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연투는 없다".
KIA 타이거즈가 불펜을 앞세워 통산 12번째 불패의 우승신화를 이어갔다. 삼성 라이온즈와의 2024 한국시리즈에서 4승1패의 성적으로 2017년 이후 7년만에 우승을 차지했다. 삼성을 꺾을 수 있었던 원동력은 투타의 힘이었다. 특히 마운드 싸움에서 삼성을 압도했다. 그 가운데 불펜의 힘은 막강했다.
선발투수들의 성적을 보면 광주 1차전에 나선 제임스 네일은 5이닝(1실점)을 던졌다. 2차전 선발 양현종은 5⅓이닝(2실점 1자책) 호투로 승리를 안았다. 대구 3차전은 에릭 라우어가 5이닝(2실점)을 잘 소화했지만 타선이 터지지 않아 2-4로 졌다. 대구 4차전은 네일이 5⅔이닝 2실점 쾌투로 승리를 가져왔다.
광주 5차전은 양현종이 2⅔이닝(5실점)만에 강판했다. 시리즈 5경기에서 선발투수들이 19⅔이닝을 던져 9자책점을 기록했다. ERA 4.12의 기록이었다. 5차전에서 양현종이 홈런 3개를 맞고 5실점한 것이 선발 방어율을 높였다고 볼 수 있다. 5차전을 제외하더라도 선발투수들이 잘 버텨준 것이 우승의 비결이었다.
더 큰 원동력은 불펜에 있었다. 전상현은 1차전 0-1로 뒤진 6회초 무사 1,2루를 막으며 5-1 역전을 이끈 영웅이 됐다. 2차전은 이준영, 장현식(1⅔이닝), 곽도규(1이닝)가 무실점으로 막았다. 마무리 정해영이 9회 등판해 2사후 3연속 안타를 맞고 1실점했다. 3차전은 1-2에서 구원에 나선 전상현이 백투백포를 맞고 2실점했다. 그러나 장현식 이준영 김도현 최지민 황동하는 무실점 투구를 했다.
시리즈의 분수령이 됐던 4차전에서는 네일에 이어 이준영 장현식 곽도규 황동하가 무실점 역투로 9-2 완승을 거두었다. 특히 5차전은 1-5로 뒤진 3회초 2사후 김도현을 투입해 2⅓이닝을 철벽으로 막고 역전의 발판을 놓았다. 곽도규 장현식 이준영 무실점으로 막았다. 8회 전상현이 첫타자를 몸에 맞히자 8회2사 만루위기에서 마무리 정해영이 나서 9회까지 퍼펙트 투구로 우승엔딩을 장식했다.
시리즈에서 불펜진은 25⅓이닝을 던졌다. 3자책점을 기록해 ERA 1.07의 압도적 투구를 했다. 마무리급 구위를 보여준 장현식은 5경기 모두 등판해 5이닝 무실점 호투를 했다. 곽도규도 4경기 4이닝을 단 2피안타 무사사구 4탈삼진 무실점의 무결점투구로 시리즈 2승이나 따냈다. 전상현은 백투백포를 맞았으나 1차전 위기를 막아내며 할 일을 다했다. 정해영도 3경기 1세이브를 따냈다. 이준영도 스페셜리스트로 4경기 피안타 없이 1볼넷 무실점 투구로 우승에 기여했다.
KIA 불펜은 정규리그 우승의 힘이기도 했다. KIA 선발투수들의 퀄리티스타트는 공동 최하위이다. 막강한 불펜이 뒤에 버텨주었다. 이범호 감독과 정재훈 투수코치의 원칙도 불펜의 힘을 유지한 비결이었다. 3일 연속 연투를 시키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정해영 장현식 전상현 곽도규 4명의 필승조 가운데 3일 연투는 정해영과 장현식이 각각 한 번이었다. 이 감독은 "마무리는 3일 연투는 시킬 수 있다"고 말하면서도 단 한 번이었다. 장현식은 "LG 잠실(6월18~20일)경기였는데 내가 나간다고 해서 등판했다"고 말했다.
불펜을 보호하려는 원칙은 굴욕의 날에도 유지했다. 7월31일 두산 베어스와의 광주경기에서 KIA는 무려 30실점을 했다. 프로야구 출범 이후 한 경기 30실점은 처음이었다. 1위를 달리던 팀이 최악의 기록을 냈다. 투수들이 수모를 막기 위해 모두 등판을 자원했다. 그러나 이 감독은 외야수 박정우를 마지막 투수로 내세웠다. 전상현과 정해영을 다음날 기용하기 위해서였다. 이감독은 "30점을 내주었지만 1-0이나 30-0이나 지는 것은 똑같다. 투수들이 다 나간다고 했지만 내가 참았다. 다음날까지 연투 부담을 고려해야 했다"고 말했다.
이런 보호 덕택에 필승조 투수들은 시즌을 완주했다. 장현식 75경기, 전상현 66경기, 곽도규 71경기를 던졌다. 각별한 관리를 받으며 데뷔 이후 가장 많은 등판을 했다. 정규리그 우승과 막강한 구위를 과시하며 시리즈까지 지배했다고 볼 수 있다. 굴욕의 그날은 하루였지만 우승 불펜은 12번째 불패의 신화를 이어갔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