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빈·강동원 코치 책보며 연구" 윤경호, 여백으로 채운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 [인터뷰](종합)
OSEN 연휘선 기자
발행 2024.11.16 08: 05

드라마 '도깨비'를 시작으로 영화 '정직한 후보' 시리즈 등 다양한 작품에서 호평받은 윤경호는 거부할 수 없는 '킥'이 있는 배우다. 개성 강한 마스크, 듬직한 피지컬에서 뿜어져나오는 에너지를 연기 한 방으로 보여줄 수 있는. 그런 윤경호가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에서는 자신의 앞선 패턴들을 넣어두고 새로운 도전을 보여줬다. "조금도 웃기지 않겠다"는 각오로 웃음기 쏙 빼고 묵직한 분위기에 스며들었다. 감정적 한 방을 덜어낸 자리에 서스펜스의 밀도가 높아졌다. 윤경호의 이토록 친밀한 배신이 연기적으로 통한 배경을 들어봤다.  
윤경호는 지난 15일 종영한 MBC 금토드라마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극본 한아영, 연출 송연화, 약칭 '이친자')에서 오정환 역으로 출연했다.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는 국내 최고의 프로파일러 장태수(한석규 분)가 수사 중인 살인사건에 얽힌 딸 장하빈(채원빈 분)의 비밀과 마주하고, 처절하게 무너져가며 심연 속의 진실을 쫓는 부녀 스릴러 드라마다. 웰메이드 스릴러라는 호평과 '용두용미'라는 극찬 속에 작품이 막을 내린 바. 작품 종영을 기념해 최근 서울시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그는 국내 취재진과 만나 작품과 근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에서 윤경호는 경찰 조직을 우선하는 형사, 강력팀장 오정환활약했다. 오정환은 경찰이라는 조직과 규범, 루틴, 성실성을 중요시하는 인물이다. 이를 위해 윤경호는 앞선 전작들에서 주목받은 웃음기를 쏙 뺐다. 그는 "조금도 웃기지 않겠다는 게 제 목표였다"라며 그 이유를 밝혔다. 

"올해 초에 새로 손잡은 회사 대표님과 잡은 방향도 그랬다"라고 밝힌 그는 "배우로서 제가 지금 40대 중반인데 지금까지 잘 해온 부분들이 있었다면, 앞으로도 배우로서 롱런하고 싶은 마음에 못 보여준 것들을 발전시키고 '중견'의 묵직함을 가진 배우로 거듭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그러려면 익숙한 길이 아닌 새로운 길을 내는 과정이 필요했다. 그래서 덜어내는 연기를 보여드리고 싶었다. 낯설더라도 익숙하나 연기보다 새로운 모습도 신뢰할 수 있는 배우의 면모를 보여드리고 싶었다"라고 털어놨다.
이어 "마침 감독님도 그런 면을 기대하고 캐스팅해주셨다. 저 역시 그런 면을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신인감독님 눈에는 그런 면이 보였던 것 같다. 제가 잘해온 잘 쓰인 부분이 아닌, 덩치와 표정에서 나온 진중함을 더 담아주시고 싶었던 것 같아서 감독님과 이번 작품을 만난 게 큰 행운이었다. 결과는 시청자 분들이 평가해주시는 것이지만 주변 관계자 분들께 좋은 이야기 들으면서 노력한 부분들이 비춰진 것 같아서 반갑기도 하고, 다행스러운 부분도 있다. 부족한 부분들이 있기 때문에 앞으로 발전시키고 싶은 장르가 있다"라고 말했다.
