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SSG 랜더스 노경은(40)이 22년 만에 리그 타이틀을 따내며 야구인생을 돌아봤다.
노경은은 지난 26일 서울 롯데호텔 월드 크리스탈볼룸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 Bank KBO 시상식’에서 홀드상을 들어올렸다. 수상 후에는 “내가 03년도 입단인데 KBO에서 주는 큰 상을 받기까지 22년 걸렸다. 이렇게 인사를 22년 만에 아버지께 드리는 것 같다. 뒷바라지 하는데 고생 많으셨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아들을 키워주고 있는 와이프에게 너무 고마운 마음으로 야구를 하고 있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KBO리그 통산 561경기(1390이닝) 86승 95패 86홀드 10세이브 평균자책점 4.86을 기록한 노경은은 2021시즌 종료 후 롯데에서 방출됐지만 SSG에 입단하며 현역 커리어를 이어갈 기회를 얻었다. 그리고 SSG에서 제2의 전성기를 열었다. SSG 이적 후 3년간 194경기(246⅓이닝) 29승 15패 75홀드 3세이브 평균자책점 3.18을 기록하며 SSG의 뒷문을 단단하게 지켰다.
특히 올해 노경은의 활약은 빛을 발했다. 77경기(83⅔이닝) 8승 5패 38홀드 평균자책점 2.90을 기록하며 커리어하이에 가까운 시즌을 보냈다. KBO리그 최초로 2년 연속 30홀드를 달성하는데 성공했고 역대 최고령 홀드 타이틀도 따냈다. 리그 출장경기 1위, 불펜투수 중 이닝 1위를 기록할 정도로 팀이 필요한 순간에는 언제든지 마운드에 올랐다. 시즌 종료 후에는 FA 자격을 얻었고 2+1년 총액 25억원에 SSG와 재계약했다.
노경은은 시상식 후 인터뷰에서 “이렇게 타이틀을 따는데 22년 걸린 것이 좋게 이야기하면 진짜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했다는거고 나쁘게 이야기하면 22년씩이나 걸린 것이다. 여태까지 뭐 했나 옛날에 방황했던 시절이 필름처럼 돌아가기도 한다. ‘야구를 좀 더 잘할 걸. 더 열정적으로 할 걸’ 그런 생각이 들었다. 자기 반성도 많이 하게 된다”라고 솔직한 심경을 밝혔다.
“홀드로 상을 받는 것은 꿈도 꿔본 적이 없다”라고 말한 노경은은 “선발투수를 하다가 도태돼서 불펜투수로 롱릴리프를 하고 거기서 또 도태되면 방출될거라고 생각했다. 중간에서 필승조로 타이틀을 딸거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세이브 투수를 할 때도 얼마 못가서 잘렸다. 그냥 롱릴리프와 임시 선발투수를 하다가 좋으면 5선발을 하고 그정도였다”라고 SSG에서 필승조를 맡기까지의 여정을 이야기했다.
노경은은 “내가 2년 연속 10승을 하고 너무 땅을 치고 후회를 한 것이 그 때 관리를 못하고 실패한 것이다. 그 때는 쉬는 것도 운동이라고 생각하고 많이 던졌으니까 무조건 쉬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 때의 실패 때문에 지금은 많이 던진 만큼 비시즌에 빠진 근육도 채워주고 보강을 하면서 다음 시즌을 대비를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홀드상 수상 소감에서도 후배들에게 루틴을 지킬 것을 당부했던 노경은은 “내가 운동하는 방법이 정답이라는 것이 아니다. 각자 선수들마다 정해놓은 운동 스케줄이 있을텐데 꼭 지키라는 의미다. ‘오늘 하루 제끼자’라고 생각하면 끝이다. 절대로 쉬어서는 안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서 “운동 강도보다는 꾸준하게 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나는 아파트 웨이트 트레이닝 시설이 너무 좋고 사람도 많지 않아서 혼자 쓰는 느낌으로 열심히 하고 있다”라며 웃었다.
SSG 불펜진에서 가장 굳을 역할을 맡아 많은 경기와 이닝을 책임지고 있는 노경은은 “투구수는 상관없다. 팔꿈치 싱싱하게 은퇴해서 국 끓여 먹을 것도 아니지 않나”라면서 “시즌 중에도 특별히 힘든 적은 없었다. 힘으로만 던지는 것이 아니라 요령껏 던져야 한다. 패기와 경험이 공존해야 한다. 패기로만 던진다면 144경기를 하는데는 한계가 있다. 그렇지만 요령을 더하면 시즌 처음부터 끝까지 똑같이 던질 수 있다. 나도 후배들에게 시즌이 끝날 때 내 구속을 보여주며 직접 보여줬다. 몸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내년에도 내가 직접 보여주면서 후배들을 데리고 가려고 한다”라고 후배들에게 모범이 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리그에서도 이제 더 나이가 많은 선수가 거의 남지 않은 노경은은 “(최)형우형이 만날 때마다 ‘너는 최고령 못해. 나 계속 야구할거야’라고 말한다. 자기는 은퇴를 안할거라고 했다. 최고령 선수는 포기해야할 것 같다”라며 웃었다. 이어서 “나이는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3년 전에도 사람들은 저 선수는 늙어서 올해가 끝이라고 말했다. 재작년에도, 작년에도, 올해도 올해가 끝이라고 했는데 그런 말을 듣는 것이 오히려 힘이 된다. 5년, 6년 연속해서 잘하면 내가 오히려 그 때 가서 ‘6년 연속 했는데 뭐라고 할래요’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지 않겠나. 나만의 소심한 복수다”라며 앞으로의 활약을 다짐했다. /fpdlsl72556@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