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먹자는 얘기였는데…”
‘호부지’ NC 다이노스 이호준 신임 감독의 카리스마는 베테랑에게도 예외없이 적용된다. 이호준 감독은 지난 24일 취임 기자회견을 갖고 25일부터 마무리캠프를 지휘하며 본격적인 업무에 나선다. 당장 교육리그 일정과 프리미어12 대표팀 훈련 차출 등으로 마무리캠프 참여 인원 자체는 많지 않다. 오는 29일 교육리그 일정이 모두 종료된 이후, 31일 공식 취임식 이후인 11월 1일부터 ‘이호준호’의 색깔 입히기가 시작될 전망이다.
당장 박민우를 비롯해 손아섭 박건우 등 베테랑 선수들은 마무리캠프 소집 없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저마다 개인 일정을 보내고 있다. 그래도 공식 취임식에는 모두 참석할 전망. 특히 박민우는 해외 일정을 보내고 있는 상황에서 조기 귀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호준 감독의 전화 한 통에 비행기표도 바꿨다.
이호준 감독은 “고참들에게 전화를 해서 11월 1일에 전부 야구장으로 나오라고 했다. 박민우 선수는 외국에 있는데 비행기표 앞당겨서 들어온다고 하더라. 박세혁은 ‘저는 운동 계속 하고 있다’라고 하더라”라고 멋쩍게 웃었다. 그러면서 “오해하지 마라고 했다. 운동을 시키려고 나오라는 게 아니다. 밥 먹고 얘기 좀 나누자고 부른 것이다”라며 “사실 시간이 없다. 스프링캠프 가기 직전까지 선수들과 대화할 시간도 없는데 고참들과 함께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잘 잡아야 한다. 그리고 이 고참 선수들이 우리팀을 끌고 가야 한다. 얼굴을 봐야 얘기도 할 수 있는 거 아닌가”라면서 고참들과의 회식 자리에서 이호준 감독의 방향성을 설명하겠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이 고참들을 향한 메시지도 기자회견 자리에서 넌지시 전했다. 그는 “언제부턴가 1루까지 전력으로 뛰는 선수들이 많이 없어졌다. 1루까지 전력으로 뛸 수 있는 컨디션이 되어야 경기에 나갈 수 있도록 선수들은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전력질주 안되면 스타팅에 안 넣으려고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뒤에서 두 번째, 세 번째로 기다리고 있는 친구들은 주전들이 아프면 어떻게든 기회를 얻으려고 열심히 준비를 하는데, 컨디션이 안 좋은 선수가 나가게 되면 결과도 좋지 않고 분위기도 안 좋아진다. 팀 컬러도 느슨해지는 것을 많이 봤다”라고 소신을 밝혔다.그러면서 올해까지 3년 동안 몸 담았던 LG 트윈스의 얘기를 곁들였다. 그는 “LG에서는 놀랐던 게 10점 차 이상 이기고 있어도 고참 주전들이 바꿔달라고 하지 않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자리를 뺏길까봐”라며 “나 대신 기회를 얻어서 홈런을 치게 되는 그런게 싫다. 이 친구들은 ‘쉬게 해달라’, ‘안 나가겠다’ 이런 말 자체가 없다. 그게 프로 선수다. 스태프에서 겨우 사정해야 뺄 수 있다.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잘못하면 내 자리를 뺏길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자연스러운 경쟁이 되지 않겠나”라고 힘주어 말했다. 베테랑들 역시 항상 긴장감을 갖고 그라운드에 나서야 한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고참 선수들을 향한 당부의 메시지는 더 있었다. 이호준 감독이 현역 때 만들어 놓은 팀의 문화들을 다시 기반을 닦아주기를 바랐다. 이호준 감독은 “고참 선수들한테 기술적으로 가르칠 게 뭐가 있겠나, 우리의 방향성을 알려주기는 할 것이고 고참 선수들은 돈도 많이 받으니까 잘해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라고 말했다.이어 “그 다음, 좋은 문화를 만들어줬으면 한다. 고참들이 할 일이 정말 많지만 본인들이 은퇴하기 전에 NC 다이노스에서 정말 좋은 문화를 만들어주고 은퇴한 이후에도 이어지면 그게 제일 멋있다고 생각한다. 고참들이 솔선수범해서 먼저 나와서 운동하고 잘 안되면 복습하는 문화를 만들어 놓으면 어린 친구들도 분명히 다 하게 된다. 선배들이 좋은 문화를 시작해서 그 문화들을 정착시켜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NC는 오는 31일 오후 2시, 마산종합운동장 올림픽기념관공연장에서 이호준 신임 감독에 대한 취임식을 진행한다. 박민우를 대표로 한 선수단 전원과 이진만 대표, 임선남 단장을 포함한 구단 임직원 등 총 150여명이 참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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