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승룡과 진선규가 웃음 사냥에 나섰다. ‘극한직업’ 이후 다시 한번 의기투합한 두 사람은 막 나가는 듯싶다가도 가슴 한구석을 따뜻하게 만드는, ‘밀당’ 코미디를 선보인다. 다만 자꾸만 웃음의 시위를 당기다가 만, 시원한 웃음의 한 방은 찾아보기 어려운 느낌이다.
'아마존 활명수'(감독 김창주, 제공배급 ㈜바른손이앤에이, 제작 ㈜로드픽쳐스·CJ ENM)는 집에서도 회사에서도 구조조정 대상인 전 양궁 국가대표 진봉(류승룡)이 한국계 볼레도르인 통역사 빵식(진선규)과 신이 내린 활 솜씨의 아마존 전사 3인방을 만나 제대로 한 방 쏘는 코믹 활극 작품이다.
시작부터 아마존 원주민이 선보이는 한국 양궁이라는 설정으로 신선함과 궁금증도 자아내지만, 원주민을 웃음이 아닌 조롱의 소재로 만들지 않을까, 하는 우려감도 든다. 다행히 ‘아마존 활명수’는 ‘아마존의 눈물’에 영감을 받아 제작된 작품인 만큼, 원주민 문화에 대한 어느 정도의 존중은 지켜냈다. 시종일관 코미디의 기운이 흐르지만, 원주민들이 처한 현실을 다루는 순간만큼은 무겁게 그려냈고, 한국과 볼레도르의 인물들이 서로의 마음을 공유하는 장면은 따뜻한 인류애를 느끼게 한다.
문제는 이 주제와 코미디가 적절하게 섞여 들어가지 않았다는 점이다. 나라의 존망을 걸고 이역만리로 날아와 스포츠에 목숨을 거는 원주민들의 상황은 웃음보단 ‘심각’의 상태에 가깝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문화에 적응하는 원주민 3인방의 사소한 에피소드들이 펼쳐지니, 웃음이 나려다가도 극 중의 상황에 부딪혀 다시금 힘을 잃고 만다.
출연진들의 ‘오버 액팅’도 웃음을 반감시키는 요소 중 하나다. 액션과 리액션이 적절히 분배되어야 하는 타이밍에서 류승룡, 진선규, 염혜란은 물론 고경표 등 원주민 3인방을 제외한 모두가 한 번이라도 ‘더’ 웃기기 위해 대사 한마디마다 모든 강세를 두니 부담감으로 다가온다.
특히 까무잡잡한 얼굴, 뽀글 머리로 무장한 ‘빵식’이 어눌한 한국어 실력으로 펼치는 모든 장면은 ‘오버 액팅’의 결정체다. 배우 개인의 역량으로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설정부터 무리수인 캐릭터는 아무리 좋은 연기력이라도 살리기 어려운 법이다.
아쉬움도 많지만, 만족스러운 부분도 있었다. 먼저 많은 분량을 차지하진 않지만, 광활한 아마존의 자연환경은 잠시나마 ‘힐링’을 안겨주는 볼거리다. 또한 아마존 활벤져스 3인방으로 첫 한국 스크린 데뷔에 나선 이고르 페드로소, 루안 브룸, J.B. 올리베이라는 야생과 현대적인 매력을 두루 갖춰 신선한 재미를 안겨주기도 한다.
자극적인 묘사 없이 따뜻한 웃음을 그리려 했다는 시도만큼은 좋았던 작품이다. 가족과 함께 부담 없이 즐길 영화를 찾는다면 나쁘지 않은 선택으로 보인다.
10월 30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113분
/yusuou@osen.co.kr
[사진] 영화 포스터, 스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