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 시즌2 연상호 감독이 본인 작품에 대한 소신을 드러냈다.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옥' 시즌2의 연상호 감독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지옥' 시즌2는 계속되는 지옥행 고지로 더욱 혼란스러워진 세상, 갑작스레 부활한 새진리회 정진수 의장과 박정자를 둘러싸고 소도의 민혜진 변호사와 새진리회, 화살촉 세력이 새롭게 얽히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연상호 감독과 최규석 작가는 2021년 선보인 시즌1에 이어 3년 만에 더욱 진화한 이야기로 돌아왔다. 마약 투약 혐의로 구속된 유아인(정진수 역)이 시즌1 이후 하차해 위기를 겪었지만, 김성철이 시즌2부터 대체 투입돼 또 다른 정진수를 보여줬다.
부활한 새진리회 1대 의장 정진수(김성철 분), 부활자 박정자(김신록 분), 소도의 리더 민혜진(김현주 분) 캐릭터가 기존 그대로 등장하고, 여기에 세상의 균형을 다시 맞추려는 대통령실 정무수석 이수경(문소리 분), 화살촉 핵심 인물 햇살반 선생님 오지원(문근영 분), 오지원의 남편이자 부활한 정진수를 처음 목격한 천세형(임성재 분) 등이 새롭게 합류했다. '지옥2'는 공개와 동시에 '오늘의 대한민국 TOP10 시리즈' 부분 1위를 차지하며 높은 관심을 입증하고 있다.
'지옥2'는 자연스럽게 시즌3를 기대케하는 결말로 마무리되는데, 이에 대해 연상호 감독은 "이뤄지기 힘든 바람이지만, '지옥'이 '건담' 시리즈처럼 됐으면 좋겠다. 개인적으로 '건담'을 정말 좋아하는데 인정하는 '건담'의 세계관도 있고, 아닌 것도 있다. 그것처럼 내가 '지옥'의 세계관을 쥐고 있다고 해서 다음 시리즈가 되는 건 아니다. 많은 창작자가 펼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오히려 정설이 있을 수 있다. '건담', '스타워즈'가 그렇다. 꼭 영상 포맷이 아니어도 된다"고 밝혔다.
"시즌1에서 굉장히 궁금증을 많이 남겼는데, 시즌2에서 하나도 풀린 게 없다. 반드시 '지옥3'가 나와야할 스토리다"라는 질문에 "시즌3가 나온다고 해도 궁금증이 해결되진 않을 것 같다. 인간이 어떤 이해를 할 수 없는 압도적인 장르가 코스믹 호러의 원천이다. 그 장르의 특성이 그렇다. '왜 이걸 설명해주지 않는가?' 그 의문 자체가 설레임이 되거나, 분노일 수도 있다. 그 감정이 장르의 본질"이라고 강조했다.
연상호 감독은 "영화사 초창기에는 사람들이 공포 영화를 보고 화를 냈다. '왜 돈을 주고 공포를 느껴야 하냐?'고 따졌다. 이게 그 장르는 카타르시스다"며 "지옥2에서 의문도, 궁금증도 거대해지길 바랐다. 그것이 축소되길 바라지 않는다.
시즌3가 된다면 거대해진 궁금증이 더 거대해질 것 같다. 사실 궁금증을 사라지게 만드는 건 간단하다. '외계인의 소행입니다' 그러면 끝난다. 근데 그건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소신을 내비쳤다.
이와 함께 그는 "비슷한 예로 좀비 영화를 자주 얘기하는데, 내가 존경하는 조지 로메로 감독님이 처음에는 좀비라는 단어 대신 '살아있는 시체'라고 썼다. 많은 사람들이 '좀비는 어디서 왔는가?'라고 물었지만, 돌아가실 때까지 그것에 대한 언급은 없었고, 그 이후 좀비라는 크리처가 아닌 장르가 될 수 있었다"며 "내 전작 '기생수'도 '한국에서 기생수의 기원에 대해 만들고 싶으니 허락해달라'고 했다면, 일본 원작자가 허락하지 않았을 거다. 모른채로 있으면 의미가 더 커지고, 모르는 것을 알려고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휴머니즘이 나올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지옥' 시즌2는 지난 25일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190여 개국에 공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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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넷플릭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