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한화 이글스는 31일부터 일본 미야자키에서 마무리캠프를 갖는다. 지난 6월 시즌 중 부임한 김경문 감독 체제에서 첫 해외 전지훈련으로 스프링캠프 못지않은 대규모 인원이 꾸려졌다. 일본 미야자키 피닉스 교육리그에 참가한 선수 중 20명이 남고, 대전에 있던 27명이 30일 출국하면서 47명이 모였다.
김경문 감독은 부임 후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부터 연습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강도 높은 마무리캠프를 예고했다. 대개 마무리캠프는 젊고 가능성 있는 선수들의 기량 향상에 목적을 두고 치러지지만 이번에는 팀 내에서 유일하게 풀타임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한 류현진을 빼고 채은성, 안치홍, 이재원, 최재훈 등 30대 중반 베테랑 선수들까지 대거 합류했다.
부상으로 재활 중인 이태양, 김민우, 김범수, 문동주, 정이황도 포함된 가운데 내년 시즌 데뷔를 준비 중인 정우주, 권민규, 배승수, 이지성, 이승현 등 신인도 5명이나 들어갔다. 4일 훈련, 1일 휴식 일정으로 내달 24일까지 마무리캠프가 진행된다.
웬만한 한화 선수들이 다 참가하는 이번 마무리캠프에 좌완 투수 황준서(19)가 빠졌다. 부상 때문은 아니다. 지난 18일 일본 미야자키 교육리그 참가 중 귀국한 황준서는 마무리캠프 기간 서산에서 기초 체력 단련에 집중한다.
지난해 9월 열린 2024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1순위로 한화 지명을 받은 ‘특급 유망주’ 황준서는 데뷔 첫 해 36경기(11선발·72이닝) 2승8패1홀드 평균자책점 5.38 탈삼진 70개를 기록했다.
지난 3월31일 대전 KT전에서 고졸 신인 역대 10번째 데뷔전 선발승을 거두며 화려하게 데뷔한 황준서는 김민우의 팔꿈치 수술에 따른 시즌 아웃으로 4월 중순부터 선발진에 들어왔다. 6월 중순까지 두 달간 로테이션에 돌았지만 갈수록 페이스가 떨어졌다. 체력이 떨어지자 구속 저하 현상이 뚜렷했다.
이후 구원으로 보직을 바꿔 시즌을 마친 황준서는 초반에 보여줬던 퍼포먼스를 재현하지 못했다. 시즌 후 일본 미야자키에서 열린 교육리그에도 참가해 4경기(3선발) 9이닝을 던지며 경험을 쌓은 황준서는 2군 퓨처스리그 9경기를 더해 첫 해 공식 경기에서 총 90이닝을 소화했다. 19살 나이에 꽤 많이 던졌다.
이에 한화는 강도 높은 훈련이 예정된 마무리캠프 대신 서산 잔류군 캠프에서 휴식과 트레이닝에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가뜩이나 마른 체형인데 시즌 치를수록 체중이 더 빠지면서 힘이 떨어진 기색이 역력했다. 시즌 초반 최고 시속 150km까지 던졌지만 시즌 막판에는 130km대 후반으로 떨어질 만큼 힘이 빠졌다.
고교 때부터 황준서는 봄에 강하고, 여름을 기점으로 페이스가 꺾였다. 장기 레이스에 힘을 쓰는 강도가 높아지는 프로에선 그 약점이 두드러졌다. 시즌 초반 힘이 있을 때 황준서는 1군 선발투수로 경쟁력이 충분했다. 포크볼이란 완성도 높은 무기가 있어 기술적으로 당장 무언가를 보완해야 할 정도로 급한 것은 아니다. 위기 상황에서 자기 공을 던질 수 있는 배포도 증명됐다.
황준서의 보완점은 명확하다. 피지컬을 키우고, 체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물론 체중을 늘리는 것은 빼는 것만큼 어렵다. 체질에 따라 더 어려울 수 있다. 지난주 황준서와 면담을 가진 손혁 한화 단장도 그의 고민을 들어주며 공감했다. 손혁 단장은 “나도 선수 때 살이 잘 안 쪄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그래도 한 번 체중을 불려놓으면 빠져도 어느 정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쉽지 않지만 몸과 체력을 키우는 것이 지금 황준서에게 주어진 과제다. 1순위 재능의 잠재력을 보여준 만큼 지속성을 오래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