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는 7전 4승제의 한국시리즈에서 1,2차전을 내주며 벼랑 끝으로 몰렸다. 그렇다고 반등할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2013년의 좋은 기억을 떠올려야 한다.
당시 삼성은 두산 베어스와의 한국시리즈 1,2차전 모두 패했다. 긴 휴식으로 실전 감각이 올라오지 않는 삼성 타선이 1~2차전에서 총 3점을 얻는데 그쳤다. 반면 두산 타선은 삼성 마운드의 핵심 전력을 공략하며 먼저 2승을 차지했다.
위기에 처한 삼성은 3차전 선발 장원삼의 6⅓이닝 2실점 호투를 앞세워 3-2 승리를 가져왔다. 반격의 시동을 거는 듯했지만 두산에 4차전을 내주는 바람에 1승 3패까지 몰렸다. 이후 삼성은 5,6,7차전에서 승리하며 극적으로 한국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이번 한국시리즈 역시 11년 전 상황과 비슷하다. 선두 KIA 타이거즈에 2경기를 내준 삼성은 오는 25일과 26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3,4차전을 치른다. 원투 펀치 대니 레예스와 원태인이 차례로 선발 출격한다. 레예스는 LG 트윈스와의 플레이오프 2경기 모두 승리로 장식했다. 0.66의 평균자책점에서 알 수 있듯 1선발의 위용을 제대로 뽐냈다.
올 시즌 다승 부문 공동 1위 원태인은 지난 21일 KIA와의 한국시리즈 1차전 선발로 나서 5이닝 무실점 완벽투를 뽐냈다. 투구 수가 적어서 완투승도 가능해보였다. 하지만 서스펜디드 경기가 되면서 더 이상 던지지 못하게 됐다. 원투 펀치가 안방 팬들의 든든한 응원을 등에 업고 선발 마운드에 오르는 만큼 승리를 기대할 만할 듯.
원투 펀치의 활약보다 타자들의 반등이 더 절실한 상황. LG와의 플레이오프 팀타율 2할7푼9리를 찍었던 삼성은 한국시리즈 1,2차전에서 2할3푼2리로 부진한 모습이다. 정규 시즌 팀 홈런 1위를 차지했지만 2차전까지 홈런 1개가 전부다.
류지혁(타율 5할7푼1리(7타수 4안타)과 르윈 디아즈(타율 5할(8타수 4안타)를 제외하면 주축 타자들의 타격감이 떨어진 상태다. 김영웅과 김지찬은 1할대 타율을 기록 중이고 박병호는 아직 한국시리즈 첫 안타를 신고하지 못했다. 타자 친화형 구장인 안방에서 제대로 터지길 기대하고 있다.
박진만 감독은 “우리가 이기는 패턴을 보면 장타가 나와야 하는데 2차전에서도 안타를 적게 친 건 아니었지만 결정적인 순간 타점이 안 나왔다. 단타 위주로 나오다 보니 어려운 경기가 되고 있다. 대구에서 장타력을 생산해 분위기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2경기 모두 아쉽다. 광주에서 1승 1패가 목표였는데 -1이라고 생각하고 내일 하루 잘 쉬고 대구에 가서 잘하겠다”고 덧붙였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9년 만에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삼성이 13년 전의 좋은 기억을 떠올리며 또다시 각본 없는 드라마를 연출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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