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안은 일찌감치 했다.”
프로야구 NC 다이노스는 외국인 선수 3명 중 2명과 일찌감치 계약을 마쳤다. 지난달 28일, 올해 46홈런으로 홈런왕에 오른 맷 데이비슨과 1+1년 최대 290만 달러의 계약을 체결했다. 2025년 총액 150만 달러(보장 120만 달러, 옵션 30만 달러)를 받는다. 2025년 시즌이 끝나고 구단이 연장 옵션을 쥐고 있다. 만약 계약이 발동되면 2026년에는 총액 170만 달러(보장 130만 달러, 옵션 40만 달러)를 받는 조건이다.
올해 데이비슨은 131경기 타율 3할6리 154안타 46홈런 119타점 OPS 1.003의 기록을 남겼다. 에릭 테임즈라는 NC 소속 전설적인 외국인 선수와 어깨를 견줄 파괴력을 보여줬다. 2016년 이후 8년 만에 NC 소속 40홈런 홈런왕의 주인공이 됐다.
외국인 투수진의 한 축도 영입했다. 1일, 라일리 톰슨과 총액 90만 달러(계약금 13만 달러, 연봉 52만 달러, 인센티브 25만 달러)에 계약했다. 193cm, 95kg의 신체조건을 갖춘 우완 투수. 구단은 ‘직구 최고 159km(평균 151~154km)와 커브, 커터, 슬라이더, 체인지업을 던진다. 힘 있는 직구를 바탕으로 타자와 승부하며 삼진 능력을 장점으로 평가받는다’라고 설명했다.
라일리는 2018년 시카고 컵스에 11라운드로 지명받으며 프로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마이너리그에서 5시즌 동안 108경기(82선발) 19승 25패 평균자책점 4.68을 기록했다. 메이저리그 경험은 없다.
임선남 단장은 “라일리 선수는 시카고 컵스의 유망주 출신으로 마운드 위에서 강한 승부욕과 탈삼진 능력을 갖춘 선수이다. 강력한 직구와 커브를 바탕으로 타자를 압도할 수 있는 파워 피처이며, 마이너리그에서 365이닝 동안 353개의 삼진을 기록할 만큼 탈삼진 능력이 우수한 투수이다. 25시즌 NC의 마운드에서 큰 역할을 기대한다”라고 말했다.이제 남은 건 올해 에이스로 활약한 카일 하트와의 재계약이다. 새롭게 부임한 이호준 감독이 가장 원하는 선물이기도 하다. 이호준 감독은 “하트와 데이비슨이 재계약하면 그만한 선물이 없을 것이다”라고 바라기도 했다. 일단 데이비슨과는 다시 동행이 결정됐다.
어쩌면 외국인 에이스의 중요한 리그 특성상, 이호준 감독이 먼저 재계약 소식을 기다린 선수는 하트일 것이다. 하트는 올 시즌 26경기 등판해 13승 3패 평균자책점 2.69(157이닝 47자책점) 탈삼진 182개, 승률 .813, WHIP 1.03, 퀄리티스타트 17회 등 최고의 성적을 거뒀다. 탈삼진 타이틀을 따냈지만 정규시즌 막판까지 다승, 평균자책점, 탈삼진, 승률까지 4관왕에 도전했을 만큼 올 시즌 내내 꾸준한 면모를 과시했다.
비록 감기 몸살 증세와 햄스트링 통증으로 온전히 시즌을 완주했다고 볼 수는 없지만 규정이닝을 충분히 소화했고 마운드 위에서는 그 어떤 투수보다 위력적이었다.
NC는 하트에게 일찌감치 재계약 제안을 건넸다. 하지만 협상 진전 속도가 더디다. 임선남 단장은 “하트는 큰 진전이 없다. 일찌감치 재계약 제안을 던졌다. 지난해보다 금액도 충분히 많이 올려줬다. 하지만 아직 대답이 오지 않는다.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제안을 기다리고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올해 하트는 총액 90만 달러(계약금 20만 달러, 연봉 50만 달러, 인센티브 20만 달러)를 받았다.
하트는 사실 올해 NC에서 활약하기 전까지 메이저리그 경력은 거의 없었다. 2016년 신인드래프트에서 19라운드로 보스턴 레드삭스에 지명됐고 2020년에야 데뷔했다. 4경기(3선발) 11이닝 1패 평균자책점 15.55의 성적에 불과했다.
KBO에서 스텝업 한 뒤 메이저리그 도전의 의지를 감추지 않고 있다. 하트는 지난달 보스턴 지역매체인 ‘매스 라이브’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견고한 한 시즌을 보냈다. 더 잘할수도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꾸준한 한 시즌을 보냈다. 내 생각에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관심받을 만하다고 생각한다”라면서 “ 12월 1일 이전까지 NC와 계약이 되어 있기에 다른 팀과 협상을 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NC로 돌아갈 수도 있고 일본에서의 관심도 받을 수 있다. 난 열려있다”라고 밝혔다.그러면서 “지난 몇년 동안 저에게 일어난 일들을 고려할 때 혹자들은 충격적이라고 주장할 수 있다”라면서 “저에게 조금 더 동기를 부여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다시 메이저리그의 재능있는 선수들과 마주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저는 계속해서 개선해 나갈 것이다. 지금까지 꽤 힘든 여정이었는데, 몇달 안에 무언가를 이룰 수 있다면 정말 좋을 것 같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임선남 단장을 비롯한 NC 구단도 하트의 인터뷰를 확인했다.
만약 하트마저 메이저리그로 떠나면 지난해 에릭 페디(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 이어 2년 연속으로 에이스를 메이저리그에 내주게 된다. 페디는 지난해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하고 MVP까지 수상했다. 결국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2년 1500만 달러로 예상보다 큰 규모의 계약을 맺고 유턴에 성공했다. 시즌 도중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로 트레이드 된 페디는 31경기 177⅓이닝 9승9패 평균자책점 3.30으로 성공적인 빅리그 복귀 시즌을 보냈다.NC는 하트의 현재 상황이 페디와는 다르다는 것도 분명히 했다. 임 단장은 “페디의 계약이 알려진 것은 12월 초중순이었다. 하지만 11월 중순부터 페디의 에이전트인 스캇 보라스 측에서 ‘메이저리그 복수의 구단들이 경쟁력 있는 오퍼를 했고 연락을 계속 받고 있다. 페디를 기다리지 말고 새로운 선수를 알아보는 게 좋겠다’라고 미리 귀띔을 해줬다. 그래서 우리도 빨리 알아볼 수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페디의 계약이 알려진 것은 12월 6일. 이후 메디컬 테스트를 거쳐서 10일 즈음에 계약이 확정됐다. 그리고 NC는 13일 다니엘 카스타노, 19일 하트의 영입 소식을 발표했다. 페디 측이 미리 귀띔을 해준 덕분에 NC는 페디의 이탈에도 덤덤하면서도 빠르게 새 외국인 투수들을 영입할 수 있었다.
하지만 현재 하트에 대해서는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구체적인 제안 소식을 들은 게 없다. 하트 측에서 알려주지 않는 것일 수도 있다”라고 구단은 말한다. 하트의 의지를 확인한 이상, NC도 속은 타지만 ‘플랜B’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과연 하트는 이대로 NC에서 스텝업을 발판으로 메이저리그로 재도전하는 것일까. 그러면 NC는 2년 연속 에이스의 유출이라는 아픔을 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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