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거나 나쁜 동재’ 오락가락 ‘갈대남’ 이준혁, “쪽은 안팔지!” [김재동의 나무와 숲]
OSEN 김재동 기자
발행 2024.10.22 11: 14

[OSEN=김재동 객원기자] 사나이 우는 마음을 그 누가 아랴 /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의 순정..
21일 방송된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좋거나 나쁜 동재'의 서동재(이준혁 분)가 5분 간격으로 흔들리는 마음에 갈피를 못잡는 모습을 노출했다.
문제의 발단은 남완성(박성웅 분)에게 받은 땅쪼가리. 일상이 접대였던 예전 어느 술자리에서 남완성이 찔러 넣어줬던 땅문서 하나가 서동재의 마음을 사정없이 흔들어 버렸다.

받아놓고도 까맣게 잊고 있던 그 땅. 당시 평당 15만원으로 거래됐던 그 땅은 재개발 소식을 타고 수십억 규모로 커져 있었다.
서동재는 그 소식조차 남완성의 입을 통해서 알게 됐다. 그 남완성은 예전 서부지검 시절 자신의 향응 지갑. ‘검사 지인’ 행세만 해주면 지갑을 열던, 눈에도 들지않던 지방 공구리 업자였다.
이제는 어엿한 재개발 전문 건설회사의 오너로 둔갑한 남완성은 청주 인근에서 대규모 재개발 사업을 추진하는 중이다. 그 요충지를 차지하고 이주를 한사코 거부하는 행복식당 사장 이경학(김상호 분)을 설계해 땅을 손에 넣으려는 순간 이경학이 연쇄살인범으로 서동재의 손에 체포된다.
남완성은 이경학을 설득해 땅을 자신에게 넘기게 하라고 서동재에게 명령하면서 어이 없어 하는 서동재에게 왕년의 그 땅문서를 상기시켰다. 자칫 ‘현직 검사 수십억 뇌물 수뢰사건’으로 비화될 위기에 처한 서동재. 그때부터 서동재의 심장은 갈피를 잃고 요동치기 시작한다.
“누가 달랬어? 받고 싶어 받았나? 지가 줘놓고!” 저 혼자 분노를 터뜨려 보지만 어쩌면 새로운 활로를 찾을 수도 있을 성 싶기도 하다. 검찰 내에선 이미 스폰서 검사로 낙인 찍혀 후배들 승진만 멀거니 바라만 보는 신세다. 승진도 이렇게 밀리다가 변호사가 된들 뾰족한 수도 보이지 않는다. 그 땅만 잘 처분하면 꼬마 빌딩 건물주 노릇하면서 인생 후반부 남부럽지 않게 살 수 있을 듯도 싶다.
이 답답한 마음 하소연할 데가 없어 로펌에 몸 담고 있는 강원철(박성근 분) 선배를 찾아가 본다. 그 선배는 대뜸 서동재의 연쇄살인범 검거를 거론하며 걱정해 준다. “다치지 말자. 물가에 내놓을 나이는 아니잖아.” 그 따뜻한 염려에 서동재는 눈시울이 달아오름을 느낀다. 이 믿을만한 선배 같으니라구!
그 김에 물어본다. “제가 임대업하면 우스울까요?” 강선배가 잠시 숙고한다. 서동재의 처지를 속속들이 알고 있는 사람이다. “너 이리 올래? 우리 로펌. 와!”
그래, 나 이런 사람야. 대한민국 검사. 옷 벗어도 갈 데 있는 대한민국 검사. “쪽팔릴 뻔했네. 내가 이제 다른 건 다 팔아도 그건 안 팔지!”
사실 남완성과의 거래가 얼마나 위험한 지는 서동재도 잘 알고 있다. 말로는 행복식당 부지만 가져오면 더 볼 일 없다지만 그게 빈 말임은 저도 알고 나도 안다. 평생 코뚜레가 예약돼 있다. 받을 때 가격 평당 15만원으로 남완성에게 넘기면 저도 유감은 없을 것이다. 그렇게 바이바이 하면 된다.
