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에 나가지 못했지만 심장이 엄청 떨렸다.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감동적인 순간이 되게 많았다”.
뜻하지 않은 부상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했지만 동료들이 그라운드에서 전력을 다할 수 있도록 아낌없는 응원을 보냈다. 주인공은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의 ‘캡틴’ 구자욱(외야수).
지난 15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플레이오프 2차전 도중 왼쪽 무릎 인대 부상을 입은 구자욱은 지난 16일부터 2박 3일 일정으로 일본 요코하마 이지마 치료원에서 특수 치료를 받는 등 부상 회복에 몰두했다.
경기 전 취재진과 만난 구자욱은 “1회부터 나갈 수 있는 몸 상태는 아니지만 상황이 주어진다면 준비 잘하고 있겠다. (팀 승리를 위해서라면) 무릎이 어떻게 되든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구자욱은 경기 내내 벤치에서 동료들을 응원하며 분위기를 띄우는데 앞장섰다. 이날 경기 전까지 11타수 2안타에 그친 강민호는 0-0으로 팽팽하게 맞선 8회 선두 타자로 나서 좌중월 1점 홈런을 터뜨리는 등 1-0 승리에 큰 공을 세웠다.
구자욱은 “민호 형이 계속 안 맞았지만 오늘 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민호 형을 믿고 있었다”면서 “우리 타자들이 LG 선발 엔스에게 당하기도 했지만 민호 형이 흐름을 잘 끊어줬다. 민호 형은 내 마음속의 MVP”라고 말했다.
9년 전 선수단의 막내로서 한국시리즈를 처음 경험했던 구자욱은 주장 중책을 맡고 생애 첫 우승에 도전한다.
그는 “빨리 무릎 상태가 좋아져 팀에 도움이 되고 싶다. 9년 전에는 선배들을 따라가는 입장이었는데 이제는 많이 달라졌다. 선수들과 함께하는 마음이 크다. 무릎이 괜찮았으면 좋겠다는 생각뿐이다. 최대한 치료에 전념하고 밤마다 얼음 찜질 열심히 하겠다”고 했다.
경기 중 방망이를 잡고 감각을 유지하고자 했던 구자욱은 “오늘 나갈 기회가 없었지만 열심히 응원했다”고 웃어 보였다.
삼성은 오는 21일 광주-기아 챔피언스 필드에서 KIA 타이거즈와 한국시리즈 1차전을 치른다. 구자욱은”우리는 2위에서 올라온 만큼 더 패기있고 여유있는 모습을 보여주겠다. KIA는 경기 감각이 많이 떨어져 있는 반면 우리는 경기를 치를 만큼 치렀다. 우리 선수들이 더 자신 있는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