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을 때는 김도영(KIA 타이거즈) 이상급”이라는 이승엽 감독의 극찬과 함께 올해 커리어하이를 쓴 강승호(두산 베어스). 그럼에도 그는 왜 마무리훈련을 자청한 뒤 23일의 인고의 시간을 견뎠을까.
2021시즌에 앞서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로 FA 이적한 최주환의 보상선수로 두산 유니폼을 입은 강승호는 이적 4년차를 맞아 데뷔 후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커리어 최다인 140경기에 출전, 타율 2할8푼 146안타 18홈런 81타점 16도루 81득점 장타율 .476으로 활약하며 비로소 완전한 두산 주전 2루수의 탄생을 알렸다. 2년 연속 두산 야수 고과 1위에 걸맞은 활약이었다.
두산 이승엽 감독은 5월까지 타율 3할대를 유지한 강승호를 향해 “올해 커리어하이를 썼고, 5월까지는 김도영 이상급이었다. 정말 놀랄만한 타격이었다”라고 극찬하며 “다만 시즌 마무리는 좋지 못했다. 6월, 7월을 보내면서 부진한 시간이 길었다. 부진한 시기를 줄이기 위해선 뭔가 변화가 필요하다고 봤고, 선수 본인도 문제점 개선 의지가 많이 보이더라. 그래서 마무리훈련에 참가하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강승호에게 직접 커리어하이에도 마무리훈련에 참가 이유를 물었다. 그는 “시즌을 치르고 나서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었고, 힘에 부쳤는데 마냥 쉬는 거보다 훈련을 하면서 올 시즌 무엇이 부족했는지 체크해보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 내년 시즌 어떻게 해야 할지 방향성도 잡아볼 겸 참석하게 됐다”라고 밝혔다.
용두사미 시즌을 보낸 요인에 대해서는 “초반 잘 맞았을 때는 포인트가 앞에서 잘 이뤄졌고, 좋은 타구가 많이 나왔다. 그러나 날씨가 더워지면서 체력적으로 힘이 떨어지니 포인트가 뒤로 갔다. 그러면서 삼진도 늘어났고, 타격 자세도 많이 바뀌었다”라며 “체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하다 보니 타이밍이 늦어졌고, 나도 모르게 자세가 바뀌었다. 이후 날씨가 풀렸으나 안 좋았을 때 모습이 계속 나왔다”라고 진단했다.
때문에 마무리훈련에서는 이영수, 박석민 타격코치와 타격 자세 수정에 중점을 뒀다. 강승호는 “삼진을 많이 줄여야한다고 생각한다. 삼진을 많이 안 당하는 쪽으로 훈련 포커스를 맞췄다”라며 “토텝을 하다 보니 공을 쫓아다니는 느낌이라 다리를 들면서 내 존을 확실하게 정립하는 훈련을 했다. 나만의 타격 루틴을 정립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강승호는 올해 수비에서도 초반 시행착오를 딛고 일취월장한 모습을 보였다. 비결을 묻자 “지금 생각해보면 초반에 정말 힘든 시기를 겪었다. 조성환 코치님이 도움을 많이 주셨다”라며 “20~30경기까지 실책 8개를 범하면서 올해 30~40개 정도 할 줄 알았는데 13개로 끝났다. 조성환 코치님께 감사드린다. 기술보다 심리적으로 편하게 해주셨고, 훈련도 많이 시켜주셨다. 멘털 관리를 많이 해주셔서 편하게 하다 보니 잘 됐다‘라고 답했다.
확실한 주전 2루수로 도약한 강승호의 2025시즌 목표는 두 가지다.
강승호는 “올 시즌보다는 잘해야 한다. 커리어하이였지만, 아쉬운 부분도 있었고, 풀타임 뛰면서 체력관리가 굉장히 중요하다는 걸 느꼈다. 또 마무리훈련에 참가한 어린 선수들을 보면서 나 또한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라고 전했다.
이어 “작년 와일드카드 결정전, 올해 와일드카드 결정전 모두 무기력하게 끝났다. 많이 답답했다. 안타 치고 싶고, 홈런 치고 싶은 게 선수들인데 점수가 안 났다. 많이 아쉬웠다”라며 “형들 말씀대로 이런 아픔을 꼭 기억하고, 정말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열심히 준비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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