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희생자' 故이지한 母 "목 뽑아 올려야..159명의 처참한 죽음 기억" [Oh!쎈 이슈](종합)
OSEN 박소영 기자
발행 2024.10.30 05: 53

이태원 참사 2주기, 배우 이지한이 세상을 떠난 지도 2년이 흘렀다. 
이지한의 모친은 29일 고인의 SNS에 “오늘이 아들을 못 본 지 벌써 2년이 되는 날이라고 합니다. 지한이가 언제 집에 오려나 매일 기다리다 보니, 2년을 기다린 지도 몰랐습니다. 저는 매일 그렇듯이 새벽내 울다가 잠든 지도 모른 채 마지막 눈물이 까실까실 두껍게 껍데기가 되어 눈을 덮어, 손으로 하나하나 뜯어내며 몸을 일으킵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지난 2022년 10월 29일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일대에 핼러윈 데이를 앞두고 수많은 인파가 한꺼번에 몰렸다. 이로 인해 사상 초유의 대규모 압사 사고가 발생, 159명이 사망하고 많은 이들이 다쳤다. 당시 이태원에 있던 이지한 역시 희생자가 되고 말았다. 드라마 ‘꼭두의 계절’에 캐스팅 됐던 그는 이 작품을 남긴 채 갑작스럽게 사랑하는 이들 곁을 떠났다. 

이지한의 모친은 “이태원 참사로 사망한 159명의 청년들을 별처럼 아름답게만 기억하지 말아 주시길 저는 부탁드리고 싶습니다”라며 “비참한 광경들로 채워진 159명의 처참한 죽음이 있었다는 것을 기억하지 않고서는 이태원 참사를 설명할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태원의 그날 밤은 결코 사라진 별들로만 기억되기에는 너무나도 학살처럼 참혹한 현장이었습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늘에 있는 아들을 향해서는 “사랑하는 우리 아들 지한아. 지금 엄마는 네가 그날 이태원에서 입었던 피 묻은 셔츠를 끌어안고 엄마가 너를 구하지 못한 것을 한탄스러워하며 가슴을 치고 있어. 아빠 엄마 누나 우리 모두 니가 너무 보고싶구나. 지한아 아주 많이 사랑한다. 조금 이따 10시 15분에 이태원 그 골목으로 엄마가 만나러 갈게”라고 편지를 띄웠다. 
다음은 이지한 모친이 남긴 글 전문이다.
오늘이 아들을 못 본지 벌써 2년이 되는 날이라고 합니다. 벌써 그렇게 되었습니다.
지한이가 언제 집에 오려나 매일 기다리다 보니, 2년을 기다린지도 몰랐습니다.
저는 매일 그렇듯이 새벽내 울다가 잠든 지도 모른 채 마지막 눈물이 까실까실 두껍게 껍데기가 되어 눈을 덮어, 손으로 하나하나 뜯어내며 몸을 일으킵니다.
지한이와 이별한 그날 이후 오늘도 저는 아무것도 섞이지 않은 새하얀 쌀을 씻어 밥을 했고 평소에 지한이가 먹고 싶어했던 도너츠를 상에 올리고, 아들의 영정사진을 가슴에 끌어안고 마음껏 먹지 못했던 쌀밥을 한 숟갈 떠주며 이제는 정말 살찔 걱정하지 말고 맛있게 먹으라며 불가능한 주문을 외우듯 중얼거립니다.
저는 그날 이후 누가 알려주지 않으면 어제가 무슨 요일이었는지 내일이 무슨 요일인지를 모르고, 의욕도 사라졌고, 미래도 사라졌습니다. 2022년 10월 29일 전에는, 그냥 눈을 뜨고 있으면 당연하게 집안을 돌아다니며 연기연습도 하고 노래도 하고 늦은 아침밥을 먹던 아들을 아무 노력 없이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내 아들을, 내 앞에 살아 숨쉬던 내 아들을 만나려면 일부러 두 눈을 세게 감고 깜깜하고 깊은 수면 속으로 빠져 들어가야만 1년에 한두 번 가까스로 만날 수 있게 되었고, 운이 정말 좋으면 겨우 아들의 목소리를 듣게 되거나 아니면 무음으로 헤어지는 날이 더 많아졌습니다.
그마저도 이제는 두 눈을 꼭 감아도 만나지 못하는 날들이 더욱 길어져 하루하루를 불안함과 깊은 슬픔으로도 모자라 제 심장 뛰는 소리가 제 겨드랑이에 매일매일 크게 전달될 정도로 비정상적인 나날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태원 참사로 사망한 159명의 청년들을 별처럼 아름답게만 기억하지 말아 주시길 저는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그날의 아비규환은 구조를 기다리며 마지막 숨을 쉬기 위해 셔츠 깃에 피를 토하는 날이었고, 숨이 막히는 몸부림으로 목을 뽑아 올려야 숨이 끊어지는 순간을 조금이라도 늦출 수 있는 처절한 몸부림의 시간이었고, 밀리고 밀려 계단 밑에 굴러 떨어져 처박혀 갈비뼈가 박살 나고, 손목이 꺾이고 허리가 접히고 다리의 핏줄이 끊겨 하반신이 마비되고 구해달라는 비명소리조차 낼 수 없었던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순간들이었습니다.
차가운 길바닥에 켜켜이 쌓여 하얗고 조그마한 두발이 아스팔트 바닥에 끌려 까맣게 다 나온 채 조그마한 천 쪼가리에 몸둥이만 덮혀 부모를 기다렸던 참혹했던 순간이 있었고, 영하 20도의 영안실의 깜깜한 냉동고에 홀로 갇혀 엄마 아빠를 기다리고 있었던 가슴 찢어지는 순간들이 있었고, 순천향 병원 딱딱하고 차디찬 복도에 내 던져지듯 하얀 포대기에 덮여져 더 이상 들어갈 자리가 없는 영안실로 꾸역꾸역 들여보내기 위해 영문모를 길고 긴 하얀 줄이 있었던 비참한 광경들로 채워진 159명의 처참한 죽음이 있었다는 것을 기억하지 않고서는 이태원 참사를 설명할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것이 어찌 그날 운이 없어 사망할 수밖에 없었던, 전세계에서 온 159명의 청년들의 안타까운 죽음으로만, 아름다운 별로만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아야 한단 말입니까?
이태원의 그날 밤은 결코 사라진 별들로만 기억되기에는 너무나도 학살처럼 참혹한 현장이었습니다.
압사당할 것 같다고 네 시간 전부터 외쳤던 목소리가, 숨쉬기가 어렵다고 말했던 목소리가, 숨이 끊어지던 위치까지 자세히 전했던 그날의 목소리가, 아직도 들리는 것 같습니다…
사랑하는 우리 아들 지한아
지금 엄마는 네가 그날 이태원에서 입었던 피 묻은 셔츠를 끌어안고 엄마가 너를 구하지 못한 것을 한탄스러워하며 가슴을 치고 있어
아빠 엄마 누나 우리 모두 니가 너무 보고싶구나 지한아 아주 많이 사랑한다
조금 이따 10시 15분에 이태원 그 골목으로 엄마가 만나러 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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