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컨디션 올리는 단계다. 그래도 BQ는 세계 최고인 애들이다.”
‘아마 최강’이라고 불렸던 쿠바 야구 대표팀은 최근 국제대회 성적이 썩 좋지 않다. 잘 하는 선수가 있다 싶으면 국제대회 참가 중에 해외 망명으로 쿠바를 탈출하는 등 대표팀 전력 이 꾸준하게 유지되지 못했다.
그래도 최근에는 최근 10여 년 동안 미국과 재수교를 하는 등 문호를 개방하면서 자국 선수의 해외진출도 허용했다. 조건부지만 그래도 쿠바 국적 선수들이 미국 메이저리그와 일본프로야구에서 활약하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이는 대표팀 전력으로 연결되면서 쿠바 대표팀도 서서히 위상을 되찾고 있다. 하지만 지난 23일 기장 KBO 야구센터에서 열린 울산-KBO Fall League NC 다이노스와의 경기에서 1-13으로 대패를 당했다. 쿠바 대표팀 답지 않게 엉성했고 무기력했다. 지난 18일 한국에 입국한 뒤 첫 경기라고 했지만 쿠바라는 이름값이 무색했다.
11월 열리는 WBSC 프리미어12 대회를 앞두고 사실상의 전지훈련을 온 쿠바 대표팀이다. 100% 멤버는 아니지만 그래도 주축으로 활약할 선수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날 쿠바는 요엘키스 기베르트(중견수) 로베르토 발도킨(3루수) 에리스벨 아루에바루에나(유격수) 알프레도 데스파이네(지명타자) 기예르모 아빌레스(1루수) 라사로 아르멘테로스(좌익수) 야디엘 뮤히카(2루수) 안드레스 페레즈(포수) 호세 노로냐(우익수)로 선발 라인업을 꾸렸다. 선발 투수는 유스네일 파드론이었다.
파드론은 미국에서 대학을 나온 뒤 2018년 아마추어 신인 드래프트에서 보스턴 레드삭스에 전체 22라운드에 지명됐다. 2022년 보스턴 더블A까지 활약한 뒤 올해는 미국 독립리그인 프런티어 리그의 퀘벡 캐피탈레스에서 30경기(2선발) 5승1패 평균자책점 5.53의 성적을 기록했다. 이날 최고 구속은 144km까지 찍혔고, 2이닝 3실점을 기록했다. 쿠바 대표팀에서 원석을 가리기 위해 롯데 키움 두산 KIA 등 KBO 다수의 구단들이 쿠바의 경기를 지켜봤지만 스카우트들은 입을 모아 “그리 인상적이지 않은 투수”라고 평가했다.
타선에서는 메이저리그 경험이 있는 에리스벨 아루에바루에나, 그리고 지난해까지 일본프로야구 지바 롯데 마린스, 소프트뱅크 호크스 등에서 10년 간 활약하면서 878경기 타율 2할6푼1리 184홈런 545타점 OPS .834의 성적을 남긴 쿠바 부동의 4번 타자 알프레도 데스파이네가 눈에 띄었다.
2014년 LA 다저스에 류현진과 동료였던 아루에바루에나의 경우 온전한 컨디션이 아닌 상황에서도 유려한 몸 놀림을 보여주면서 스카우트들의 호평을 받았다. A구단 스카우트는 “유격수 수비가 안정적이고 부드럽다”라고 평가했다. B구단 스카우트는 데스파이네에 대해 “카운트 싸움을 할 줄 안다. 20년 간 국가대표를 한 이유가 있더라”라며 데스파이네의 노련함에 눈길을 줬다.
그 외에 중견수와 리드오프 역할을 맡은 요엘키스 기베르트도 눈에 띄는 선수로 평가했다.
다만, 아직 쿠바 대표팀 전력이 온전하지 않다는 것도 모두가 인정했다. 이날 경기를 끝까지 지켜본 허삼영 대표팀 전력분석위원은 “아직 정예 멤버들이 안왔다. 나중에 일본에서 뛰는 선발 투수와 마무리 투수가 오면 팀 분위기도 달라질 것이다”라며 “원래 쿠바 선수들이 공격적인데 오늘은 공을 많이 지켜보더라. 연습도 부족하고 또 오늘 첫 경기를 뛰었다. 분위기나 날씨 등에 적응하는 분위기다.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단계다”라고 설명했다.
여기서 말한 일본에서 뛰는 선수들은 일본에서도 초특급 외국인 선수로 활약 중인 리반 모이넬로(소프트뱅크 호크스)와 라이델 마르티네즈(주니치 드래건즈). 모이넬로는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특급 불펜 투수로 활약했다. 306경기에서 135홀드를 기록했다. 하지만 지난해 왼쪽 팔꿈치 통증으로 수술을 받았다. 이후 올해 선발로 전향해 대박을 쳤다. 25경기 11승5패 평균자책점 1.88(163이닝 34자책점) 피안타율 1할8푼7리 WHIP 0.94로 을 기록했다. 퍼시픽리그 평균자책점 1위, 다승 공동 4위로 특급 선발로 도약했다. 마르티네스는 주니치의 수호신이다. 올 시즌도 60경기 2승 3패 43세이브 7홀드 평균자책점 1.09로 맹활약 했다. 일본 통산 166세이브로 활약 중이다.
이들이 합류하면 대표팀 전력은 한층 배가될 것이라는 게 공통된 의견이다. 허삼영 위원은 “이번 프리미어12 대표팀에도 작년 WBC에 참가했던 멤버들이 많다. 또 야구 센스나 BQ는 세계에서 제일 좋은 선수들이다. 대회까지 3주가 남았으니까 그때 되면 또 달라질 것이다. 11월에 우리와 평가전을 할 때는 라인업이 정해져서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한편, 메이저리그 9시즌 통산 747경기 93홈런을 기록한 요안 몬카다도 대표팀 명단에 포함됐지만 이날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몬카다는 올 시즌에는 내전근 부상으로 재활만 해야 했다. 프리미어12 대표팀 참가가 불투명한 가운데 국내 고척 평가전부터 합류할 지도 지켜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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