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지연이 MBC 뉴스데스크 최초 여성 앵커로 선발된 과정을 밝혔다.
27일 방송된 MBC ‘심장을 울려라 강연자들(이하 ‘강연자들’)’에서는 백지연 앵커가 출연해 ‘결국 해내는 사람’이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이날 백지연은 “여러분도 취업때문에 걱정되시죠? 저도 그랬다. 저도 앵커의 꿈이 대학생 졸업반부터 생겼다. KBS와 MBC에서 공채를 뽑는다고 해서 지원을 했고, 둘다 합격했다”고 입을 열었다.
백지연은 “딱 회사에 들어갔는데 굉장히 유명한 선배가 면담을 하자고 했다. 가서 받은 첫 질문이 ‘아버지 뭐 하시냐’였다. ‘아버지 은퇴하셨다’고 하니 첫째 언니, 첫째 형부, 둘째 언니, 둘째 형부, 셋째 언니, 셋째 형부에 대해 묻더라”며 “아 사회란 이런 것이구나. 사회는 배경이 있지 않으면 안되는 걸까? 그럼 나는 실력만으로 안된다면, 남들이 도저히 부정할 수 없는 실력을 키워야겠구나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제가 수습 5개월이 됐을 때 회사가 들썩였다. MBC가 여성 앵커를 최초로 뽑는다고하더라. 전 사원을 대상으로 공개 오디션을 한다고 했다. 저희는 먼 나라 얘기였다. 구경하고 있는데 한 선배가 와서 멘트를 해보라고 하더라. 그래서 했는데 회사가 술렁술렁하더라. 제가 1등을 했다는 거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백지연은 “근데 사무실 분위기가 싸했다. 그땐 출근하면 선배 한명, 한명에 90도로 인사를 하던 시대다. 근데 부서장이 저를 호출했다. ‘귀하가 오는 월요일부터 MBC 뉴스데스크에 투입돼’, ‘9시 뉴스하라고’”라며 “도저히 수습이 안돼서 가만히 있었다. 그랬더니 ‘나는 반대했다. 보도국이 제정신이 아닌 것 같다’고 하더라. 그 선배가 네가 6개월을 버티면 내 손에 장을 지진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어 “제가 그말을 듣고 어깨를 폈다. 그리고 속으로 ‘장을 지지셔야겠군요’ 했다. 입 밖으로는 안 뱉었다. 내가 올라간다고 한 적 없는데 위에 올려두고 흔드는 느낌이었다”고 당시 심경을 고백했다.
또한 백지연은 “세상은 원래 그렇다. 늘 내편이면 뭘 못하겠냐. 근데 세상은 따뜻하지 않을 때가 더 많다. 누군가 내게 독설을 할때 꿀꺽 삼키지 마라. 부담, 상처, 엄청난 태클이었다. 그렇지만 정신을 차려야겠구나. 나 혼자 해봐야겠구나”고 설움을 토로했다.
백지연은 “그때 그 결심을 했다. ‘나 이제 뉴스데스크에 올라가. 그건 내 반석이 될거야. 아무도 나를 그자리에서 못 내려오게 해. 내가 내려간다고 할 때까지’. 그게 최초, 최연소, 최장수 9시 뉴스 앵커의 출발이었다”라고 말했다.
/cykim@osen.co.kr
[사진] 방송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