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팀을 떠났던, 사실상의 팀의 상징과도 같은 지도자를 다시 불러들였다. 프로야구 NC 다이노스는 그렇게 팀의 근간을 만들었던 ‘호부지’ 이호준을 새로운 감독으로 선임했다.
NC는 22일 오후, 제4대 감독으로 이호준 LG 수석코치를 선임했다고 밝혔다. 3년 최대 14억원(계약금 3억원, 연봉 총액 9억5000만원, 옵션 1억5000만원)의 계약 조건이다.
이호준 감독은 현역 시절 지금의 NC를 만든 개국공신과도 같다. 1994년 해태 타이거즈에 지명받아 프로에 데뷔했으며 해태-SK를 거쳤다. 그리고 2013년 1군 진입 첫 시즌을 앞두고 FA 자격으로 합류했다.
이후 2017년 은퇴할 때까지 주장과 덕아웃 리더 역할을 도맡으면서 선수단의 분위기를 휘어잡았다. 카리스마 있는 베테랑으로 신생팀이 흔들리지 않도록 무겁게 중심을 잡아줬다. 이호준 리더십과 함께 NC는 빠르게 강팀으로 자리잡았고 2014년부터 2017년까지 4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다.
이호준 감독 개인적으로도 NC에서 화려하게 현역 시절 유종의 미를 거뒀다. 575경기 출장해 타율 2할8푼6리 538안타 95홈런 398타점 OPS .869로 맹활약을 펼치고 현역 은퇴를 선언했다.
이호준 감독은 꾸준히 감독감으로 거론됐다. 지난해 SSG 랜더스 감독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 NC에 있을 때에도 감독 후보로 물망에 오르기도 했지만 실제로는 2022년 퓨처스 감독 선임 당시 후보에 올랐지만 결국 공필성 감독이 퓨처스 감독으로 선임됐다.
NC는 이호준 감독이 몸 담았던 LG의 포스트시즌 탈락이 확정될 때까지 기다렸다. 그동안 무수한 루머들이 양산됐고 이호준 감독이 꾸준히 거론됐다. NC 임선남 단장은 OSEN과의 통화에서 “그런 루머들을 의식 안할 수는 없었다. 그런 루머를 의식해서 뽑는다거나 배제하거나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했고 최대한 신경 안 쓰려려고 했다”라면서 사전 접촉에 대해서는 완전히 선을 그었다.
임 단장은 “구단 안팎의 후보들을 다 만나뵙고 마지막에 남은 분이 이호준 감독이었다. 우리가 원한 후보들 가운데 시즌이 가장 늦게 끝났다. LG가 시리즈 중이었기에 인터뷰 하는 것은 아닌 것 같고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인터뷰를 진행했다”라고 설명했다. 지난 21일 면접을 진행했고 22일 최종 결정이 내려졌다.
지난 15일 마무리캠프가 시작됐기에 새로운 사령탑과 함께하기를 바랐다. 하지만 NC는 후보 중 가장 마지막에 남은 이호준 감독과 인터뷰를 하기 위해 끈질기게 기다렸다. 임 단장은 “저희가 뵙고자 하는 분들이 계셨기에, 이분들 시즌이 다 끝날 때까지 부득이하게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라고 했다. 결국 이호준 감독과 최종 인터뷰를 위해 선임 작업이 길게 이어진 것이라고 볼 수 있었다.
NC를 잘 알고 있는 인물이라는 점은 가산점 요소가 아니었다고 말한다. 임선남 단장은 “과거의 모습은 최대한 배제하려고 했다. 이번에 만난 분들이 대부분 외부의 인물이었는데 이 구단에 안 계셨던 분들한테는 공정하지 못한 인터뷰가 되기 때문에 최대한 배제하려고 했다. 과거 팀의 구심점 역할을 했던 부분까지 고려하지는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NC는 3년 만에 다시 이호준 감독과 동행을 선택했다. 이진만 대표이사와 임선남 단장 모두 팀의 철학을 이해하고 구단과 함께 소통할 수 있는 인물을 새 감독으로 원했다. 이호준 감독이 정확하게 부합하다고 했다.
임 단장은 “3년 동안 우승도 하시고 워낙 좋은 경험을 많이 하셨다. 여러 면에서 3년 전보다 훨씬 깊이가 잇어졌다는 느낌을 받았다”라고 말하면서 “철학이 잘 맞는다는 게 중요했는데, 예를 들면 1군은 매 경기 이기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또 선수 육성은 구단이 열심히 하는 부분을 생각하시더라. 각자 영역에서 열심히 하면서 소통을 하면서 같은 방향을 향해 나아가는 게 이상적인 모습이라고 할 수 있는데 정확하게 그렇게 생각을 하셨다. 우리가 질문도 하기 전에 그런 말씀을 먼저 하셨고 그래서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라고 밝혔다.
이호준 감독이 2018년 일본 지도자 연수를 다녀온 뒤 2019년부터 3년 간 1군 타격코치를 맡았다. 이 기간 NC는 가공할만한 화력을 자랑하는 팀이었다. 타율 2할7푼7리(2위) 485홈런(1위) OPS .783(1위) 등의 기록을 남겼다. 1군에서 처음 맡는 주요 보직이었는데 눈에 띄는 성과를 냈다. 당시 구단이 제공하는 데이터를 제대로 이해하고 활용하면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이때의 성과와 협업 능력은 선임 배경 중 하나가 됐다.
임선남 단장은 “우리 팀 타격코치를 하실 때 데이터팀과 협업 잘 하는 모습을 인상적으로 봤다. 과거 우리 구단에 있었던 모습을 최대한 배제하려고 했는데, 데이터 활용 능력은 우리 팀 과거의 모습에서 좋게 평가했던 부분 중 하나였다”라며 “외부에서 보는 시각은 제각각이겠지만 데이터 활용적인 면에서 구단과 좋은 시너지를 낼 수 있었던 부분이다”라고 언급했다.
코치진 구성도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 단장은 “인터뷰 진행하면서 코치진 구성에 대해서도 대화를 했는데, 감독님이 구상하시는 부분과 다르지 않다. 별다른 어려움 없이 협의를 통해 잘 구성할 것 같다”고 밝혔다.
이호준 신임 감독은 구단을 통해 “먼저 다시 한번 열정적인 창원의 팬들을 만날 수 있어 기쁘게 생각한다. 2013년 NC의 KBO리그 첫 번째 경기와 NC 구단 첫 은퇴식 등 NC는 늘 나에게 특별한 팀이었다”라며 “특별한 팀에서 감독으로 함께 할 수 있어 되어 영광스럽게 생각한다”라고 선임 소감을 밝혔다.
이어 “우리 팀은 젊고 가능성이 많다. 젊은 선수들의 성장이 우리 팀이 강팀이 되는 기초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가능성을 구단과 함께 현실로 만드는 것이 내 역할이라 생각한다”라며 “스피드 있고 공격적인 야구를 통해 창원의 야구팬들에게 가슴 뛰는 야구를 보여 줄 수 있도록 하겠다. 우리에게 이야기해 주는 모두를 믿고 앞으로의 여정을 떠나볼까 한다. NC가 명문구단으로 갈 수 있게 최선의 노력을 다 하겠다”라고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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