펩 과르디올라(53) 맨체스터 시티(맨시티) 감독이 한 때 자신의 멸시하던 조세 무리뉴(61) 페네르바체 감독의 행동을 따라하고 나서 관심을 모았다.
과르디올라 감독이 이끄는 맨시티는 2일(한국시간) 영국 리버풀 안필드에서 열린 리버풀과 2024-2025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13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0-2로 완패했다.
이로써 맨시티는 승점 23에 그대로 머물며 5위까지 순위가 내려앉았다. 승률은 같지만 골 득실에서 밀린 브라이튼에 밀린 탓이다. 선두 리버풀(승점 34)과는 11점 차까지 벌어졌다.
무엇보다 맨시티는 최근 공식전 7경기째 승리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지난 10월 31일 1-2로 패한 토트넘과 카라바오컵(EFL컵) 16강전부터 한 번도 이기지 못한 채 1무 6패로 최악의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리그에서만 4연패에 빠진 맨시티다.
이날 맨시티는 전반 12분 만에 코디 각포에게 선제골을 내줘 리버풀에 끌려갔다. 맨시티는 엘링 홀란을 앞세워 반격에 나섰지만 오히려 후반 33분 모하메드 살라에게 페널티킥을 허용, 추격 의지가 완전히 꺾였다.
그러자 안필드를 가득 메운 리버풀 팬들은 "내일 아침에 경질될 것"이라는 내용의 노래를 합창하며 과르디올라 감독의 마음을 긁기 시작했다. 이런 리버풀 팬들의 조롱에 과르디올라 감독은 리버풀은 물론 맨시티 팬에게도 자신의 손가락 6개를 펼쳐 보였다.
이에 영국 '텔레그래프'는 "위기에 휩싸인 과르디올라가 그와 대조되는 무리뉴의 방식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면서 "과르디올라가 7년간 6개의 우승 타이틀을 의미하는 여섯 손가락을 편 것은 무리뉴의 전형적인 행동을 그대로 따라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 행동은 과르디올라의 마음속 혼란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라면서 "팀의 또 다른 무기력하고 실수투성이 경기력에 그의 영혼이 갉아먹혔다. 그는 이 하락세를 어떻게 멈출지 알지 못하는 듯했다"고 덧붙였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과거 무리뉴 감독을 "Fuxx 보스, 얼어죽을 보스"라고 말하며 경멸한 바 있다. 그렇지만 자신이 위기에 몰리자 무리뉴 감독을 흉내낸 과르디올라 감독이었다.
무리뉴 감독은 과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 지휘봉을 잡았던 2017년 FA컵 8강전을 위해 첼시 홈 구장인 스탬포드 브릿지를 찾았다. 그런데 팬들이 "유다"라고 야유하자, 무리뉴 감독은 첼시 시절 3차례 리그 우승컵을 상기기 위해 손가락 3개를 펴 보였다.
2018년 맨유 홈구장에서 유벤투스와 경기를 치를 때도 무리뉴 감독은 손가락 3개를 보였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조별리그 경기장에 원정 팬들이 자신에게 야유를 보내자 반응한 것이다.
무리뉴 감독은 인터 밀란 지휘봉을 잡았던 지난 2010년 이탈리아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트레블을 달성했다. 인터 밀란 시절 자신의 업적을 존중하라는 의미였다.
이 매체는 "그런 행동은 그의 경력에서 매우 낯선 메시지였다. 과르디올라는 현대 축구에서 가장 많은 영예를 안은 감독이다. 경력 동안 34개의 트로피를 획득했다. 하지만 그는 이를 너무 노골적으로 광고한 적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개인적인 성과에 대한 질문이 있을 때마다 그는 겸손함을 설교했고, 맨시티, 바르셀로나, 바이에른 뮌헨에서 이룬 모든 것들이 자신의 천재성보다는 선수들의 기량적인 우수성을 증명하는 증거라고 말해왔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른 상황이다. 16년 경력 동안 유례없는 상황이며, 이는 그에게 다른 방식의 대응을 이끌어내고 있다"면서 "그는 처음으로 팬들에게 과거의 영광을 즐기라고 격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7경기 무승에도 불구하고 맨시티가 과르디올라 감독을 경질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지난 시즌 4연속 리그 우승이라는 잉글랜드 축구 최초 기록을 세웠고 얼마 전 2027년까지 계약을 연장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그들이 나를 자르고 싶어 한다. 세상에"라고 웃으며 "아마 그들이 옳을 수도 있다. 내 결과 때문에 경질돼야 할지도 모른다"고 밝혔다.
이어 "하지만 안필드에서 그런 말을 들을 줄은 몰랐다. 이것은 과거에 했어야 했다"면서 "지금은 기회를 이용하는 것이다. 이것도 경기의 일부다. 이해한다. 우리는 함께 놀라운 대결을 펼쳤다. 나는 존중한다. 그게 다다"라고 덤덤하게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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