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한화 이글스는 전통적으로 포수가 취약 포지션 중 하나였다. 2017년 시즌 초반 트레이드로 최재훈(35)을 데려온 뒤 주전 포수 고민이 해결됐지만 백업 포수가 늘 고민이었다. 하지만 올해 베테랑 이재원(36)이 뒷받침했고, 퓨처스 팀에선 박상언(27), 장규현(22), 허인서(21) 등 젊은 포수들이 성장세를 이어갔다.
1군에서도 7시즌 통산 213경기 경험이 있는 박상언은 올해 퓨처스리그 46경기 타율 3할5푼5리(93타수 33안타) 2홈런 22타점 OPS .916으로 맹타를 쳤다. 지난 6월 상무에서 전역한 허인서도 93경기 타율 2할7푼1리(295타수 80안타) 13홈런 59타점 OPS .813으로 무서운 성장세를 이어갔다. 좌타 장규현도 66경기 타율 3할4리(161타수 49안타) 1홈런 26타점 OPS .784로 가능성을 보였다. 내년 신인으로 거포 자질이 있는 한지윤(18)도 들어온 한화는 미래 포수 왕국이 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또 한 명의 젊은 포수가 한화에 있으니 바로 허관회(25)다. 비슷한 나이대의 젊은 포수들이 많아 퓨처스리그에서도 많은 기회를 받은 건 아니지만 42경기 타율 3할(70타수 21안타) 13타점 OPS .806으로 경쟁력을 증명했다. 퓨처스리그 6시즌 통산 타율 2할8푼7리(533타수 53안타)로 컨택 능력이 좋다. 80볼넷 82삼진으로 선구안도 좋아 출루율(.387)도 타율 대비 1할이 높다.
경기고 출신으로 2019년 2차 9라운드 전체 83순위로 한화 입단한 허관회는 2020년 1군 데뷔 후 지난해까지 1군 4시즌 통산 54경기를 뛰었다. 2021년 백업 포수로 1군 기회를 얻었지만 잠재력을 터뜨리지 못했다. 갈수록 기회가 줄더니 올해는 1군 콜업도 없었고, 일본 미야자키 마무리캠프에도 빠져야 했다.
그 사이 후배 포수들이 들어오면서 퓨처스리그에서도 기회가 분산됐다. 냉정하게 팀 내 입지가 많이 좁아졌지만 허관회는 특유의 긍정 에너지로 묵묵히 뒤에서 때를 기다리고 있다. 지난달 서산 잔류군에 남았지만 한화가 포수 육성을 위해 일본에서 야심차게 영입한 쓰로우카 가즈나리 퓨처스 배터리코치를 만나 새로운 터닝 포인트로 삼았다.
허관회는 “일본인 코치님에게 지도받는 것은 처음이다. 섬세하시고, 작은 동작을 중요하게 생각하신다. 앞으로 배울 수 있는 건 뭐든지 배워보려 한다”고 기대하면서 “지금 난 전체적으로 모든 것이 올라와야 한다. 스스로 계속해서 다그치고 있다. 여기서 야구가 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 팀 포수들이 너무 좋다. 1군에는 재훈 선배님과 재원 선배님이 건재하고, 젊은 포수들도 다 잘한다”며 “경기에 뛰기 위해선 모든 면에서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포수로서 수비는 당연히 잘해야 하고, 타격에도 신경을 안 쓸 수 없다. 정경배 코치님과 함께 내 스윙의 장점을 살려 정확도에 맞춰 훈련했다”고 설명했다.
비시즌에는 체중을 빼고 몸을 더 날렵하게 만들 계획인 허관회는 “내년이면 7년 차다. 이제는 과정보다 결과를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때다. 적은 나이가 아니고, 좋은 후배들도 많이 들어왔다. 지금 상황에 실망을 하면 어리광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며 “퓨처스 이대진 감독님, 김성갑 코치님, 정우람 선배님이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셨다. 옆에 이렇게 도와주시는 분들이 있으니 절대 나태해지거나 늘어지는 모습을 보여줄 순 없었다”고 말했다.
허관회는 밝은 성격과 특유의 넉살로 주변 사람들을 기분 좋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지도자들부터 선후배 가릴 것 없이 좋아한다. 포수로서 투수 리드에 있어 영리하다는 평가도 받는다. 최근 3년 연속 한화 퓨처스 팀이 북부리그 우승을 할 수 있었던 것도 허관회의 지분이 있다. 퓨처스 팀 주장도 맡는 등 분위기를 좋게 만드는 데 앞장섰다.
하지만 선수라면 누구나 1군을 꿈꾼다. 허관회도 다르지 않다. 그는 “야구가 노력과 비례하는 운동은 아니지만 포기할 순 없다. 운이 왔을 때 기회를 잡아야 한다. 기회가 언제 올지 모르겠지만 꼭 올 거라는 믿음을 갖고 임팩트를 보여주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준비를 하겠다. 도움 주시는 분들도 많은 만큼 스스로 먼저 마음을 놓는 일은 없을 것이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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