그만큼 어려움도 컸다. 윤경호는 "처음에 연기를 할 때는 손발이 묶인 느낌을 받았다. 각오하고 시작을 한 것이긴 했다. 익숙한 호흡이 튀어나올 것 같으면 끝까지 잡아달라고 했다. 이번 작품을 통해서 새로 거듭나고 싶은 게 있으니. 감독님이 도와주셨다. 조금이라도 톤이 올라가거나 애드리브를 넣으려는 순간이 오면 감독님이 잡아주신 게 많았다. 그래서 초반에 긴장된 게 많았는데 점점 여백의 미, 비움의 미학이 있었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저는 지루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염려가 밀도가 생기는 공간이라는 걸 느꼈다. 여백으로 채우면서 생각할 거리가 있겠다는 걸 느꼈다. 내가 못 느낀, 우리 씬 말고 다른 쪽에서 이어진 정서가 있으리라는 걸 이해하게 됐다. 제가 조, 단역 생활을 오래 하면서 '킥'이 있어야 하는 씬들, 인물들, 한방을 해줘야 하는 역할들을 했다. 그런 장면에서 연기를 잘한다고 보이려면 임팩트를 신경 썼어야 했다. 그런 걸 늘 고민하면서 해와서 그런지 그런 부분들에 대한 조바심이 있었다. 그런 게 아니라 다같이 만드는안에서 이 안에 잘 스며들면 되고 믿고 같이 움직이면 된다는 걸 한석규 선배님부터 보고 배웠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를 위해 액팅코치 신용욱의 저서 '배우라는 세계'도 참고했다고. 그는 "저자께서 배우 원빈, 강동원, 한지민 근래에는 홍경, 이준혁 배우까지도 액팅 코치를 하셨더라. 촬영장 오가며 틈날 때 보면 밑줄 치는 구절들이 있다. 배우들이 어떻게 발전하는지를 봤다고 하는데 그런 것들이 필요하다는 걸 알았다. 혹은 나도 현장에서 이런 고민이 있었는데 이 사람들도 이랬구나 하는 걸 느끼고 반갑더라. 거의 느낀 이야기들의 답습이지만 한번 더 정리가 되고 확신이 생기더라"라고 설명했다.
이어 "결국 경험을 통해 배우는 게 많기 때문에 가르친다고 해서 풀리기 어려운 부분이다. 현장 분위기를 느껴야지만 배울 수 있는 것들이 많다. 그 시절엔 맨땅에 헤딩을 해야 했고 혼나거나 겁먹거나 다시 생각해보니 '그럴 걸' 하는 순간들의 연속이었다. 버틴게 잘한 거지만 다음은 어떡하나 고민의 연속에 잘 살아남은 것 같다. 참 많은 동료들이 연기가 어렵다고 하는데 그런 부분들에 대해서 생각이 많아지고 도움이 많이 됐다"라고 밝혔다. 
또한 그는 "겸손 이면에는 누구나 욕심이 있다. 제가 만족하지 못하기 때문에 배워야겠다는 갈증이 있다. 최근에도 또 연기 서적을 샀다. 내가 고민한 지점들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끊임없이 확인받고 싶고 초심을 또 찾을 때도 있다. 발음 훈련 같은 걸 자주하는 스타일이 아니라 늘 도사리는게 샤워를 하다가도, 문 틈에 발이 찌었을 때 아픈 순간에도 연기적으로 이렇게 쓰면 좋겠다 하는 게 배우라면 늘 있다. 그때의 역할과 맞아 떨어질 때가 있다. 곧 찍을 씬에서 어떻게 자연스럽게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이렇게 하면서 연기를 할 수 있겠구나 하는 것들을 항상 인풋을 해준다. 당장 쓰진 못하더라도 언젠가 제 머리에 간접경험으로 그런 것들이 나온다 겸손보다는 욕심인 것 같다. 오래 사랑받고 싶어서 그런 것 같다"라고 했다. 
실제 성격 역시 코미디 작품과는 달랐다. 윤경호는 "매사에 신중한 편이다. 일과 관련해서 특히 그렇다. 집에서 나오는 순간부터 어쨌든 저는 유명인이고, 카메라가 내 주변에 항상 있다는 생각으로 산다. 그래서 예능도 조심하는 게 은연 중에 나의 본모습이 혹시나 눈살을 찌푸리게 하거나 '의왼데?'라는 부분 때문에 연기를 할 때 '생각보다 안 무서운 사람인데?'라는 염려가 있다"라고 털어놨다. 
