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양키스가 월드시리즈 1차전부터 충격적인 끝내기 역전패를 당했다. 승부처에서 부상으로 한 달 넘게 쉰 투수를 투입한 애런 분 양키스 감독의 선택에 비판이 따르고 있다.
양키스는 26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WS·7전4선승제) 1차전에서 연장 10회 접전 끝에 3-6 역전패했다. 3-2로 앞선 10회말에 프레디 프리먼에게 끝내기 만루 홈런을 맞고 충격적인 1패를 당했다.
역대 120번의 월드시리즈 통산 696경기에서 끝내기 만루 홈런이 나온 것은 처음이었다. 프리먼이 역사상 최초 주인공이 되면서 양키스는 그 희생양됐다.
2-2 동점에서 연장으로 넘어간 승부. 10회초 양키스가 먼저 1점을 뽑았다. 다저스 구원 블레이크 트라이넨 상대로 1사 후 재즈 치좀 주니어가 우전 안타 치고 나간 뒤 2루 도루를 했다. 앤서니 리조의 자동 고의4구로 1루가 채워진 뒤 치좀이 또 3루를 훔치며 1사 1,3루가 됐다. 이어 앤서니 볼피의 유격수 땅볼에 치좀이 홈으로 뛰어들어 3-2 리드를 잡았다.
그러나 불펜이 10회말 1점 리드를 지키지 못했다. 마무리 루크 위버를 9회말 1이닝만 쓴 양키스는 10회말 제이크 커즌스를 마운드에 올렸다. 커즌스는 1사 후 개빈 럭스에게 볼넷을 내준 뒤 토미 에드먼에게 2루 내야 안타를 맞아 1,2루 위기를 초래했다. 동점에 역전 주자까지 나간 상황에서 오타니 쇼헤이가 타석에 들어섰다.
양키스 불펜에선 두 명의 좌완 투수가 몸을 풀고 있었다. 팀 힐, 네스터 코르테스. 애런 분 감독의 선택은 코르테스였다. 코르테스는 지난달 19일 시애틀 매리너스전이 마지막 등판으로 이후 팔꿈치 굴곡근 통증으로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 재활 과정을 밟으면서 월드시리즈 로스터에 들었고, 10회말 1사 1,2루에서 1점 리드를 지키기 위해 마운드에 올랐다.
37일 만의 실전 등판에서 코르테스는 오타니를 좌익수 파울플라이로 잡았다. 좌측 관중석으로 넘어가는 타구에 좌익수 알렉스 버두고가 몸을 날렸다. 몸이 관중석으로 완전히 넘어가면서도 타구를 놓치지 않았다. 그 사이 1~2루 주자가 한 베이스씩 진루하면서 2사 2,3루 상황이 됐다. 양키스는 우타자 무키 베츠를 자동 고의4구로 1루에 보낸 뒤 좌타자 프리먼과 승부를 택했지만 악수였다.
코르테스의 초구 몸쪽 낮게 들어온 시속 92.5마일(148.9km) 포심 패스트볼 프리먼이 기다렸다는 듯 받아쳐 우측 담장을 넘겼다. 타구 속도 시속 109.2마일(175.7km), 비거리 409피트(124.7m), 발사각 30도로 측정된 끝내기 만루 홈런. 역대 120번의 월드시리즈 역사상 최초 끝내기 만루포로 끝났다. 오타니를 잘 잡은 코르테스였지만 프리먼에게 결정타를 맞고 무너졌다.
양키스의 투수 교체를 두고 비판이 나오고 있다. ‘뉴욕포스트’는 ‘애런 분이 망쳤다. 코르테스를 투입한 분 감독의 결정을 두고 양키스 전담 방송 YES 평가는 이렇다. 잔인한 패배 후 YES 캐스터 케이는 분 감독 결정을 비판하며 코르테스 대신 힐을 등판시켜야 했다고 지적했다’고 전했다.
코르테스는 오타니 상대로 통산 12타수 2안타로 강했지만 케이는 “상대 전적이 어떻든 상관없다. 코르테스는 9월19일 이후로 투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실전 감각이 떨어진 코르테스 대신 좌타자에 강한 힐을 썼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분 감독에게도 이유가 있었다. 경기 후 공식 인터뷰에서 분 감독은 “좌투수 대 좌타자 매치업을 선택했고, 코르테스 투입을 고민하진 않았다. 코르테스는 지난 몇 주 동안 이 경기를 준비하면서 공을 던졌다. 힐도 있었지만 오타니를 잡더라도 베츠 상대로 어려운 승부가 됐을 것이다. 그 상황에 코르테스를 써야 한다는 확신이 있었다”고 말했다. 3타자 의무 상대 규정에 따라 오타니 한 타자만 상대할 수 없었고, 베츠까지 생각해 코르테스를 투입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케이는 분 감독이 선발 게릿 콜을 88구에 교체한 것도 패착이라고 꼬집었다. 콜은 6이닝 4피안타 무사사구 4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했지만 7회 선두타자 테오스케 에르난데스에게 안타를 맞고 강판됐다. 케이는 “콜을 일찍 교체해 불펜의 모든 선수가 더 빨리 나오게 됐다”며 “콜 같은 투수가 나오면 반드시 이겨야 한다. 더 길게 던졌어야 했는데 정말 뼈아프다”고 분 감독의 이른 교체를 아쉬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