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어12 대표팀을 이끄는 류중일 감독은 선발 투수와 중심 타선 질문에는 고민이 많고 별로 웃을 일이 없다. 그러나 불펜 이야기가 나오면 얼굴에 웃음이 번진다. 대표팀 불펜은 150km 강속구 투수들이 즐비하다.
29일 서울 고척돔에서 대표팀 훈련을 지켜본 류중일 감독은 불펜에 대해 “일단 우리 중간 투수들이 거의 다 팀에서 마무리 투수다. 누가 제일 뒤에 가느냐, 누가 먼저 나가느냐 결정하는 그 싸움이다”고 말했다. “누가 최고 안정돼 보이는가”라고 취재진에게 반문하기도 했다.
이날 훈련을 마치고 KT 마무리투수 박영현이 취재진과 인터뷰를 가졌다. 두산 김택연은 박영현과 캐치볼을 했는데 ‘살벌하다’고 했다.
박영현은 “서울시리즈 했을 때 택연이 공도 받았고 여기 와서 다른 선수들, 형들 공도 받아보고 싶었는데 다들 너무 좋더라구요. 제가 공 받는 걸 좋아하는데 불펜이 워낙 좋다 보니까 저도 야구할 맛 나는 것 같고 좀 재밌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불펜 투수들이 워낙 좋다 보니까 어떤 상황에서 나가든 다 자신있게 던지려고 하는 것 같고 이번 쿠바와 평가전에서부터 좋은 모습 보여드리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표팀 선발진은 고영표, 곽빈, 임찬규, 엄상백, 최승용 5명으로 꾸려졌다. 과거 류현진, 김광현처럼 한 경기를 완벽하게 압도하며 책임지기는 쉽지 않다. 선발들이 긴 이닝을 책임지지 못한다면 불펜 투수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박영현은 “일단 형들도 다 ‘불펜이 든든하다’고 말해주시고 저희도 불펜만 보면 너무 좋더라구요. 형들이랑 공도 보고 하는데 다 워낙 좋은 투수들이고, 좋은 투수들이기 때문에 대표팀에 합류했다고 생각하고, 저도 그런 자부심을 갖고 열심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영현은 올해 정규시즌 66경기에 등판해 76⅔이닝을 던졌다. 10개 구단 마무리 투수들 중에서 가장 많은 경기, 이닝을 던졌다. 더불어 리그 불펜 투수들 중에서 SSG 노경은(77경기 83⅔이닝), KT 김민수(75경기 81⅓이닝), KT 김민(71경기 77⅓이닝) 다음으로 4번째 많은 이닝을 던진 투수다.
이강철 KT 감독은 박영현을 향해 “많이 던져야 공이 더 좋다”는 말을 자주 했다. 박영현은 “그거는 항상 마음속에 가지고 있다. 언제든 던질 준비를 하고 있고, 어떤 경기에서든, 몇 경기를 안 하니까, 그래서 총력전으로 몇 경기를 던지든 잘 할 자신이 있다”고 투지를 보였다.
박영현은 LG와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5-5 동점인 8회 2사 만루에서 등판해 삼진으로 불을 껐다. 이후 연장 11회까지 3⅓이닝(35구) 3탈삼진 퍼펙트 피칭으로 끝내기 승리를 이끌었다.
박영현은 "태극마크를 단 만큼 책임감을 가지고 던져야 될 것 같고, 멀티 이닝을 신경 안 쓰고 팀이 이길 수 있게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올해 잦은 등판으로 후유증 우려도 있었다. 그러나 박영현은 “그게 좀 이상한 것 같다. 몸 상태가 너무 좋아서, 컨디션이 계속 유지되고 있는 것 같아서 지금 괜찮다”고 말했다.
국제대회, 중요한 경기에서는 더 좋은 공을 기대해도 될 듯 하다. 박영현은 “그런 걸 잘 모르는데, 그런 중요한 경기 때는 더 끓어오르는 것 같다. 이번 가을야구에서도 그렇고, 중요한 상황에 막으면 엄청 뿌듯하다 보니까 저 자신도 모르는 공이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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