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티아누 호날두(39·알나스르)는 일세를 풍미한 골잡이다. 21세기 들어 약 20년간 세계 으뜸의 골 솜씨를 뽐내 왔다. 리오넬 메시(37·인터 마이애미 CF)와 더불어 ‘신계의 사나이’라 불릴 만치, 골을 낚는 데 있어선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존재로 맹위를 떨쳤다. 호날두를 상대하는 팀은 그의 가공할 득점포를 어떻게 봉쇄해야 하나를 놓고 전전긍긍해야만 했다.
그런 만큼 호날두는 골에 관한 각종 기록을 쏟아 냈다. 활약한 세월이 길어질수록, 다채롭고 깊이 있는 기록을 쌓아 감은 어쩌면 당연한 현상일지도 모른다. 잊힐 만하면 새로운 기록 또 신기록을 창출한다. 단순하지도 않다. 또한, 양적으로 뿐만이 아니다. 내로라하는 월드 스타들도 쉽게 범접하지 못할, 질적으로 순도 높은 대기록을 창출한다. 그야말로 ‘기록 제조기’라는 별명이 걸맞다는 느낌을 자아낸다.
그렇다면 호날두가 떨치어 나타낸 무시무시한 득점력에 골문을 유린당한 팀은 과연 얼마나 될까? 물론, 호날두가 퍼붓는 ‘슈팅 세례’에 어쩔 수 없이 ‘희생의 운명’을 감수해야 했던 팀은 부지기수일 성싶다.
이 맥락에서, 호날두에게 피해(?)를 본 구체적 팀 숫자는 흥미를 끌 만한 대목이다. IFFHS(국제축구역사통계연맹)가 그 해답을 내놓았다. IFFHS가 집계해 자신의 누리집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호날두의 골 사냥에 포획돼 제물이 된 팀은 어마어마하게도 200개 팀(11월 27일 현재·이하 현지 일자)에 이르렀다. 물론, 세계 축구 역사상 최초다. 요즘 회춘한 듯 부쩍 새 지평을 열어 가는 ‘개척자’의 이미지를 짙게 풍기는 호날두에 어울리는 또 하나의 대기록이다.
호날두는 ‘호랑이’, 세비야는 ‘토끼’… 신기록은 호날두를 지탱해 주는 버팀목
호날두가 쌓은 이 금자탑은 사우디아라비아 프로페셔널리그에서 모습을 나타냈다. 11라운드(11월 23일) 홈 알카디시아전(1-2 패)에서 수립됐다. 호날두는 선제골(전반 32분)을 뽑아내며 이제껏 그 누구도 밟지 못했던 대망의 200개 팀 상대 득점의 신기원을 이뤘다.
대기록 달성엔, 22년 1개월 16일이 걸렸다. 2002년 10월 7일, 호날두는 포르투갈 프리메이라리가의 모레이렌스를 첫 희생양으로 삼아 엄청난 골 사냥의 첫걸음을 내디뎠다. 17세 8개월 2일에 치른 성인 무대 데뷔전에서 2골을 터뜨리며 ‘화려한 탄생’의 막을 올렸다.
스물세 번째인 2024-2025시즌에도 정열을 불태우는 호날두가 주된 골 사냥터로 삼은 ‘숲’은 스페인 라리가였다. 라리가 최고 명가 레알 마드리드에서 9시즌(2009-2010~2017-2018) 동안 놀라운 골 포획 솜씨를 뽐내며 전성시대를 누렸다. 이 시절에, 라리가에서만도 311골을 잡아낸 ‘골 사냥꾼’이었다.
그에 걸맞게, 호날두가 만만하게 봤던 사냥감들은 라리가 팀들이었다. 호날두에게 가장 많은 골을 내준 상위 5개 팀 모두 라리카 클럽들이었다(표 참조). 특히, 세비야는 호날두의 상식(常食)이요 영양분이었다. 호날두는 세비야를 상대로 18경기에서 27골을 잡아냈다. 경기당 평균 1.5골이니, ‘토끼’ 세비야에 호날두는 무서울 수밖에 없는 ‘호랑이’였다.
재미있게도, 호날두는 또 다른 라리가 명문 바르셀로나를 맞아서도 대단한 득점 파워를 과시했다. 34경기에서 20골을 뽑아냈다. 레알 마드리드와 라리가 쌍벽을 이루며 우승을 다투는 최대의 맞수인 바르셀로나로선 호날두가 얄밉고도 두려운 존재였음을 방증하는 기록이다.
호날두를 두렵게 여기는 팀은 클럽뿐만이 아니었다. 국가대표팀도 수두룩했다. 2003년, ‘셀레상(A Seleção: 포르투갈 축구 국가대표팀 별칭)’에 처음 발탁된 호날두는 21년에 걸쳐 골 사냥을 펼쳐 왔다. 한결같은 호날두의 기세에 호락호락하게 보였던 국가대표팀은 룩셈부르크였다. 만났다 하면 1골씩을 빼앗겼다(11경기 11골).
반면, 호날두가 여태껏 골문을 열어젖히지 못한 팀도 있다. 그중 최고 난공불락의 요새였던 팀은 프리메이라리가를 대표하는 벤피카였다. 호날두와 5번 맞닥뜨렸는데, 단 한 골도 허용하지 않았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를 대변하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두 차례(2003-2004~2008-2009, 2021-2022~2022-2023시즌) 둥지를 튼 바 있는 호날두는 이 시절 울버햄프턴 원더러스와 레스터 시티를 만나서도 재미를 보지 못했다. 각각 세 번씩 맞부딪쳤으나, 거푸 골 사냥에 실패했다. 국가대표팀으론, 터키와 알바니아(이상 4경기 무득점)와 브라질과 잉글랜드(이상 3경기 무득점)와 맞섰지만, 끝내 골을 터뜨리지 못했다.
호날두는 우리 나이로 불혹(不惑: 40세)이다. GK가 아닌 필드 플레이어로선 ‘할아버지’라 불릴 만하다. 그런데도 노익장의 열정을 불사르며 ‘신기록 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팬은 물론 전문가조차도 혀를 내두를 만한, 돋보이는 기록을 내놓는다. 몸놀림은 한창때에 비하면 확실히 둔화됐어도, 다시 회춘한 듯 득점력을 뽐낸다.
잊힐 만하면 새 기록을 선보인다. 지난 두 달만 하더라도 세 개의 신기록을 세웠다. ▲ 득점 경기 600고지 정복 ▲ 30세 이상 최다 득점(442) ▲ A매치 최다승(132) 등 쟁쟁한 기록들을 양산했다. 그리고 이제 다시 ▲ 200개 팀 상대 득점 기록도 새로 선보였다. 끝이 없는 듯싶은 ‘신기록 가도’를 내달리는 호날두다.
그러니 ‘뉴스의 총아’가 될 수밖에 없다. 심심하다 싶으면 각종 기록을 만들어 내는데, 외면할 수 없는 존재로 자리함은 당연하지 않을까 싶다. 전성기에 결실한 풍성한 과실에 오래도록 그라운드를 떠나지 않으며 불태우는 정열이 어우러지면서, 화수분처럼 각종 기록의 열매를 맺고 있다. 자신을 상대로 한 ‘외로운 투쟁’의 모양새를 빚어내며 여전히 걸음을 늦출 생각이 없는 호날두다.
전 베스트 일레븐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