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이드 이후 성적을 크게 끌어올린 일본인 투수 기쿠치 유세이(33)가 FA 대박을 치며 LA 에인절스 유니폼을 입었다.
에인절스는 지난 28일(이하 한국시간) 기쿠치 영입을 공식 발표했다. 3년 6300만 달러 조건으로 연평균 2100만 달러에 달하는 계약이다. 앞서 시애틀 매리너스에서 3년간 4300만 달러, 토론토 블루제이스에서 3년간 3600만 달러를 받았던 기쿠치는 3번째 계약으로 가장 큰돈을 벌었다.
2019년 데뷔한 기쿠치는 메이저리그 6시즌 통산(154선발·809⅔이닝) 41승47패1세이브 평균자책점 4.57 탈삼진 837개 WHIP 1.34를 기록했다. 2021년 올스타에 선정됐지만 기복이 심한 투구로 안정성이 떨어지는 투수였다.
하지만 지난해 토론토에서 불안한 제구를 잡고 32경기(167⅔이닝) 11승6패 평균자책점 3.86 탈삼진 181개 WHIP 1.27로 최고 시즌을 보냈다. 이어 올해는 토론토와 휴스턴 애스트로스 2개 팀에서 32경기(175⅔이닝) 9승10패 평균자책점 4.05 탈삼진 206개 WHIP 1.20으로 2년 연속 수준급 성적을 내며 FA 가치를 높였다.
7월말 트레이드되기 전까지는 토론토에서 22경기(115⅔이닝) 4승9패 평균자책점 4.75 탈삼진 130개 WHIP 1.34로 조금 아쉬웠다. 하지만 휴스턴 이적 후 10경기(60이닝) 5승1패 평균자책점 2.70 탈삼진 76개 WHIP 0.93으로 위력을 떨쳤다. 휴스턴으로 이적한 뒤 슬라이더 구사 비율을 높이면서 투구의 질이 훨씬 좋아졌다.
시즌 중 트레이드가 되면서 퀄리파잉 오퍼도 피했다. 원소속팀의 1년 재계약 제안인 퀄리파잉 오퍼는 선수 경력에서 한 번만 받을 수 있고, 시즌 중 트레이드로 팀을 옮긴 선수는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로 인해 기쿠치의 시장 가치가 더 올랐다. 퀄리파잉 오퍼를 받은 FA를 영입하면 원소속팀에 드래프트 지명권과 국제 계약 보너스풀을 보상해야 하지만 기쿠치는 예외였다.
여러모로 기쿠치에겐 트레이드가 신의 한 수였다. 오타니 쇼헤이의 LA 다저스 이적을 손 놓고 지켜본 에인절스는 올해 구단 역대 최다패(63승99패 승률 .389)로 추락했고, 내년 반등을 위해 기쿠치를 데려와 선발진을 보강했다. 2020년 11월 에인절스에 부임한 페리 미나시안 단장 체제에서 가장 큰 계약이다.
미나시안 단장은 ‘MLB.com’을 비롯해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기쿠치가 휴스턴으로 트레이드된 뒤 강렬한 마무리를 했지만 우리는 이전부터 그가 보여준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 삼진과 볼넷 같은 기본적인 기록만 봐도 훌륭한 해를 보냈다. 우리는 스트라이크존을 공격하면서 헛스윙을 유도를 잘하는 투수를 원했다. 내구성도 매우 중요하다. 기쿠치는 이 모든 조건에 부합하는 선수였다”고 평가했다.
기쿠치는 코로나19 단축 시즌이었던 2020년을 제외하고 5시즌 중 4시즌을 150이닝 이상 던졌다. 최근 2년 연속 큰 부상 없이 규정이닝을 소화할 만큼 몸이 튼튼하다. 여기에 올해 포심 패스트볼 평균 구속이 시속 95.5마일(153.7km)로 2019년 데뷔 후 가장 빨랐다. 33세의 적잖은 나이에도 빠른 공을 꾸준하게 뿌릴 수 있다는 점에서 기록 이상의 좋은 대우를 받을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