다만 "원래 집에서 아이들과 있을 때는 많이 내려놓는다. 정신연령을 애들 눈높이에 맞춰 산다"라고. "작은 일에도 삐지고 말싸움하고 느슨해진다"라며 웃은 그는 "과거 어린 시절 친구들 만날 때도 단순하게 즐겼다면 이제는 그마저도 조금씩 의식을 하게 된다. 집 밖을 나서게 되면 언행, 행실, 욕이라도 한 마디 튀어나오면 누가 들을까봐 의식하게 된다. 술자리에서 술을 마시면 취하지 않으려고 조심한다. 너무 들뜨지 않으려고 한다. 그래서 점점 심정을 이해해주는 동료들과 자리를 찾게 된다. 그렇지 않으면 주로 집에 있거나 같은 아파트 주민들 아빠들끼리 소소하게 맥주집에서 마신다"라고 말했다.
더불어 그는 "예전엔 저도 장난치는 거 좋아하고 친구들 사이 개구쟁이였다. 장난을 치더라도 깜짝쇼, 몰래카메라 같은 장난을 치는 걸 좋아했다. 친구들 사이에서 짓궂었다. 오히려 최근엔 친구들이 재미없어지고 연기하는 것 같다고 한다. 어쨌든 연기자로 사는데 평소랑 연기랑 말투가 같아야 하지 않나. 그런 식으로 나이를 먹어가고 작품을 하면서 바뀌는 게 있는 것 같다"라고 고백했다. 
이러한 윤경호의 고민을 부추긴 건 신인감독인 송연화 감독의 뚝심 있는 연출이었다. 윤경호는 "우리 감독님 정말 독한 사람이다. 애드리브 같은 것도 리허설 때는 허락하는데 본촬영에는 안 한다고 하신다. 본촬영 때 허락을 하더라도 나중에 보면 다 편집돼 있더라"라며 웃었다. 다만 그는 혀를 내두르면서도 "그런데 그 독한 고집이 모두 납득이 된다"라고 강조했다. 
윤경호는 "만들고 싶은 장면을 찾아가는 고집이 납득됐다. 저희 촬영감독님도 감독님보다 선배인데 고생하셨다. 감독님을 보면 옆에서 촬영감독님한테 '선배님'이라고 말은 부르면서 굉장히 말만 들어도 어렵고 디테일한 주문을 한다. 그러면서 '앵글 어려우면 안 하셔도 돼요'라고 하는데 듣는 사람이 다 발끈해서 '아냐, 다 돼!'라고 말하게 된다. 그러면서 조금이라도 원하는 부분과 다르면 존중은 하지만 고집은 꺾지 않으셨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그는 "연기도 똑같았다. 그렇게 하다 보면 너무해서 화가나는 게 아니라 사람이 투지가 생긴다. 처음엔 '뭐가 다르지?'라고 하다가 나중엔 고집을 맞춰주려고 뛰어다니게 된다. 이 감독님께 인정받고 싶다는 욕구가 생긴다. '저 까다로운 입맛을 맞추고 싶다'라고. 마치 셰프들이 미식가들을 사로잡고 싶어하는 것 같다. 좋은 가스라이팅이다"라며 웃었다. 
결국 윤경호는 송연화 감독에게 인정을 받았다. 송연화 감독이 직접 윤경호는 물론 그와 함께 한 극 중 강력팀에 대한 호평을 남긴 것. 이와 관련 윤경호는 함께 한 후배 연기자들에게 공을 돌리면서도 "제작사 대표님이 오 팀장이 중심을 잡아줘서 개성 강한 인물들이 계속 유지될 수 있었다고 하더라. 고마웠다. 다른 사람에게도 그 이야기를 들을 때 그 안에서 있어야 할 몫을 했다는 생각에 감사했다"라고 밝혔다.
이에 그는 "항상 어떤 작품을 하면 책임져야 한다는 것에 얽매였다. 그게 아니라 스며들면 된다고 생각했다. 개성 강한 마스크로 뭔가를 차지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면 단순했던 사고를 조금 더 내려놓고 유연하게 지낼 수 있어서 이번 작품이 저한테 준 게 많다. 양보, 배려를 배웠고 타인의 연기 영역에 침범하지 않을 방법까지 여러가지 여백의 미를 배웠다. 작품 전체에 대해 큰 걸 배웠다. 물론 부족하고 아쉬움도 있겠지만 계속 노력하면 윤경호라는 배우가 다른 장르를 향해 신뢰를 주려고 도전하고 있다는 걸 기억해주셨으면 좋겠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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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눈컴퍼니, MB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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