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통산 최다 2369경기 출장 기록을 갖고 있는 강민호(39·삼성)의 생애 첫 한국시리즈 진출을 상대팀 양현종(36·KIA)도 기뻐했다. 진심으로 축하했지만 승부는 승부. 우승을 놓고서 양보는 있을 수 없다.
20일 광주 라마다플라자 바이 윈덤 충장 호텔 라벤더홀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한국시리즈(KS·7전4선승제) 미디어데이. KIA 이범호 감독과 양현종, 김도영, 삼성 박진만 감독과 강민호, 김영웅이 대표로 참석한 가운데 화제의 인물은 단연 강민호였다.
전날(1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의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강민호는 8회 승부를 결정짓는 솔로 홈런을 터뜨렸다. 0의 균형을 깬 결정적인 한 방이었다. 수비에서도 1~2회 홍창기와 오지환의 도루를 연이어 저지하며 공수에서 삼성의 1-0 승리를 이끌었다. 삼성은 시리즈 전적 3승1패로 LG를 꺾고 KS 무대에 올랐다.
강민호의 오랜 한도 풀렸다. 올해로 KBO리그 데뷔 21년 차로 통산 2369경기를 뛰는 동안 한 번도 KS 무대를 밟아보지 못했던 한이 39세의 나이에 풀린 것이다. 골든글러브 6회, 국가대표 7번, FA 계약 3번으로 화려한 선수 생활을 보내며 이룰 것은 다 이뤄본 강민호였지만 KS와는 유독 인연이 없었다.
지난해까지 롯데에서 5번, 삼성에서 1번 포스트시즌에 나갔지만 KS 무대는 허락되지 않았다. 통산 2000경기 이상 출장자 중 KS 경험이 없는 선수는 이제 NC 손아섭(2058경기)이 유일하다.
강민호는 “어제도 많은 인터뷰를 했지만 꿈 같았다. KS에 오는 게 꿈이었다. 이 자리까지 오는 데 정확히 21년이 걸렸다. 좋은 팀원들을 만나 잘 뭉쳐서 KS까지 올 수 있었다. 팀원들에게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KS에 올라왔기 떄문에 이제는 잃을 게 없다고 생각한다. (결과는) 하늘에 맡기고 후배들이랑 후회 없이 한 번 뛰어 보겠다”고 말했다.
상대팀이지만 국가대표로 강민호와 인연이 오래된 양현종도 축하했다. 양현종은 “어제 우리도 다 같이 운동하면서 (PO 4차전을) 봤다. 민호 형이 너무 행복해 보이셔서 나도 기분이 좋았다. 경기 끝나고 축하 문자를 보내며 ‘빨리 광주 오시라’고 했다”며 “야구장 안에서나 밖에서나 정말 좋은 형이고, 좋은 얘기를 많이 해주셨다. 정말 재미 있는 시리즈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삼성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선수로도 강민호를 꼽은 양현종은 “상대팀에서 가장 조심해야 할 타자다. KS가 처음이기 때문에 엄청 긴장하거나 엄청 즐기거나 모 아니면 도라고 생각한다. 민호 형이 꼭 긴장했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양현종의 말에 강민호도 화답했다. 올해 양현종 상대 10타수 4안타로 잘 쳤던 강민호는 “노하우는 없다. 현종이와는 어린 나이부터 야구를 한 시간이 길다. 순간순간 운이 좋았다”고 겸손한 대답을 내놓았다.
양현종 상대로는 강했지만 KIA전 기록만 보면 14경기 타율 2할4리(49타수 10안타) 2홈런 9타점 OPS .558로 약했다. 강민호는 “그만큼 KIA 투수들이 좋았다고 생각한다”면서도 “PO를 해봤지만 단기전에선 타율 이런 거 다 필요 없다. 결정적 안타가 중요하다. 그 순간이 왔을 때 집중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클러치 히팅을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