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시즌은 쿠에바스가 2선발을 맡는 게 베스트 시나리오다.”
프로야구 KT 위즈는 지난 29일 효자 외국인투수 윌리엄 쿠에바스(34)와의 재계약 소식을 전했다. 2024시즌과 동일한 총액 150만 달러(약 20억 원) 조건에 7년 연속 동행을 확정했다.
2019년 KT 유니폼을 입고 KBO리그에 입성한 쿠에바스는 첫해 13승, 이듬해 10승에 이어 3년차인 2021년 우승 에이스로 이름을 날렸다. 삼성 라이온즈와의 타이브레이커에서 투혼의 역투로 팀을 창단 첫 정규시즌 우승으로 이끈 뒤 한국시리즈에서 1선발 클래스를 뽐내며 창단 첫 통합우승을 견인했다.
쿠에바스는 2022년 2경기 1승 평균자책점 2.45를 남기고 부상 이슈로 인해 KT를 떠났다. 이후 미국 메이저리그 LA 다저스 산하 트리플A로 향해 커리어를 이어갔고, 2023년 6월 총액 45만 달러에 보 슐서의 대체 외국인투수로 컴백했다.
KT의 2023시즌은 쿠에바스가 오기 전과 후로 나뉘었다. KT가 자랑하는 선발야구가 예상치 못한 슬럼프에 빠지며 6월 초 꼴찌 수모를 겪었지만 6월 중순 쿠에바스의 복귀와 함께 마법 같이 순위가 올라가기 시작했다. 과거 통합우승을 이끈 에이스가 마운드의 중심을 잡으며 막강 선발야구를 부활시켰고, KT는 정규시즌 2위로 플레이오프에 직행해 한국시리즈 무대까지 밟았다.
쿠에바스는 지난해 12월 총액 150만 달러에 재계약, 올해도 에이스 중책을 맡았다. 31경기 7승 12패 평균자책점 4.10에 그치며 무패 승률왕을 차지한 2023시즌에 미치지 못했지만, 19차례 퀄리티스타트를 달성했고, 선발진이 줄부상으로 신음한 가운데서 173⅓이닝을 홀로 책임지며 이닝 부문 공동 3위, 퀄리티스타트 단독 3위에 이름을 올렸다. 모든 기록을 종합했을 때 쿠에바스는 올해 승운이 없었다.
올해도 쿠에바스 잔류에 150만 달러라는 적지 않은 금액을 투자한 KT. 그런데 2025시즌은 쿠에바스에게 에이스가 아닌 2선발을 맡기는 플랜을 새롭게 검토 중이다. 기존 2선발이었던 웨스 벤자민과의 재계약을 사실상 포기, 쿠에바스보다 더 강한 외국인 1선발을 물색 중이다.
벤자민은 2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달성했으나 이닝이 지난해 160이닝에서 149⅔이닝으로 감소했고, 피홈런은 12개에서 28개로 두 배 이상 급증했다. 이와 더불어 내구성에서도 약점을 보였는데 선발투수들이 연달아 부상 이탈한 전반기 이례적으로 감독에게 팔꿈치 통증을 이유로 3주 휴식을 요청했다. 그리고 후반기 체력 저하와 함께 14경기 4승 4패 평균자책점 5.22로 치열한 순위싸움에 보탬이 되지 못했다.
KT 관계자는 이달 초 OSEN에 “2025시즌은 쿠에바스보다 강력한 1선발을 영입한 뒤 쿠에바스가 2선발을 담당하는 게 베스트 시나리오다”라고 설명한 바 있다.
KT는 미국 현지 외국인선수는 물론이고, KBO리그 경험이 있는 외국인선수까지 다각적으로 리스트업을 하고 있다. 이 가운데에는 올 시즌 13승-171⅓이닝-평균자책점 3.68에도 키움 히어로즈와 재계약하지 못한 엔마누엘 데 헤이수스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헤이수스는 이강철 감독이 올 시즌 “공이 살벌하다”라며 수준급 외국인투수로 꼽았던 선수다.
만일 헤이수스가 KT 유니폼을 입고 쿠에바스와 원투펀치를 이룰 경우 KT는 헤이수스-쿠에바스-고영표-소형준-오원석으로 이어지는 막강 선발진을 구축할 수 있다. 헤이수스가 아니더라도 쿠에바스보다 강력한 선발이 합류한다면 내년 시즌 KT의 V2 염원은 꿈이 아닌 현실이 될 가능성이 높다. KT 선발진의 남은 한 자리를 차지할 주인공이 누가 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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