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보이’ 이대호는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의 레전드이자 상징적인 존재다. 1군 통산 1971경기에 출장해 타율 3할9리(7118타수 2199안타) 374홈런 1425타점 972득점 11도루를 기록했다. 이대호는 역대 롯데 타자 가운데 최초로 영구결번의 주인공이 됐다. 사직구장 메인 전광판 하단 오른쪽에는 이대호의 등번호 10번이 배치되어 있다.
이대호는 30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제12회 희망더하기 자선야구대회에서 끝내기 안타를 터뜨리는 등 미친 존재감을 뽐냈다. 특히 가장 존경하는 스승인 제리 로이스터 전 감독이 지켜보는 가운데 클래식은 영원하다는 걸 다시 한번 증명했다.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이대호는 “로이스터 감독님께서 오신다고 해서 더 즐거웠고 감회가 새로웠다. 로이스터 감독님과 예전에 함께 했던 (조)성환이 형도 계셔서 의미가 남다르다”고 환한 미소를 지었다.
끝내기 안타를 때려낸 그는 “저는 야구할 때 항상 진심으로 한다. 마지막에 (이)혜천이 형을 이기고 싶었다. 초구부터 슬라이더를 던지는 등 전력을 다하길래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마음으로 집중했던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야구를 시작한 아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아버지로서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은 없었을까. 이에 이대호는 “자선야구대회니까 다치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로이스터 전 감독을 비롯해 조성환 코치, 송승준, 정훈 등 최고의 멤버들과 오랜만에 함께 한 그는 “옛날 생각도 많이 나더라. 부산 팬들도 많이 오셔서 더욱 즐거웠다”고 했다.
끝내기 안타가 펜스 상단을 직격했다. 이른바 성담장이 아니었다면 홈런이 됐을 터. 하지만 이대호는 “은퇴한 지 3년이 지나 근력도 많이 떨어졌다. 첫 타석에서도 넘어가야 할 타구인데 안 넘어갔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롯데는 올 시즌 아쉽게 5강 진출에 실패했지만 황성빈, 고승민, 나승엽 등 젊은 타자들의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은퇴 후 롯데 팬의 마음으로 응원하겠다고 밝혔던 이대호는 “타선이 많이 젊어지면서 활력이 더해졌다. 덕분에 5강 경쟁도 가능했다”면서 “투수력이 뒷받침된다면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거다. 선수들의 자신감도 많이 붙었다”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잘 알려진 대로 롯데의 홈그라운드인 사직구장은 국내에서 가장 낙후됐다는 평가. 부산시는 2031년 개장을 목표로 새 야구장을 짓는다. 이에 이대호는 “새 구장에서 야구하면 선수들의 부상도 줄어들고 팬들도 편하게 야구를 볼 수 있다”고 반겼다.
일본 무대에서 뛸 때 돔구장을 안방으로 사용했던 그는 “개인적으로 돔구장이 많았으면 좋겠다. 날씨에 영향을 받지 않고 야구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일본 돔구장의 경우 건립한 지 30~40년이 지나고 아직도 튼튼하다. 처음 지을 데 제대로 지으면 오래 쓸 수 있다”고 밝혔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