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반하장에 안하무인이다.
양키스는 30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뉴욕 브롱스 양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월드시리즈 4차전에서 11-4로 대승을 거뒀다.
다저스에 3연패를 당하면서 월드시리즈 스윕패 위기에 몰렸던 양키스는 이날 앤서니 볼피의 그랜드슬램과 오스틴 웰스의 솔로포, 글레이버 토레스의 쐐기포에 힘입어 벼랑 끝에서 탈출했다.
월드시리즈에서 동일 팀이 1~3차전을 모두 패배한 경우는 25차례. 하지만 한 번도 리버스 스윕에 성공한 적은 없었다. 7전 4선승제의 포스트시즌으로 범위를 확대해 봐도 1~3차전 패한 뒤 내리 4연승으로 시리즈를 뒤집은 경우도 40차례 가운데 1번에 불과하다. 2004년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에서 보스턴 레드삭스가 3연패 후 4연승으로 시리즈 뒤집기에 성공한 바 있다. 당시 희생양이 바로 양키스였다.43년 만에 성사된 동부와 서부 최고 명문 구단에 인기 팀 간의 월드시리즈가 이렇게 싱겁게 끝나기를 바라지는 않았다. 특히 홈에서 다저스가 4연승으로 월드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드는 것을 양키스 팬들은 지켜보고 싶지 않았다. 팬들의 바람이 간절했다.
그런데 그릇된 팬심이 표출됐다. 1회초 프레디 프리먼에게 선제 투런포를 허용하고 맞이한 1회말. 리드오프 글레이버 토레스의 타구가 우측 파울 지역으로 향했다. 담장을 넘어갈 듯 말 듯한 타구. 베츠는 이 타구를 집중력 있게 쫓아갔고 담장 앞에서 점프 캐치로 타구를 잡았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했다. 베츠가 공을 잡은 위치 바로 앞에 있던 양키스 팬이 베츠의 글러브를 잡아챈 것. 베츠의 글러브를 가로채려고 한 것에 더해 이미 글러브 안에 들어간 타구를 끄집어내려는 시도까지 했다. 옆에 있던 관중은 이를 말리기는 커녕 동조해서 베츠의 팔을 붙잡으며 제지했다. 이때 공을 지키기 위한 베츠의 오른 손목을 끝까지 붙잡고 있었기에 부상 위험까지 있었다.
가까이서 베츠의 포구를 방해하는 것을 확인한 우선심은 관중 방해로 판정해 토레스의 타구를 아웃으로 선언했다. 그리고 양키스 구장 요원들은 베츠의 플레이를 방해한 두 명의 팬들에게 즉각 퇴장 조치를 내렸다.
북미스포츠매체 ‘디애슬레틱’에 따르면 베츠의 포구를 방해한 인물을 코네티컷주 출신의 38세 오스틴 카포비안코로 확인했다. ‘디애슬레틱’은 카포비안코에 논평을 요청했지만 거부했다. 단지, “경기가 보고 싶었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다만, 그의 동생인 대런 카포비안코는 “베츠가 욕설을 퍼부었다”라고 전했다.
하지만 베츠는 해당 사실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언급하는 것을 회피했다. 그는 “손목은 괜찮다”라면서 “그 사건은 전혀 관계 없다. 우리는 졌다. 괜찮다. 제가 집중하는 것은 경기 뿐이다. 이제 다음 경기에 집중하면 된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제3자들은 분노했다. 마운드에 있던 벤 카스파리우스는 “그런 상황은 처음봤다”라고 전했다. 토미 에드먼은 “제 관점에서 봤을 때 정말 어처구니 없어 보였다. 그 남자는 베츠의 글러브와 손목을 잡아당기려고 했다. 퇴장당한 것처럼 보였다. 용납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라고 밝혔다.
양키스의 팬들은 베츠를 저지한 팬을 영웅 취급 하는 무개념한 말을 내뱉었다. 오스틴 카포비안코가 퇴장 당하는 것을 지켜본 아나 플라멩고는 ‘디애슬레틱’을 통해 “양키스를 구하기 위한 영웅이었다”라고 말했다.
미국 현지 반응은 비판적이다. 양키스 팬을 비난한다. 메이저리그 분석가로 활동 중인 라이언 M.스패더는 자신의 SNS에 “절대 메이저리그 경기장에 발을 들여놓게 해서는 안된다. 조롱을 받아 마땅하다”라며 몰상식한 관중들을 비판했다.
‘스포츠일스트레이티드’는 ‘야구 팬들이 전에 본적이 없는 일들을 보고 싶어하는데 그런 일이 벌어졌고 비현실적인 사건에 여러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라면서 ‘이 대담한 행동에 모두가 어리둥절해 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메이저리그 소식을 SNS로 전하는 ‘세스페데스 패밀리 BBQ’ 계정은 해당 팬을 두고 “6살 짜리냐?”라고 조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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