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스포츠매체 ‘디애슬레틱’은 지난 3일, 만프레드 커미셔너가 구단주 회의에서 ‘규칙 변경과 관련해서 여러 아이디어가 논의되고 있는데, 그 중 화제가 된 것은 황금대타(Golden At-Bat)를 제안한 것이었다’라고 전했다.
이 제도에 대해 매체는 ‘팀이 한 경기에서 한 타석을 선택해서 가장 좋은 타자를 세운다면 어떨까. 그 선수의 타순이 아니라도 말이다. 이게 바로 황금대타의 요점’이라고 알렸다.
예시를 들었다. 뉴욕 양키스와 클리블랜드의 가디언스의 경기. 매체는 ‘양 팀이 10회 2사까지 동점이라고 가정하자. 양키스의 타석에서는 오스왈도 카브레라가 나올 차례다. 그런데 여기서 양키스는 황금대타를 쓴다. 소토를 내보내고 홈런이라는 믿을 수 없는 마법이 나온다. 이게 바로 만프레드 커미녀서의 지향점이다’라고 적었다.
매체는 ‘세부 사항에 대해 아직 아무도 답할 수 없는 미스터리다. 사무국 관계자들은 관련 제안에 대해 답변하지 않았다’라며 아직 아이디어 수준의 제안이었다고 설명하면서도 ‘황금대타’와 관련한 여러 안들이 있다고 소개했다.
만프레드 커미셔너는 최근 급진적인 규칙 개혁을 시도하고 있고 대체적으로 성공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피치클락과 투구판 이탈 방지 규정, 수비 시프트 금지, 내셔널리그 지명타자 제도 도입, 포스트시즌 확대 등 만프레드가 손을 대는 규칙과 규약들은 현재 거부감 없이 리그에 녹아들었다. 그러나 ‘황금대타’만큼 기존 통념을 깨는 파격적인 규칙 개혁은 없었다.
매체는 ‘150년 동안 스포츠의 서사적인 일들은 유기적으로 일어났다. 갑자기 규칙을 변경하는 것은 우주의 뿌리깊은 힘을 건드리는 셈이다’라면서 2023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일본과 미국의 결승전, 9회 오타니 쇼헤이와 마이크 트라웃의 마지막 투타 맞대결을 예를 들었다.
매체는 ‘이 장면을 얼마나 잊을 수 없었는가. 매혹적인 야구 극장을 만들었다. 처음부터 이렇게 구상을 한다면 어떨까’라며 ’NFL 슈퍼볼이라면 경기 종료 47초 전 패트릭 마홈스가 공에 손을 쥐고 있을 것이다. NBA 파이널이라면 스테판 커리, 르브론 제임스, 니콜라 요키치가 시간이 다 되어가는 동안 특별한 장면을 만들 것이라고 생각한다. 야구의 목표가 순간과 추억을 만드는 것이라면 황금대타는 더 많은 추억을 만들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다’라고 전했다. 만프레드 커미셔너는 야구 역시 슈퍼스타들에 의해 결정되는 승부의 장면들이 더 나올 수 있다고 믿는 듯 했다. 매체는 올해 올스타전에서, 올스타전 마지막 이닝에 선발 출전했던 타자 3명이 다시 타석을 얻는 것 그리고 정규시즌에서 황금타석의 활용여부에 대한 의견을 선수들에게 일찍이 물은 바 있고, 이를 기사에 실었다. 반응은 대체적으로 부정적이다.
카를로스 코레아(미네소타 트윈스)는 “9회에 원하는 선수를 내세우면 된다. 정말 좋다”라며 올스타전 이벤트성으로는 괜찮다고 말하면서도 “정규시즌에서 활용한다고 동의하면, 나는 불펜 투수들의 미움을 받을 것이다. 불펜진은 항상 높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고 또 부상도 더 심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프레디 프리먼(LA 다저스)의 경우 “나는 올드스쿨이다. 야구 순수주의자다. 안할 것이다. 오타니가 한 경기에 안타 20개를 치는 걸 보는 게 나을 것이다. 그렇게 하면 다저스는 정말 좋을 것이다”라며 “실제 경기에서 그렇게 할거면 6이닝만 하고 마지막 3이닝은 홈런더비로 하자”라며 장난스럽게 받아넘겼다. 진지한 규칙 변경으로 이어져서는 안된다는 의미로 볼 수 있었다.오타니의 완벽한 투타겸업을 이끈 옛 스승인 조 매든 전 감독 역시도 극단적인 ‘황금대타’ 규칙에 대해서는 반대 의견을 분명히 했다.
매든 감독은 “인간이 하는 게 아니라 조이스틱으로 게임을 하는 것이다”라고 한 마디로 정의하면서 NBA와의 차이점을 언급했다. 그는 “우리의 야구는 그렇게 만들어지지 않았다. 왜 야구를 망가뜨리고 다른 스포츠와 비슷하게 만들고 싶어할까. 트라웃와 오타니의 맞대결이 왜 열광했을까. 그것은 많이 거의 볼 수 없는 장면이기 때문이다. 헬리 혜성을 매일 밤 볼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나. 많이 볼수록 희소성은 줄어든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러면서 “변화와 진보를 혼동하지 말라. 변화가 반드시 진보는 아니다. 변화는 퇴보할 수도 있다. 이런 변화는 퇴보할 수 있는 것이다”라고 강조하면서 ‘황금대타’ 제안에 부정적인 의견을 강하게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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