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최연장자 함지훈(40, 현대모비스)의 시계는 거꾸로 간다.
울산 현대모비스는 2일 잠실실내체육관에서 개최된 ‘2024-25 KCC 프로농구’에서 서울 삼성을 87-71로 제압했다. 9승 4패의 현대모비스는 2위를 지켰다. 4연패를 당한 삼성(2승 10패)은 최하위다.
2쿼터 교체로 출전한 함지훈은 녹슬지 않은 기량을 과시했다. 2007년 신인 때부터 운동능력으로 농구하는 선수가 아니었다. 그는 코트비전이 넓고 이타적이다. 골밑에서 마무리는 확실하다. 그 장점이 무려 17년째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다.
젊고 빠른 선수들도 외국선수가 버틴 골밑으로 돌파를 잘 못한다. 함지훈은 달랐다. 요령있게 상대를 속이면서 느릿느릿 돌파해도 제대로 막는 선수가 없었다. 외국선수에게 떠먹여주는 패스도 정확했다. 함지훈은 코트 위의 감독이나 마찬가지인 존재였다.
함지훈은 스크린으로 이정현을 막아 이우석에서 오픈 3점슛 기회를 열어줬다. 이우석이 편하게 3점슛을 던질 수 있었던 이유였다. 자신은 꼭 쏴야 할 기회에서만 슛을 쏜다. 승리의 스포트라이트는 19점을 넣은 숀 롱과 17점의 이우석이 가져갔다.
함지훈은 마커스 데릭슨을 육탄으로 방어하기도 했다. 덕분에 숀 롱이 공격에만 집중했다. 이날 함지훈은 9점, 7리바운드, 4어시스트로 잘했다. 기록으로 드러나지 않는 보이지 않는 활약이 더 컸다.
함지훈은 “비시즌에 워낙 힘든 훈련을 소화했다. 그래서 정규리그에 힘들지만 버틸 수 있는 것 같다. 감독님이 선발에서 빼주는 등 관리를 잘해주신다. 작년에 비하면 적게 뛰고 있다”며 웃었다.
1984년생 친구 김태술은 최근 소노 감독으로 취임했다. 함지훈은 “세월이 그렇게 흘렀나 싶다. 워낙 영리한 친구라 감독생활도 잘할 것으로 믿는다”며 빙긋이 웃었다.
함지훈은 2006년 고졸선수 이근준이 데뷔했다는 말에는 큰 충격을 받았다. 함지훈은 “어린 줄은 알았는데 나와 22살 차이가 나는 줄은 몰랐다. 2006년에 나는 중앙대 4학년이었다. 어린 선수들이 코트안에서는 봐주는 것 없더라”며 농담을 했다.
현대모비스는 양동근을 비롯해 문태종, 아이라 클라크까지 40대를 훌쩍 넘겨서도 기량을 발휘하다 은퇴한 선수들이 많다. 함지훈은 “그 형들에 비하면 난 아직 멀었다. 형들이 훈련 때마다 맨손체조를 하는 등 워낙 몸관리를 잘해서 옆에서 보고 많이 배웠다”고 고백했다.
이제 후배들이 함지훈을 보고 프로농구선수의 교과서로 삼는다. 현대모비스에는 장재석, 김준일 등 기라성 같은 빅맨들이 있다. 동국대출신 센터 이대균(23)도 신인으로 들어왔다.
함지훈은 “이대균과 같이 훈련을 해보니 기동력도 빠르고 슛도 좋았다. 프로에서 오래 뛰려면 무엇보다 큰 부상을 당하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운동능력보다 센스로 농구한 함지훈은 별다른 부상없이 오래 선수생활을 했다.
르브론 제임스와 동갑인 함지훈이다. 과연 언제까지 뛸 수 있을까. 그는 “이제 힘들다. 그래도 우승을 한 번 더 하고 은퇴하고 싶다. 올 시즌 우승하면 당장이라도 은퇴할 수 있다”고 선언했다.
올 시즌 현대모비스가 우승 못하면 더 뛰냐는 말에 함지훈은 “그래야겠죠?”라며 미소를 지었다. / jasonseo3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