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란' 강동원 "박찬욱 감독, 장원급제·어사화 장단음 디테일까지 챙겨" [인터뷰②]
OSEN 연휘선 기자
발행 2024.10.23 12: 49

(인터뷰①에 이어) "'장원급제'는 장음이고, '어사화'는 단음입니다". 배우 강동원이 넷플릭스 영화 '전, 란'에서 단어 장, 단음 하나까지 신경 쓰는 박찬욱 감독의 디테일을 밝혔다.
강동원은 23일 오전 서울시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국내 취재진과 만나 넷플릭스 영화 '전, 란'(감독 김상만)의 촬영 비화와 근황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전, 란'은 왜란이 일어난 혼란의 시대, 함께 자란 조선 최고 무신 집안의 아들 종려(박정민 분)와 그의 몸종 천영(강동원 분)이 선조(차승원 분)의 최측근 무관과 의병으로 적이 되어 다시 만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배우 강동원, 박정민, 차승원 등 쟁쟁한 출연진의 만남은 물론 박찬욱 감독이 제작을 맡아 기획 단계부터 화제를 모았다. 이에 힘입어 최근 치러진 '제 29회 부산국제영화제(약칭 부국제)'에서 개막작으로 선정되는가 하면, 넷플릭스를 통해 글로벌 영화팬들에게도 공개돼 호평을 받고 있다. 

강동원에 앞서 영화는 박정민 캐스팅을 먼저 확정하고 출발했다. 이와 관련 강동원은 "정민 씨가 저보다 먼저 정해져 있었다. 재작년 쯤 감독님이 대본을 먼저 주셨다. 그 다음에 김상만 감독님 전작들을 보고 대화를 나눴다. 박찬욱 감독님이 김상만 감독님에 대해 '천재 감독이라고 생각하고 보장한다'고 하셨다. 그게 제일 기억에 남는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러고 나서 대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는데 작품 자체가 전형적인 영화 대본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대본이 진짜 두꺼웠다. 페이지 수로는 100쪽 초반이었다. 그래서 한 장당 1분이니까 100분이 조금 넘는다 생각해서 이렇게 빡빡하게 써놓고 무슨 한 장당 1분이라고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라며 웃었다. 
특히 강동원은 '전, 란'에 대해 "영화적이지 않은 대본이다. 왜냐하면 인물이 너무 많았다. 인물에 포커스 되는 것 자체가 천영이 비중은 제일 많지만, 각 인물에 포커스가 많이 됐다. 그게 장점이자 단점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사실 그래서 좋게 봤다. 인물들이 살아있으니까"라고 설명했다. 
영화 제작 과정에서 박찬욱 감독의 조언도 있었다. 강동원은 "양수리에 있는 세트에서 촬영하고 있었다. 박찬욱 감독님이 처음으로 현장에 오셨다. '초복을 과장에 넣어주십시오. 장원급제 해서 어사화를 바치겠습니다'라고 대사를 하는 장면을 촬영했는데. '장원급제'가 장음이라고 진지하게 얘기를 해주시더라"라고 말했다.
이어 "어사화도 '어사화'라고 장음을 알려주셨다. 그런데 어사화는 단음이었다. 박 감독님이 '이 것도 장음일 걸?'이라고 해주셨는데 찾아보니 아니었다"라고 웃으며 "'요즘 세대'라고 해야 할까, 젊은 세대라고 해야 할까. 그런 걸 아예 모르고 신경 안 쓰지 않나. 누가 신경 쓰면서 이야기를 하나. 그런데 그게 저는 나름 좋았다. 그걸 지적해주는 걸 처음 들었다. 20년 동안 연기하면서 장음, 단음에 대해서는 처음 들었다. 아무도 이야기를 안해줬다. 우리 말에도 장음, 단음이 있지라는 걸 그때 깨닫고 제 대본은 다 체크했다. 그래봤자 2백 몇 십개 정도로 얼마 안 됐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계속 연습하면 입에 베니까 괜찮았다"라면서도 "오히려 너무 하니까 과장된 느낌도 있었다. 일부러 하니까 오버하는 느낌도 있고, 그게 효과적인지는 모르겠더라. 그래도 해보니까 좋긴 좋았다. 제 지금 촬영하고 있는 작품도 가끔은 장음인가 단음인가 체크를 한다. 특히 의미가 여러 가지 있는 단어들은 체크해보기도 한다. 장음, 단음에 따라 뜻이 달라지는지"라고 설명했다. 
(인터뷰③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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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넷플릭스, AA그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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