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 삼성 라이온즈 출신 우완 투수 벤 라이블리(32)가 메이저리그 13승 투수로 탈바꿈하며 연봉도 3배나 올랐다.
미국 ‘클리블랜드 플레인 딜러’ 폴 호인스 기자는 지난 23일(이하 한국시간) 클리블랜드 가디언스가 라이블리와 연봉 조정 없이 1년 225만 달러에 내년 계약을 한다고 전했다. 올해 연봉 75만 달러에서 3배 오른 조건에 사인한 것이다.
지난해 12월 클리블랜드와 1년 75만 달러에 계약하며 팀을 옮긴 라이블리는 4월 중순 빅리그 콜업 후 시즌 끝까지 선발 로테이션을 돌았다. 29경기에서 151이닝을 던지며 13승10패 평균자책점 3.81 탈삼진 118개를 기록했다.
클리블랜드 팀 내 최다승을 거두며 아메리칸리그(AL) 중부지구 우승에 기여했다. 연봉 조정 과정을 거치면 320만 달러까지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라이블리는 그보다 훨씬 낮은 조건에 일찌감치 사인했다.
라이블리는 국내 야구팬들에게도 익숙한 선수다. 2017~2019년 필라델피아 필리스, 캔자스시티 로열스에서 3시즌 26경기(20선발·120이닝) 4승10패 평균자책점 4.80을 기록한 뒤 한국에 왔다. 2019년 8월 덱 맥과이어의 대체 선수로 삼성 유니폼을 입은 라이블리는 2021년 6월 어깨 부상으로 팀을 떠나기 전까지 3시즌을 함께했다.
삼성에서 3시즌 통산 36경기(202⅓이닝) 10승12패 평균자책점 4.14 탈삼진 191개로 기록은 크게 눈에 띄지 않았다. 하지만 큰 키(193cm)에 낮은 스리쿼터로 볼끝이 지저분해 타자들이 쉽게 타이밍을 맞히지 못했다. 3시즌 통산 피안타율(.228), 피OPS(.663) 모두 수준급이었다.
장점이 확실했지만 그만한 성적을 내지 못했다. 옆구리, 손가락, 어깨 등 크고 작은 부상으로 인해 풀타임 시즌이 전무했다. 구위를 인정받아 두 번이나 재계약했고, 2021년 스프링캠프 때 머리카락을 삼성 팀컬러인 파란색으로 염색하며 팀에 애정을 보였지만 결말은 방출이었다.
한국을 떠나 미국으로 돌아간 라이블리는 2022년 신시내티 레즈와 마이너리그 계약으로 빅리그 복귀를 노렸다. 트리플A에서 건강하게 풀타임 시즌을 보낸 뒤 2023년 5월 빅리그 콜업을 받았다. 19경기(12선발·88⅔이닝) 4승7패 평균자책점 5.38 탈삼진 79개로 가능성을 보였고, 시즌 후 FA로 풀려 클리블랜드와 계약했다.
바이러스성 질병으로 부상자 명단에서 시즌을 시작했지만 4월 중순 클리블랜드 에이스 셰인 비버가 팔꿈치 토미 존 수술을 받으면서 대체 선발로 기회를 잡았다. 한 번 잡은 기회를 제대로 움켜쥐었다. 첫 10경기(55⅔이닝) 6승2패 평균자책점 2.59 탈삼진 48개로 활약했다. 포심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시속 89.9마일(144.7km)로 빠르지 않지만 볼끝이 지저분한 싱커에 스위퍼, 체인지업, 커브를 고르게 던지며 시즌 끝까지 로테이션 한 자리를 지켰다.
한국에서 보낸 3년의 세월도 라이블리의 커리어에는 큰 도움이 된 시간이었다. 지난 8월1일 지역 방송 ‘뉴스5 클리블랜드’와 인터뷰에서 라이블리는 “좋은 기회가 생겨 한국에 가는데 정말 좋은 시간이었다. 한국에서 많은 투구를 할 수 있었고, 온전히 나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었다. 그 모든 게 이어져 지금의 내가 됐다”고 돌아봤다.
이어 라이블리는 “한국에는 통역사도 있고, 외국인 선수도 몇 명 함께하지만 혼자서 웬만한 것을 다 해결해야 했다. 그 경험을 통해 스스로를 리셋하며 성숙해질 수 있었다. 예전에는 경기 중 일어나는 사소한 일에 불만을 품거나 좋아했다. 이제는 홈런을 맞더라도 빨리 잊고 다음을 생각한다”고 달라진 마인드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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