홀드를 기록해 LG를 플레이오프로 이끌었다.
에르난데스는 플레이오프에서는 1~2차전 등판 기회가 없었다. 충분히 쉰 에르난데스는 17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3차전에 구원 투수로 등판했다. 선발 임찬규에 이어 1-0으로 앞선 6회 1사 후에 마운드에 올라 경기 끝까지 던지며 3⅔이닝 2피안타 1볼넷 4탈삼진 무실점으로 1점 차 승리를 지켰다. LG가 2연패 후 1승을 거두며 반격했다.
우천 취소로 19일 4차전이 열린다. 원태인도 에르난데스도 4차전에는 등판하지 않을 것이 유력하다. 2차전 선발투수로 나와 6⅔이닝 1실점으로 승리 투수가 된 원태인은 만약 5차전까지 가면 선발 등판을 준비하고 있다.
에르난데스는 뭉짐 증세로 19일까지 쉬고, LG가 4차전을 승리하면 5차전 불펜 등판을 준비한다. 삼성은 올해 포스트시즌 6경기 11이닝 무실점을 기록 중인 에르난데스를 상대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원태인이 "더 이상 던지지 마라"고 웃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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