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 투수 오승환(42)이 결국 한국시리즈에도 합류하지 못했다. 박진만 삼성 감독은 냉정하지만 팀을 위해 결단을 내렸다. 결국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었다.
21일부터 정규리그 우승팀 KIA와 7전4선승제 한국시리즈(KS)에 들어가는 삼성은 30인 엔트리가 플레이오프(PO)와 비교해 1명만 바뀌었다. 투수 이호성이 빠지며 외야수 김현준이 들어갔다. PO 2차전에서 무릎 부상을 당한 구자욱이 수비와 주루가 어려운 상태라 외야수 김현준이 KS에 새로 합류했다.
관심을 모았던 오승환와 코너의 이름은 없었다. 부상 회복 이유로 PO를 앞두고 미국으로 떠났던 코너의 경우 복귀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됐지만 오승환의 경우 ‘혹시나’ 싶었다. 레전드를 예우하는 차원에서라도 KS에선 불펜 한 자리를 오승환에게 줄 수 있었지만 아니었다.
박진만 감독은 지난 20일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오승환의 엔트리 합류 여부에 대해 “PO가 끝나고 전체적으로 회의를 했다. 워낙 KS 경험이 많은 선수이기 때문에 (엔트리 포함을) 고민했지만 PO에서 우리 불펜진이 좋은 활약을 해줬기 때문에 지금 선수들로 변함없이 가는 걸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박 감독 말대로 오승환은 KS 경험이 누구보다 풍부하다. 2005~2006년, 2010~2013년 총 6번의 KS에 나가 통산 22경기(33⅓이닝) 1승1패11세이브 평균자책점 0.81 탈삼진 49개로 활약했다. 역대 KS 최다 세이브로 2005년, 2011년에는 KS MVP도 차지했다. 이 기간 삼성은 5번의 KS 우승을 했고, 전부 오승환이 마지막 순간을 장식했다.
이렇게 찬란한 역사가 사라지진 않지만 현실은 냉정하다. 오승환은 올해 58경기(55이닝) 3승9패27세이브2홀드 평균자책점 4.91을 기록했다. 블론세이브만 8개로 커리어 최악의 시즌이었다. 특히 7월 이후 구위 저하 속에 23경기(18⅔이닝) 2승5패3세이브2홀드 평균자책점 9.64로 부진했다. 마무리를 자리를 내놓고 8월 중순 2군에 다녀왔지만 불안함은 계속됐다.
삼성이 2위를 확정한 지난달 22일 대구 키움전이 결정타였다. 9-2로 앞선 9회 마운드 올라왔지만 ⅔이닝 4피안타(1피홈런) 1볼넷 1탈삼진 6실점으로 무너졌다. 수비 실책이 겹쳐 6실점 전부 비자책점으로 처리됐지만 7점 차 넉넉한 리드도 막지 못하며 코칭스태프의 신뢰를 잃었다. 결국 이튿날 다시 2군으로 내려갔다.
박진만 감독은 향후 구위 회복에 따라 오승환의 포스트시즌 합류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오승환은 지난 2일과 4일 퓨처스리그 경기에 나서 롯데, KT를 상대로 2경기 연속 1이닝 1탈삼진 무실점 삼자범퇴로 깔끔하게 막았다. 하지만 박 감독은 PO에 이어 KS에서도 오승환을 부르지 않았다.
박 감독 말대로 오승환 없이도 삼성 불펜은 PO에서 구원 평균자책점 3.86으로 괜찮았다. 2차전에서 10-1로 앞선 9회 4점을 내준 것을 빼면 나머지 3경기에서 9⅓이닝 1실점으로 안정감을 보였다. 김재윤(2경기 1⅓이닝 무실점 1세이브), 임창민(3경기 3이닝 무실점 1홀드), 김윤수(3경기 1이닝 무실점 2홀드), 김태훈(3경기 3이닝 1실점), 좌완 이승현(3경기 2⅓이닝 1실점 1패), 이상민(1경기 ⅔이닝 무실점) 등이 제 몫을 했다. 좋은 흐름을 유지 중인 불펜을 굳이 흔들 필요가 없다.
물론 PO 엔트리에 들었지만 한 번도 투입되지 않은 최채흥과 이승민 자리에 오승환이 들어갈 수도 있었다. 불펜의 끄트머리에 들어갈 정도는 충분히 된다. 다만 오승환처럼 상징성 있는 투수를 승부가 크게 기울어진 상황에 쓰는 것도 모양새가 썩 좋진 않다. 오승환은 보직에 연연하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가비지용'으로 쓸 순 없는 노릇이다. 그 자리는 젊은 투수들의 경험치 쌓는 용도로 쓰는 게 맞다.
결국 팀보다 위대한 선수가 없다는 결론에 이른다. 삼성 왕조의 주역으로 KS에서 누구보다 찬란한 순간들을 보냈지만 지금 구위로는 필승조로 쓸 수 없다. 냉정한 현실이다. 선수 시절부터 오승환과 함께한 인연이 오래된 박진만 감독도 이런 결정을 하기까지 마음이 내키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팀을 우선에 놓고 결단을 내렸다. 삼성팬들도 가슴 아프지만 박 감독의 결정에 납득하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