작심하고 청주로 돌아온 서동재. 같은 방 막내 검사 성시운(백선호 분)에게 “병가 중 고생했지?” 의례껏 말 한마디 던졌더니 “네!”란 답변이 가차없이 돌아온다. ‘너 언제 인간될래!’ 싶은 한심함이 든다. 자신을 찾는다는 부장검사 전미란(이항나 분)의 방을 찾았더니 자신이 모범검사로 선정됐단다. 장기 미제 연쇄 살인 사건을 몸 바쳐 해결한 정의로운 검사. 전국에서 19명 추천 받아 선정된 3인 중 한 명이 서동재란다. ‘와, 이러면 검사 계속해도 되잖아!’ 싶은 감동이 쓰나미처럼 밀려든다.
하지만 만면에 비웃음을 가득 담은 조병건(현봉식 분)과 함께 임형식(임형국 분) 형사팀장이 등장하면서 그 감동엔 찬물이 끼얹어진다. 조폭간 난투극이 벌어지기 직전 룸싸롱 CCTV에 찍힌 서동재의 모습. 남완성에게 협박 받았을 때의 그 모습을 해명할 위기에 처한다.
그때 재등장한 성시운 검사의 한마디. “아, 그 돈 돌려주시러 갔구나. 남사장이 병실로 20만원 보낸 걸 제가 멋모르고 받았었는데..” 전미란, 조병건, 임형식의 의구심을 한 방에 잠재우는 명쾌한 설명. ‘성시운 넌 진작에 인간이었어. 아니 진작에 훌륭한 검사였어!’ 또 한 번의 감동이 서동재를 강타한다.
땅 문제를 결착 짓자고 찾아간 남완성의 집. 그 집에서 나오던 노란 머리 남겨레(김수겸 분)와의 조우. 안면 있는 그 놈은 병원 입원 당시 볼링장 알바생 임유리(최주은 분)가 기를 쓰고 피하던 그 놈이었다. ‘에휴, 애비나 자식이나..’
귀가하지 않은 남완성 탓에 소득없이 물러나는 길, 부장검사 전미란이 총기 살인사건 현장으로 가보라는 지시를 내린다. ‘서부 텍사스도 아니고 청주 바닥서 웬 총기사고?’ 싶으면서도 그 중요한 사건을 자신에게 배당했다는 사실에 뿌듯함을 느낀 서동재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기분 좋은 순간은 잠시. 현장의 피해자는 서동재가 아는 얼굴, 볼링장 알바생 임유리였다. 주검으로 마주한 아는 얼굴. 서동재는 치밀어오르는 욕지기를 느낀다.
비록 서동재는 새롭게 총기 살인사건을 맡게 됐지만 청주지검은 조병건 검사가 수사하는 ‘퍼플’ 마약사건, 김지희(정운선 분) 검사가 수사 중인 이홍건설 하도급 고발사건 등을 동시 수사하고 있다. 총기 살해사건의 용의자는 남완성의 아들 남겨레다. 참고인 실종으로 수사가 중지된 이홍건설 건은 이미 남완성의 수작임을 드라마는 밝혔다. 그러니 이 두 건에 서동재가 관여되는 것은 불문가지. 여기에 퍼플 마약사건조차도 서동재를 피해가지는 않을 전망이다.
5분 상관으로 마음이 오락가락하는 우리의 갈대남 서동재가 헤쳐나갈 파고가 2파, 3파, 4파까지 예비돼 있는 셈이다. ‘조상 덕은 못 입어도 주둥아리 덕은 입은’ 서동재의 일말의 정의감과 현란한 처세술이 앞으로도 자못 기대된다.
/zaitung@osen.co.kr
[사진] '좋거나 나쁜 동재' 방송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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